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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에서 즐기는 가을 액티비티 3

가을이 이끄는 곳으로 들어가면

by 온더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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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 Fall with Activity

가을이 이끄는 곳으로 들어가면


사방으로 뻗은 길 위로 페달을 밟는 열정이 지난다. 물길을 따라 걷는 걸음에는 계절이 올라앉는다. 짙푸른 하늘엔 인간의 꿈이 날아올라 곱게 수를 놓는다. 양평에 가을이 도착했다.


글/사진. 이두용











가을을 향해 페달을 밟다

양평 초입에 자리한 조형물. “자전거 레저 특구 달려라 양평!” 문구가 가을 양평의 모습을 상기시킨다. ⓒ 이두용

동트기 전 양평으로 차를 몬다. 바깥공기가 제법 쌀쌀하다. 한없이 더울 것 같던 여름도 떠났다. 계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두물머리 입구에 닿으니 갑자기 차가 막힌다. 주말인 데다 가을이다. 출발할 때는 50분 정도 걸린다더니. 여러 번 말을 바꾼 내비게이션은 2시간이 지나서야 목적지인 양수역 주차장에 데려다준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자전거 라이더가 여럿 보인다. 아이언맨 슈트처럼 몸에 꼭 맞는 운동복과 헬멧을 갖춰 입은 모습이 멋지다. 삼삼오오 팀을 이뤄 저마다의 길을 향해 분주히 페달을 밟는다. 이들을 따라 자전거 탈 생각에 벌써 설렌다. 사실 양평 초입부터 설렘은 시작됐다. 꽉 막힌 도로 위, 자전거 레저 특구 달려라 양평!이라는 문구와 자전거를 타고 질주하는 사람의 조형물을 봤을 때 ‘저거다!’ 싶었다. 그때부터 마음속 풍선에 바람이 들기 시작했다.


양평은 명실상부 아웃도어의 고장이다. 그 중심엔 자전거가 있다. 서울에서부터 뻗은 철길이 오랜 역사를 뒤로하고 자전거를 위해 제 몸을 내줬다. 라이더는 자전거를 타고 그 위를 달리며 과거를 추억한다. 사방이 고요하지만 페달을 밟는 가슴팍은 소란하다. 박자에 맞춰 차오르는 숨소리가 열차의 소리를 닮았다. 양수역 1번 출구 앞에 자전거 대여점이 있는데, 간판이 보이지 않을 만큼 산더미처럼 쌓인 자전거가 인상적이다. 카메라 가방을 메고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고 잘 달릴 것 같은 자전거를 하나 고른다. 눈짐작으로는 26인치 타이어에 하이브리드 자전거다. 안장에 올라 코스의 들머리인 북한강 철교로 페달을 밟는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 황포 돛배 1척이 떠 있다. ⓒ 이두용

양평에 있는 자전거도로는 ‘남한강 자전거길’에 속한다. 2011년 대한민국 국민 절반인 2,400만 명의 건강과 편의를 위해 수도권에 자전거도로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이름하여 ‘한강 자전거길’. 서울에서 고양·하남·구리·남양주로 이어지는 구간이며, 총 240킬로미터에 이른다. 코스는 지금도 계속 늘어난다. 남한강 자전거길은 남양주 팔당역에서 출발해 양평역을 지나 충주 탄금대로 이어지는 약 140킬로미터 구간이다. 남한강 변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두물머리, 세미원, 옥천 냉면 마을, 양평 5일장 등의 여행지와 함께 즐길 수 있어 라이더에게 인기가 높다. 그중 양평 코스는 북한강 철교에서 시작해 양평을 잇는 18.3킬로미터 구간. 거리는 짧지만 대부분의 명소가 이곳에 있을 만큼 풍광이 뛰어나고, 초심자가 도전하기에도 어렵지 않다. 관광하러 왔다가 라이딩을 즐겨도 좋을 정도다. 소문이 자자한 터라 기대감도 충만하다.


강이 보이는가 싶더니 멀리 북한강철교가 나타난다. 과거 중앙선 열차가 지나던 다리다. 전철 공사와 함께 2008년 양수철교를 놓으면서 북한강철교는 자전거도로로 재탄생했다. 철교이다 보니 흰 칠이 벗겨진 자리 곳곳에 세월을 끌어안은 녹이 붉게 스며 있다. 기차는 수많은 추억을 태우고 이 철로를 지났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자전거를 탄 이들이 다리를 건너며 새로운 추억을 만든다.





흰 칠이 벗겨져 붉은 속살을 드러낸 북한강철교를 달리는 라이더. ⓒ 이두용

자전거에서 내려 흐르는 강물을 한참 내려다본다. 멀리 신양수대교가 보이고, 그 뒤에서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난다. 한없이 평화롭다. 기차로 다닌다면 느끼지 못할 여유다. 다시 자전거에 올라 양수역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본격적인 코스가 시작된다. 역이 끝나는 곳에 자전거길로 향하는 양수육교가 있다. 여기서부터 강이 아닌 철로를 곁에 두고 달린다. 변화무쌍한 풍경 덕분에 지루하거나 힘들 일은 없다.


얼마나 왔을까. 눈앞을 막아선 높다란 언덕 아래로 터널이 하나 뚫려 있다. 용담 아트터널이다. 이 좁은 구멍으로 기차가 아슬아슬하게 통과했을 거라 상상하니 놀라울 뿐이다. 터널 안은 온몸이 떨릴 만큼 시원하다. 여름에 오면 피서가 따로 없겠다. 머리 위에 길게 이어진 조명이 이정표처럼 반갑다. 양수역에서 양평역까지 가는 자전거길 구간에는 터널이 8개나 자리한다. 더운 날은 시원하게, 추운 날은 따뜻하게 짧은 쉼을 내어주는 공간이자 양평의 자전거길이 매력적인 이유다. 터널을 벗어나자 다른 세상에 온 듯한 기분이다. 터널에 들어가고 나올 때마다 그 다음 등장할 풍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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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 자전거길 양평 구간에 나타나는 터널을 지나는 라이더. 남한강 자전거길 양평 구간에 나타나는 터널. ⓒ 이두용

양평의 라이딩 코스는 내리막이 많아 초보자는 물론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 함께해도 무리가 없다. 자전거도로는 대부분 전철역을 지나므로 중간에 힘이 들면 신원역, 국수역, 아신역, 오빈역, 양평역 등 어느 곳에서나 원점 회귀할 수 있다(자전거 지하철 탑승은 주말에만 가능하다). 신원역까지 의외로 빨리 도착한다. 힘들다 싶을 때면 어김없이 길게 뻗은 내리막이 나타나 회귀는커녕 신나게 질주하며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다. 국수역까지 오면서 한 번도 쉬지 않았다. 평소 자전거를 거의 타지 않는데 이 정도면 선전한 셈이다. 더욱이 양수역 앞에서 대여한 자전거의 기어는 고작 5단짜리다. 힘들지 않은 데다 계절을 즐길 수 있으니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옆으로 쌩쌩 지나는, 기어가 20단도 넘을 로드바이크와 MTB가 전혀 부럽지 않다.


아신역을 지나 양평역까지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갈림길이 많아 다른 길로 빠지기 십상이다. 도로 위에 진행 방향을 그려놓았고, 전봇대나 다리 위에 이정표와 안내 문구도 있지만, 초행은 잘 살펴봐야 할 듯. 그래도 자신 없을 땐 풍경을 즐기며 천천히 달리면 된다. 1분도 채 되지 않아 다른 자전거가 나타나 길잡이가 되어줄 테니까. 양평역에서 라이딩을 마무리한다. 안장에서 내리니 다시 현실이다. 잔잔한 영화 1편을 본 듯 페달을 밟은 시간의 여운이 짙다. 옆을 지나던 기차를, 구름이 노닐던 푸른 하늘을, 얼굴에 와닿던 시원한 바람을, 길가에 나뒹굴던 코스모스를 오롯이 추억한다. 자전거를 타고 나서야 가을로 들어온 듯하다.






이두용은 사진가 겸 여행작가다. 매체에 글을 쓰고 사진 관련 강의도 한다. <오늘부터 행복하다>(부즈펌, 1만3,800원)를 썼고, 종종 EBS 같은 여행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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