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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Oct 18. 2018

드레스덴을 떠도는 5가지 방식


드레스덴을 떠도는 5 가지 방식

글/사진. 고현



제2차 세계대전 공습의 상흔을 걷어낸 드레스덴은 ‘독일의 피렌체’라 불리던 과거의 명성을 되찾는 중이다. 여기에 각양각색의 이동 수단으로 경험하는 도시 안팎의 즐길 거리는 드레스덴 여행의 매력을 끌어올린다.








by Tram

1. 트램을 타고 맥주의 신세계로

노이슈타트를 달리는 트램. ⓒ 고현

프라우엔 교회(Frauenkirche) 종탑을 중심으로 말끔하게 복원한 츠빙거(Zwinger) 궁전과 젬페로퍼(Semperoper) 오페라하우스, 가톨릭 궁전 교회(Katholische Hofkirche) 등이 과거의 영화를 과시하는 구시가 알트슈타트(Altstadt)는 언제나 인파로 북적인다. 관광객 무리에서 벗어나 드레스덴의 진짜 삶에 다가서고 싶다면 일단 트램에 올라타자. 총길이 135킬로미터, 13개 노선의 트램은 현지인에겐 발과 같은 친밀한 존재다. 그중 8번 트램은 엘베강(Elbe River)을 건너 노이슈타트(Neustadt) 한복판으로 인도한다. ‘신시가’란 의미를 지닌 이 동네가 조성된 것은 19세기 후반 무렵.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대규모 공습을 피한 덕분에 상당수의 건물이 구시가보다 오래돼 이름이 좀 무색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호프 컬트는 드레스덴 최초이자 유일한 크래프트 맥주 보틀 숍 겸 펍이다. ⓒ 고현

노이슈타트 북단의 쿤슈토프파사게(Kunsthofpassage)는 동네의 매력을 잘 드러낸 커뮤니티다. 지역 건축가가 5개의 안뜰을 악기, 동물, 빛 등 테마별로 꾸민 이곳 건물 1층에는 개성 있는 상점과 펍,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호프 컬트(Hop Cult)는 드레스덴 최초이자 유일한 크래프트 맥주 보틀 숍 겸 펍. “쿤슈토프 파사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요. 일종의 공동체처럼 연결된 곳이죠.” 호프 컬트의 점원 멜리나 밀로스(Melina Milos)가 진한 딸기 향이 퍼지는 호프 온 톱(Hop on Top) 맥주를 따르며 말한다. 호프 컬트는 무려 450종류의 크래프트 맥주를 보유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개최하는 테이스팅 이벤트 때 방문하면 자신의 맥주 취향을 파악하며 현지인과 어울리기 좋다.


ⓘ 호프 컬트 맥주 테이스팅 이벤트 20유로부터, 페이스북 craftbeerstore.dresden







by Car

2. 올드 카 라이딩

트라비 사파리의 트라반트 올드카 투어. ⓒ 고현

구동독에 노스탤지어를 품은 이에게 트라반트 (Trabant)는 강력한 촉매제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구동독에서 나고 자란 이를 ‘트라반트 세대’라고 부를 만큼 시대를 상징하는 자동차 브랜드였으니. 통일 이후에는 형편 없는 성능 탓에 놀림거리로 전락해 곧 자취를 감추고 말았지만.


‘트라비’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트라반트를 타고 드레스덴을 활보하는 방법이 있다. 트라반트 올드 카 투어를 운영하는 트라비 사파리(Trabi Safari)를 통해서 말이다. 옛 트라반트 물류 창고를 개조한 차고에서 가이드 나딘(Nadine)이 1984년형 트라반트 601 모델에 시동을 걸자 탈탈거리는 엔진 소리가 불안하게 울리기 시작한다. 투어 참가자는 일단 운전 방법부터 숙지해야 한다. 핸들 바로 옆의 수동 기어를 돌리는 방식부터 클러치 조작까지 적응을 마친 뒤에는 가이드와 함께 드레스덴 안팎을 누빌 수 있다.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은 도시 남동부의 페처슈트라세(Fetscherstraße) 대로. “이 길이 바로 폭격의 기준점이었어요.” 나딘이 가리킨 길 서쪽에 연합군이 3,900톤의 폭탄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반대편에는 100년 전 아르누보 양식의 가옥이 질서정연하게 도열해 있다. 강을 건너자 시계는 약 8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풍스러운 중세 건축이 모여 있는 로슈비츠 (Loschwitz)의 구릉 위로 퍼니큘러가 덜컹거리며 굴러가고 강변에선 피크닉을 즐기는 이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퍼진다.


ⓘ 트라비 사파리 1시간 30분 투어 49유로, trabi-safari.de







by Boat

3. 엘베강의 낭만 크루즈

엘베강을 오가는 작시셰 담프쉬프파르트 크루즈. ⓒ 고현

 엘베강은 드레스덴을 남북으로 가른다. 강을 낀 도시의 숙명처럼 유람선이 유유히 떠돌지만, 작시셰 담프쉬프파르트(Sächsische Dampfschiffahrt)는 스케일이 남다르다. 약 120년 전 운행을 시작한 이래 9대의 증기선과 3대의 모터보트를 갖춘 이 크루즈 군단은 드레스덴을 중심으로 강 상류와 하류를 오가는 운송로이자, 도시에서 펼치는 각양각색의 이벤트에 맞춰 테마 크루즈를 운행한다.


강변에 햇살이 은은하게 깔리는 늦은 오후. 1885년에 제작된 마이센(Meissen)호가 힘차게 뱃고동을 울리며 출발한다. 갑판 위에는 드레스덴 남단의 고풍스러운 스카이라인을 담으려는 이들이 저마다 스마트폰을 들어올린다. 테이블 위의 빈잔은 곧 차가운 화이트 와인으로 채워지고 전통 복장을 차려입은 선원이 작센 전통 만찬을 부지런히 준비한다. 증기선의 피스톤이 숨가쁘게 진동운동을 하며 강 상류의 알브레히츠베르크궁(Albrechtsberg Palace)으로 이끌자 탑승객을 위한 깜짝 쇼가 펼쳐진다. 색색의 불빛이 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와 함께 드레스덴의 실루엣이 낭만적 밤을 완성시킨다.


 ⓘ 작시셰 담프쉬프파르트 크루즈 24.50유로부터, saechsische-dampfschiffahrt.de 







by Bicycle

4. 정원에서 자전거 홀릭

자전거 친화적 공원으로 설계한 그로서 가르텐. ⓒ 고현

“5년 전 드레스덴으로 이주했어요. 연중 온화한 기후 덕분에 활동적인 아웃도어를 즐기기에 제격인 곳이죠.” 함부르크 출신의 투어 가이드 스테파니 콰스텐베르크(Stefanie Quastenberg)가 활기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말한다. 경사를 찾기 힘든 드레스덴은 자전거 여행자에게 완벽한 무대다. 우선 알트슈타트 북단의 엘베강을 따라 도시 곳곳의 매끈한 자전거 전용 도로를 질주하자. 드레스덴 남동부에 조성된 드넓은 녹지 그로서 가르텐(Großer Garten)이 질주 본능을 자극할 것이다. 정원 한복판의 웅장한 그로서 가르텐궁을 바라보며 널찍한 산책로를 따라가다 폐철로를 지나 남동쪽으로 방향을 틀면 현지인의 피크닉 명소 카롤라제(Carolasee) 호수가 기다린다. 수변에 아르데코 양식으로 지은 그랜드 카페(Grand Café)는 알싸한 헤페바이젠 맥주를 홀짝이며 한가로운 오후를 만끽할 수 있는 최적의 휴식처다.


ⓘ 그로서 가르텐 grosser-garten-dresden.de







by Foot

5. 중세 소도시 산책

중세 요새가 보존되어 있는 피르나. ⓒ 고현

드레스덴에서 차로 1시간이면 닿는 피르나(Pirna)는 작센 스위스로 향하는 관문 도시. 마틴 루터, 바그너 등 숱한 명사는 드레스덴을 경유해 이 소도시에서 평화로운 한때를 보냈다. 엘베강 변을 따라 사암 채굴이 성행하던 19세기에는 숱한 이들이 마을에 몰려들어 잠시나마 부흥의 시기를 맛보기도 했다. 10세기 전에 세운 조넨슈타인 요새(Schloss Sonnenstein)에 오르면 앞쪽으로 드레스덴 시가지는 물론, 뒤쪽으로 국경 너머 체코의 보헤미안 지방까지 바라보인다. 도시는 30분 정도면 충분히 돌아볼 만큼 아담하다. 지도를 접어둔 채 골목을 따라 걸음을 옮기다 보면 고전주의, 르네상스, 바로크 등 각 시대의 가옥 안으로 현지인의 여유로운 삶이 슬며시 내다보인다. 작센 전통 복식을 차려입은 이와 반갑게 인사를 나눌 기회도 있다.


ⓘ 피르나관광청 en.pirna.de





MAKE IT HAPPEN

인천국제공항에서 드레스덴국제공항까지 루프트한자가 1회 경유편을 운항한다(약 101만 원부터,  lufthansa.com/kr).

드레스덴 시티 카드(Dresden City Card)를 구입하면 도시 내 트램을 포함한 주요 교통수단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레스토랑, 숍, 투어 등 다양한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1일권 12유로, dresden.de). 론리플래닛 <베스트 독일>(안그라픽스, 1만8,000원)은 드레스덴에 관한 상세 여행 정보를 수록하고 있다. 독일관광청 공식 웹사이트에서는 드레스덴의 주요 문화유산과 명소, 축제 정보를 안내한다(germany.trave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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