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가 멈추고 도심 속 폐허로 변했던 경춘선. 버려진 폐철로가 도시 재생을 통해 걷고 싶은 숲길로 거듭났다. 동네 주민이 산책을 나오고, 특색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들어선 철길을 따라 정다운 동네 이야기가 펼쳐진다.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이던 옛 화랑대역이 철도공원으로 재탄생했다. 1939년 경춘선 개통과 함께 영업을 시작해 2010년에 문을 닫은 역이 녹슨 철길을 따라 산책로가 놓인 아늑한 공원으로 변모한 것. 협궤 열차 혀기1호와 증기 기관차 미카5-56호, 해외 노면 전차까지 실물 기차가 곳곳에 전시된 공원은 사진 애호가의 단골 출사지이기도 하다.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에메랄드색 박공지붕을 올린 옛 화랑대역이 나온다. 승차권 매표소, 철제 책상 등 아날로그 정취가 흐르는 역사는 오는 10월, 경춘선의 추억이 담긴 사진과 유물을 전시하는 역사관으로 개관할 예정이다.
ⓘ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29-16.
프랑스에서 활동한 예술품 감정사이자 미술 치료사인 조연미 대표는 독특한 이력을 살린 미술 클래스를 운영한다. 나뭇조각에 그림을 그리는 원목 아트가 대표적. 나무 향을 맡으며 그림을 그리다 보면 마음이 한결 차분해지고, 더불어 나만의 인테리어 소품도 완성할 수 있다. 이외에도 미술을 통해 내면을 치유하는 힐링 클래스, 예술사 강의와 드로잉을 접목한 프랑스어 강의 등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이 이루어진다. 갤러리와 드로잉 카페를 겸하는 이곳에서 신진 작가의 작품을 둘러보거나, 음료를 마시며 스케치북을 끄적여봐도 좋겠다.
ⓘ 2인 원목 아트 3만3,000원(예약 필수), 10am~10pm, 일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jeu_dart
“주다르예술공방은 가성비 좋은 음료를 내는 드로잉 카페이기도 합니다. 해변을 그려 넣은 팩에 담은 콜드 브루 커피 원액은 센스 있는 선물로 좋죠. 일주일에 딱 19개만 소량으로 만든답니다.” By 주다르예술공방의 조연미 대표
김택수 일러스트 작가가 엉뚱한 상상을 실현하는 독립 서점이다. 독립 출판물로 빼곡한 서가와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로 둘러싸인 이곳은 동네 주민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직접 소설을 쓰고 제본해 3시간 동안 책을 만드는 ‘밀실의 소설가들’부터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독서에 집중하는 ‘오직독서’, 고양이 그림만 그리는 ‘에라묘르겠다’ 등 말랑말랑한 감성을 일깨우는 다채로운 워크숍을 진행하기 때문. 책과 창작에 관한 재기 발랄한 실험에 동참하고 싶다면 책 모임인 부끄러브에 참가해보자. 모든 행사는 불현듯 공지하니 인스타그램을 주시할 것.
ⓘ 책 5,000원부터, 10am~11pm,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illruwa2
지구불시착의 김택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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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춘선숲길이 자리한 공릉동은 굉장히 흥미로운 동네예요. 지역 주민이 스스로 마을 공동체인 공릉꿈마을협동조합을 만들어 동네 축제나 플리마켓을 열고, 마을 여행 해설사를 자원해 깃발을 들고 다니며 마을 투어를 진행하죠. 지구불시착은 여기에 콘텐츠를 불어넣고 사람들을 모으는 사랑방 역할을 한답니다. 이 동네를 여행한다면 공릉동꿈마을여행 프로그램에 반드시 참여해보세요. 꿈마을 공동체 산책, 경춘선 철길 산책, 역사 문화 산책 등으로 구성된 세 가지 코스를 현지 주민인 해설사가 자세히 안내해줍니다. ‘인문학적집짓기’라 이름 붙인 독특한 빌라, 마을 주민이 모여 봉제 소품을 만드는 바느질 공방 ‘ㅊㅊㅅㅇ(친친사이)’ 등 공릉동의 숨겨진 명소를 탐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죠. 11월까지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경춘선숲길에서 열리는 플리마켓 꿈길장을 둘러봐도 좋아요."
널찍한 창문으로 나른한 햇살이 스며드는 건물 2층. 썬릿은 직접 빵을 굽고 수제 소스로 만든 홈메이드 샌드위치를 선보인다. 무염 버터를 넣어 구운 풍미 좋은 브레첼에 체다 치즈와 햄, 사과, 루콜라 등 속재료를 아낌없이 듬뿍 끼워 넣었다. 타르트 반죽 안에 달걀과 구운 채소, 치즈 등을 넣고 오븐에 구운 프랑스 가정식 파이, 키슈(quiche)도 맛있다. 든든히 배를 채웠다면, 1층에 함께 운영하는 카페 던모스로 향하자. 감성 충만한 카페에서는 향긋한 커피와 디저트가 기다린다.
ⓘ 썬릿 샌드위치 7,000원, 12pm~8pm, 목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sunlit_____
돈카츠방은 오로지 돈카츠로 승부한다. 200시간 이상 저온 숙성한 제주산 돈육으로 만든 돈카츠는 식감이 부드럽고 씹을수록 육즙이 나오는 게 특징. 이에 곁들이는 소스 또한 남다르다. ‘로스 돈카츠’는 풍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본에서 공수한 레몬 소금에 찍어 먹는다. 다진 채소와 바질 페스토로 만든 새콤달콤한 소스를 뿌린 ‘프레시 돈카츠’는 상큼하게 입맛을 돋운다. 보다 특별한 돈카츠를 원한다면 ‘가부루 돈카츠’가 제격. 등심, 등심 덧살, 목살 등 세 부위가 합쳐진 특수 부위인 가부루(かぶる)는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 제주 로스 돈카츠 9,500원, 11:30am~9pm, 브레이크 타임 3:30pm~5:30pm, 02 948 1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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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수고한 나를 위해 달콤한 선물을 해보자. 고호비는 일본 동경제과학교 출신인 주인장이 우리 입맛에 맞게 재해석한 일본식 디저트를 선보이는 양과자점. 눅진한 초콜릿 무스와 바삭한 쿠키를 겹겹이 쌓고 말차 가루를 뿌린 케이크 ‘교토’가 인기다. 호지차, 말차, 콩가루 등 동양적 재료를 더한 마카롱은 단맛을 줄인 깔끔한 맛이라 자꾸만 손이 간다. 색소를 일절 넣지 않고, 교토의 우지 말차와 유기농 밀가루 등 선별한 식자재로 만든 디저트는 맛은 물론 먹는 기쁨까지 선사한다. 주문 즉시 차선으로 거품을 내 만든 진한 말차 라테도 놓치면 아쉽다.
ⓘ 교토 5,500원, 11am~11pm, 인스타그램 gohobee_seoul
이너모스트는 누군가의 집에 초대돼 티타임을 즐기는 여유로운 기분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클래식 자동차, 원목 서랍장, 소파 등 유럽 가정집처럼 꾸민 안락한 장소에서 수준급의 차와 커피,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티 블렌더인 주인장은 마리아주 프레르, 루피시아 등 프리미엄 차 브랜드 위주로 티 리스트를 구성하고, 적정 온도와 시간에 맞춰 우린 완벽한 차 1잔을 낸다. 직접 블렌딩한 차를 냉침한 ‘보틀 밀크티’와 귀여운 양 모양 토스트 ‘양버터 토스트’도 인기 만점. 최근 선보인 브런치 메뉴는 건강한 한 끼로 더할 나위 없다.
ⓘ 차 3,500원부터, 양버터 토스트 6,000원, 12pm~10pm, 월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cafe_innermost
글/사진. 문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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