옥수동의 빽빽한 아파트 단지 사이 작은 오르막길. 동네의 생활상이 담긴 골목 안에서 소소한 여행을 즐겨보자. 단골이 찾는 식당과 분위기 좋은 카페 안에는 이웃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옥수역 7번 출구 앞 고가도로 하부에 들어선 다락옥수는 무료로 이용 가능한 북 카페이자 문화 강좌와 공연이 열리는 동네의 사랑방이다. ‘서울로7017’과 마찬가지로 낙후한 고가도로를 활용했는데, 그간 문화시설이 빈약했던 옥수동에 활기를 주고 있다. 4월 개관 이래로 천연 염색, 서양미술사, 댄스, 노래 등 다양한 수업을 무료로 진행해왔으며, 9월부터는 정규 프로그램을 편성할 예정.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전국의 재능 있는 아티스트에게 무대를 빌려주는 ‘청춘 마이크’ 공연도 연다. 지붕의 경사면을 활용한 옥상정원과 태양광 시스템을 이용해 조성한 실내 정원도 볼거리다. 강좌 및 공연은 전화로 문의할 것.
ⓘ 02 2204 7541
고급 베이커리가 즐비한 옥수동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빵집. 작년 여름 최수민 셰프가 오픈했는데, 빵이 나오기무섭게 진열대가 텅 비어버리기 일쑤다. 우리 입맛에 익숙한 부드러운 탕종빵을 주로 만들며, 반죽에 찹쌀을 넣어 쫀득쫀득한 식감을 낸다. 익반죽을 50퍼센트 정도 사용하는 이곳의 탕종빵은 수분이 많아 부드럽고 글루텐 성분이 적어 소화가 잘되는 것이 특징. 모찌 부추 도넛, 쿨 모찌 마스카르포네, 모찌 크림 소보로 등 25종의 빵 중 하이라이트는 역시 달걀과 우유, 분유를 넣지 않아 담백하고 쫄깃한 모찌 식빵이다.
ⓘ 모찌 식빵 4,500원, 8am~8pm, 일요일·첫째 주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mochimochibread
블랙, 화이트, 그레이로만 꾸민 모노톤 실내. 테이블이 5개뿐인 아담한 공간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스피커에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개방형 주방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겨온다. 4월에 오픈한 스탠다드빌라는 멋진 공간과 좋은 음악, 맛있는 음식 3박자를 모두 갖춘 브런치 레스토랑. 기본에 충실하고자 ‘스탠다드(standard)’라는 이름을 붙였다. 작은 빌라 1층을 개조했으며, 지영배 대표가 손수 요리한다. 그가 평소에 즐겨 먹는다는 바질 페스토 파스타와 새우, 스크램블드에그를 올린 타르틴은 집에서 만든 듯 편안하고 담백한 맛이라 먹을수록 더 손이 간다.
ⓘ 파스타 1만5,000원부터, 11:30am~8pm(라스트 오더), 쉬는 시간 3pm~5pm,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standardvillaseoul
사워 도(sour dough)는 요즘 베이커리계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다. 말 그대로 ‘신맛이 나는 도’인데, 이스트 대신유산균과 효모가 살아 있는 천연 발효종을 사용한다. 반죽 관리가 까다로워 만드는 시간도 배로 걸리지만, 일반 빵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풍미가 강점이다. 25년 경력의 이중철 셰프가 이끄는 옥수동 화덕피자는 사워 도를 피자에 접목한 피제리아. 가공하지 않은 프레시 모차렐라 치즈, 쌉쌀하고 향이 강한 와일드루콜라 등을 토핑으로 얹고 화덕에 구워낸 건강한 나폴리 피자를 맛볼 수 있다. 가지와 바질, 부드러운 마스카르포네 치즈가 어우러진 시칠리아나가 추천 메뉴다.
ⓘ 피자 1만2,000원부터, 11:30am~10pm, 주중 쉬는 시간 3:30pm~5:30pm, 인스타그램 oxoosourdoughpizza
옥수동화덕피자의 이중철 오너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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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는 사실 슬로푸드예요. 사워 도 피자를 만드는 데 숙성 기간까지 보통 72시간을 잡습니다. 발효종 시종을 만드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일주일 이상이고요. 사워 도, 즉 천연 발효종 반죽은 밸런스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수분 양이 많아 쫄깃하면서 깔끔한 맛이 특징이지만, 잘못 관리한 경우 신맛이 너무 강해져서 역효과를 내기 때문이죠. 그래서 천연 발효를 두고 효모, 물, 밀가루가 만들어내는 예술이라고 말하기도 해요. 옥수오름길에선 나폴리와 비슷한 냄새가 느껴져요. 옛 건물과 전봇대가 아직 남아 있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정감이 가죠. 옥수동화덕피자는 식자재 하나하나의 신선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심플한 메뉴를 선보이는 피자 가게입니다. 편하게 식사하고, 여행하듯 골목골목 여유 있게 돌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옥수동엔 맛있는 식당이 많아요. 연탄불고기집, 할머니김밥 같은 노포나 부부 요리단이 운영하는 1995오사카, 파스타가 맛있는 더코너키친 등도 들러보세요.”
디자인과 건축, 브랜드 컨설팅 일을 하는 세 친구가 독일 함부르크의 재생 도시에서 영감을 얻어 문 연 카페. 쇠락한 항구 지역 하펜시티(HafenCity)가 디자이너, 건축가의 손길을 통해 매력적인 도시로 재탄생한 것처럼, 이들 또한 옥수오름길의 낡은 건물을 멋진 카페로 둔갑시켰다. 히말라야 소금을 첨가한 비엔나커피 ‘오션’, 심해의 그러데이션을 시각적으로 재현한 ‘어비스’ 등 바다를 상징하는 메뉴가 인상적. 푸른 테이블, 덕지덕지 붙인 사진과 엽서가 자유분방한 느낌을 주는 공간에 앉아 커피 1잔에 제철 과일을 듬뿍 얹은 토스트를 곁들여보자.
ⓘ 커피 4,000원부터, 11am~8:30pm, 일요일·첫째 주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hafencity_lab
“영어로 ‘심연’이라는 뜻의 ‘어비스(abyss)’는 깊은 바다를 표현한 음료입니다. 에스프레소와 우유, 초콜릿을 층층이 얹은 진한 커피인데, 다섯 가지 맛을 한번에 즐길 수 있어요. 섞지 말고 쭉 들이켜보세요. 처음엔 쓰다가 점점 부드러워지고, 마지막엔 극한의 단맛이 느껴질 거예요.” by 항구도시연구소의 메뉴 개발 연구소장 제제
유럽의 고풍스러운 상점을 떠올리게 하는 차분한 공간. 진열대 위엔 오늘 아침 갓 구운 쿠키와 케이크가 소담히쌓여 있다. 바나나 초콜릿 머핀, 헤이즐넛 티 케이크 등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수제 디저트와 커피, 티를 즐길 수 있는 작은 카페 아니스. 미국에서 오랜 유학 생활을 하고 영국 르 코르동 블뢰를 졸업한 안명선 셰프가 옥수동에 8년 전 문을 연 곳이다. 크림치즈를 두툼히 올린 묵직한 당근 케이크와 레드 벨벳 케이크는 항상 인기다. 별 다른 비법 없이 좋은 재료로 솔직하게 만들 뿐이라는 셰프의 말처럼 믿음직스러운 곳이다.
ⓘ 조각 케이크5,500원부터, 9am~9:30pm, 토 · 일요일 10am부터, 화요일 휴무, 02 2299 2822.
주인장 샨탈(Chantal)과 반려견 크리스가 함께하는 라이프스타일 부티크. 다년간 해외 생활을 했던 대표가 평소 눈여겨본 디자인 브랜드를 소개한다. 미적 요소뿐 아니라 환경까지 고려한 친환경 디자인 아이템을 만날 수 있다. 그녀의 컬렉션은 톡톡 튀는 색감과 재미 있는 쓰임새가 돋보이는 리빙 아이템부터 아트 포스터, 주얼리, 세제까지 다양하다. 스페인 디자인 스튜디오 도이(Doiy)의 선인장 모형 유리컵이나 삼우산기의 디자인 소화기 빌란떼(Vrillanté)는 센스 있는 집들이 선물이 될 듯. 최근 옆 동네 금호동으로 이사했고, 매장에서 종종 드로잉이나 와인 테이스팅, 독서 모임도 진행한다.
ⓘ 도이 유리컵 6만9,000원, 2pm~8pm, chantalseoul.com
글/사진. 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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