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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북부 자동차 여행

by 온더로드


강렬한 태양과 서프 뮤직은 잠시 잊어도 좋다. 캘리포니아 북부에는 모험가의 가슴을 뜨겁게 적시는 경이로운 대자연이 기다리고 있으니.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해 야생동물이 출몰하는 외딴 반도를 거쳐 1번 국도 자동차 여행을 이어가자. 스펙터클한 해안 경관과 빅토리아풍 소도시를 돌아보며 캘리포니아 최북단에 이르면 레드우드 숲이 숭고한 자연의 매력을 선사한다.

캘리포니아 지도.jpg ⓒ박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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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캠퍼밴을 타고 샌프란시스코 특유의 자유분방한 정체성을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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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파월 스트리트(Powell Street)를 오가는 케이블카는 러시안 힐(Russian Hill)에서 노스 비치까지 무수한 언덕을 넘나든다. ⓒ 오작

오늘날 테크놀로지의 놀라운 성취는 샌프란시스코 주변 지역을 아우르는 베이 에어리어(Bay Area)에서 비롯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테슬라에 이르기까지 혁신적 기업 상당수가 이 일대에서 활약한다. 이른 아침 출근길에 나선 샌프란시스코 현지인은 우버나 리프트의 차량에 올라타고 오픈 테이블 앱을 통해 오늘 점심을 책임질 식당을 예약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샌프란시스코는 최첨단과 트렌드를 민첩하게 수용하지만, 동시에 과거와의 조화도 진지하게 고민한다. 다운타운의 언덕을 굴러다니는 케이블카는 130년 전 방식 그대로 삐걱거리는 수동 브레이크를 고수하고, 100년도 더 지난 페리 터미널은 미식가를 유혹하는 페리 빌딩 마켓플레이스(Ferry Building Marketplace)로 레너베이션하는 식으로 말이다. 빈티지한 폭스바겐 캠퍼밴을 타고 도시 안팎을 넘나드는 밴티고(Vantigo)의 시티 투어는 샌프란시스코의 이런 철학과 잘 어울리는 여행 방법 중 하나다. “우리가 지금 탑승한 캠퍼밴의 연식은 1971년형입니다.” 가이드 엘리자(Eliza)가 능숙하게 변속기어를 바꾸고 도심으로 향한다. 그리고 차이나타운을 지나 파이낸셜 디스트릭트(Financial District), 노스 비치(North Beach) 등 다운타운 곳곳을 누비는 동안 샌프란시스코가 걸어온 과거를 하나씩 들려준다.



밴티고의 투어 가이드 엘리자가 금문교의 전경을 감상하기 좋은 포트 포인트(Fort Point)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오작

“샌프란시스코는 메트로폴리탄은 아니지만, 미국의 다른 어느 도시보다 다채로운 커뮤니티가 존재 하지요.” 엘리자는 블루투스 스피커에 연결한 아이폰의 플레이리스트를 변경하며 설명을 이어간다. 이탈리아 이주민이 모여 사는 노스 비치에 이르러 영화 <대부>의 테마곡을 틀고, 금문교 인근 제2차 세계대전의 벙커를 지나갈 때면 밥 딜런의 ‘With God on Our Side’를 선곡하는 식이다.



히피 문화를 꽃피운 헤이트 애시버리의 지미 헨드릭스 벽화. ⓒ 오작

샌프란시스코는 19세기 중순경 시에라네바다(Sierra Nevada)에 금맥이 발견되면서 수많은 이주민이 건너와 캘리포니아의 중심 도시로 변모했다. 그러다가 1906년 주민 3분의 2가 집을 잃는 끔찍한 대지진을 겪는다. 골든게이트 공원(Golden Gate Park) 동쪽으로 이어지는 헤이트 애시버리(Haight-Ashbury) 지구는 당시의 대재앙을 운 좋게 피해간 몇 안 되는 동네다. 빅토리아 양식의 파스텔톤 가옥이 줄지어 있는 이곳에서 1960 년대 제리 가르시아(Jerry Garcia), 제퍼슨 에어플레인(Jefferson Airplane),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 등 여러 뮤지션과 히피가 새로운 세상을 갈망하며 ‘사랑의 여름’ 운동을 펼쳐나갔다. “자유분방한 샌프란시스코만의 정체성을 탄생시킨 동네라 할 수 있죠. 아이러니하게도 현재는 도시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동네 중 하나가 됐지만요.” 엘리자가 1960년대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가 잠시 머물던 집을 가리키며 말한다.











샌프란시스코 한복판에 있는 알라모 스퀘어 공원(Alamo Square Park)에서는 파란만장한 한 세기를 품은 도시의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 오작

대지진 이후 말끔하게 재건을 마친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펼쳐지는 트윈 피크(Twin Peak) 정상에 캠퍼밴이 멈춰선다. 엘리자는 구름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예언하듯 말한다. “43개의 언덕이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굴곡진 지형과 해풍 탓에 날씨가 변덕스럽게 바뀌곤 하죠. 지금은 하늘에 구름이 잔뜩 꼈지만, 곧 사라질 거예요. 두고 보세요.” 그녀는 투어의 대미를 장식하는 저니(Journey)의 ‘Lights’를 흥얼거리며 언덕의 내리막길을 부드럽게 질주한다. 샌프란시스코를 찬미하는 노래가 끝날 즈음 파란빛이 잿빛 구름을 밀어낸다.


ⓘ 밴티고 시티 투어 85달러부터, vanti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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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틴 매뉴팩토리의 미트볼 요리. 타르틴 매뉴팩토리의 아늑한 실내. ⓒ 오작

Side Trip

본토 타르틴의 다이닝

최근 몇 년간 샌프란시스코 다이닝을 지배해온 키워드는 ‘오가닉’ 과 ‘글로벌’이다. 한국에 분점을 오픈해 화제를 모은 타르틴 베이커리(Tartine Bakery) 역시 마찬가지. 지난해 미션(Mission) 지구 북쪽에 개장한 캐주얼 레스토랑 타르틴 매뉴팩토리(Tartine Manufactory)에서 실험에 골몰 중이다. 타르틴의 시그너처 메뉴인 버터 앤드 브레드는 물론 양고기 미트볼(오른쪽), 넙치 샐러드 등 각국의 요리에서 영감을 얻은 메뉴를 계절마다 새롭게 선보인다. 최근에는 샐러드 메뉴에 양배추 김치도 추가했다. 메인 요리 11달러부터, tartinebakery.com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돋보이는 킴프턴 서 프랜시스 드레이크 호텔의 로비. ⓒ 오작

Stay

킴프턴 서 프랜시스

드레이크 호텔

샌프란시스코에 짧게 머무는 여행자는 유니언 스퀘어(Union Square) 근방에 숙소를 예약하는 게 동선상 효율적이다. 킴프턴 서 프랜시스 드레이크 호텔(Kimpton Sir Francis Drake Hotel)은 1928년에 문을 연 유서 깊은 곳으로, 전통 복장을 차려입은 벨보이와 샹들리에를 매단 고풍스러운 로비가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다. 21층에 있는 스타라이트 룸(Starlight Room)으로 향하면 칵테일을 홀짝이며 화려한 밤을 지새울 수 있다. 306달러부터, sirfrancisdrake.com

















고현은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의 에디터다. 아웃도어를 즐기는 사진가 오작이 이번 캘리포니아 여정에 동행했다. 둘은 로스트 코스트의 황량한 풍광에 매혹됐지만, 타이어가 펑크나는 바람에 ‘로스트’를 찍을 뻔했다.




ⓘ 취재 협조 캘리포니아관광청(visitcalifornia.com/kr)


글. 고현 사진. 오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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