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AM 학동 몽돌해변
11AM 신선대
12PM 여차흥포 해안도로
1PM 병대도 전망대
통영에서 오늘의 가이드 김기림 씨를 만나 거제로 향한다. 차를 타고 신거제대교를 건너면 쪽빛 바다와 짙푸른 산이 있는 거제도다. 그가 안내하는 ‘거제 한 바퀴 투어’는 최소 4명부터 최대 11명이 참여하는 프라이빗 드라이브 투어. 거제의 대표 관광지와 로컬만 아는 숨은 장소를 적절히 섞어 다른 투어와 차별성을 가진다. 통영에서 4명, 거제 고현 터미널에서 1명의 참가자가 차에 오르자 각자 자기소개를 하며 투어가 시작된다. “풍경을 보고, 음악을 듣고, 사진 찍는 게 좋아 남쪽에 온 지 3년 된 김기림입니다. 가이드보다 여행자의 마음으로 여행하고 있어요. 김기림 대장이라고 불러주세요.” 이어 옆 사람과 인사를 나눈다. 소개가 끝나자 차 안 공기가 한결 부드러워진다. “통영 바다는 섬이 많아 아기자기한 모습이라면, 거제도의 바다는 시원하고 뻥 뚫린 풍경이예요. 한마디로 ‘멍’ 때리기 좋은 바다죠. 이 산을 넘어가면 거제 바다를 만나게 될 거예요.” 상기된 표정으로 김기림 대장이 음악의 볼륨을 높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른쪽 차창 너머로 바다가 출렁인다.
“거제에는 밀물과 썰물의 조차 때문에 섬의 끝부분이 깎이며 둥근 자갈이 쌓여 생긴 몽돌해변이 많아요. 그중 제일 유명한 곳이 학동 몽돌해변입니다.” 그의 말처럼 학동 몽돌해변은 온통 동글동글한 자갈 천지다. 한적해서 해변의 목소리가 더 잘 들린다. 파도 소리는 물론 발을 뻗을 때마다 “자그락자그락”, 파도가 돌멩이를 어루만질 때마다 “자갈 자갈 쏴” 하는 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몽돌해변에 이어 도장포 항구 근처에 있는 신선대를 찾는다. 맞은편 바람의 언덕에 비하면 찾는 이가 적지만, 거제에서 전망이 좋기로 손꼽는 장소다. 계단을 내려가자 굽이치는 해변을 따라 웅건한 기암절벽이 장관을 이룬다. 봄에는 신선대를 둘러싼 해안에 유채꽃이 샛노랗게 피어 한층 운치 있다. “신선대는 신선이 놀던 자리라 해서 붙은 이름이에요. 절벽 끝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어요.” 과연 그 위에 서니, 굽이치는 바다와 점점이 떠 있는 섬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신선한 바람은 덤. 여기에 김기림 대장이 선곡한 음악이 더해지니 ‘멍’ 때리기 딱 좋은 분위기다. 김기림 대장은 어디에서나 스피커로 배경에 어울리는 음악을 틀어준다.
잠시 ‘바람의 핫도그’로 출출한 속을 달랜다. 바람의 언덕에서 팔기 시작해 유명해진 핫도그다. 종류가 다양한데, 코코넛 가루를 솔솔 뿌린 오리지널 핫도그가 인기다. 그런 다음 김기림 대장이 사랑하는 은밀한 장소로 향한다. 창문을 활짝 열고, 다대마을과 여차마을, 홍포마을을 잇는 여차홍포 해안도로를 달린다. “이 길은 날씨에 따라 다른 풍경을 보여줘요. 맑은 날에는 대마도까지 볼 수 있죠. 무엇보다 길 끝에 사진가가 많이 찾는 거제도의 숨겨진 명소가 있답니다.” 30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여차마을을 벗어나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지나고, 고갯마루에 오르자 왼편에 전망대가 하나 둘 등장한다. 저마다 멋진 풍광을 품고 있지만, 궁극의 전망을 위해서라면 좀 더 달려야 한다. 목적지는 병대도 전망대다. 위에 올라서면 바다와 하늘, 점점이 떠 있는 섬, 고깃배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눈앞에 등장한다. 황홀한 풍경에 취해 시간은 뭉텅뭉텅 흘러가고, 어느새 거제 한 바퀴 투어가 마무리된다.
1PM 요트 탑승
2PM 대매물도 도착 & 캠프 구축
4PM 해품길 트레킹
7PM BBQ파티
영화 주인공이 탈 법한 하얀 요트가 일행을 기다린다. 오승용, 김경석 두 선장과 인사를 나누고 ‘가라치고’ 호에 오른다. “자 이제 바람 좀 타 볼까요?” 오승용 선장의 우렁찬 말과 함께 돛이 펼쳐진다. 선장 1명은 운전대를 잡고 다른 1명은 돛을 조절하며 세일링을 시작한다. 누군가는 요트의 삼각형 선수 부분에 앉아 바람을 맞고, 또 누군가는 먼바다를 응시하며 각자의 휴식을 즐긴다. 스피커에서 잔잔한 팝송이 흘러나온다. 남해의 장쾌한 파도를 느낀다. 배가 파도에 출렁일 땐 그야말로 한 배를 탔다는 느낌이다. 그렇게 세일링의 쾌감을 느끼며 매물도로 나아간다. 매물도는 한산면 매죽리에 속한 3개의 섬 대매물도, 소매물도, 등대섬을 일컫는다. 오늘의 목적지는 대매물도다. 2.4제곱킬로미터 면적에 섬 중앙에 솟은 장군봉은 높이가 210미터에 달한다.
김경석 선장이 대매물도 당금마을 선착장에 닻을 내린다. 요트 마리나를 잘 갖춘 아담한 포구에서 낚시꾼이 고등어를 낚는 중이다. 우리의 일정은 해품길 트레킹과 바비큐 파티 캠핑을 하며 대매물도에서 하룻밤 보내는 것이다. 옛 매물도 분교에 짐을 부러 놓고 벤치에 앉아 한숨 돌리는데, 할머니 한 분께서 말을 건네신다. “어디서 왔노? 여서 잘라꼬? 우리 딸이랑 아들도 다 이 학교 나왔다 아이가. 그때는 다른 섬 아들도 이 학교에 공부하러 오고, 선생님도 8명이나 있었데이.” 스무 살에 통영에 시집와 63년을 섬에서 살았다는 양행순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본다. 이제는 풀만 무성한 학교 운동장에서 뛰놀았을 아이들을.
어느덧 해품길 트레킹에 나설 시간이다. ‘파이팅’을 외치며 척척 나아간다. 뒤돌아보니 섬의 실루엣과 수평선이 이루는 경치가 압권이다. 비로소 대매물도의 지형이 제대로 보인다. 헉헉. 끝을 알 수 없는 돌계단이 힘들다 싶으면 뒤돌아서 섬과 바다의 장쾌한 경치를 바라본다. 그렇게 일행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방향으로 걷는다. 점점 길은 좁아지고 비탈이 심해진다. 말은 줄고, 새 소리와 발걸음 소리, 가쁜 숨소리만 들려온다. “조금만 더 가면 당금마을 전망대에요.” 오승용 선장이 힘을 북돋운다. 산 위의 당금마을 전망대 정자에서 잠시 쉬어 간다. 오승용 선장이 주섬주섬 통영에서 공수해 온 충무김밥을 꺼낸다. 통영의 어부들이 낚싯배를 타고 바다에 나갈 때, 김밥이 상하지 않도록 밥과 속을 따로 싸가던 데서 유래한 김밥이다. 대매물도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먹으니 꿀처럼 달다.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진다. 아득히 멀리 장군봉이 보인다. 홍도 전망대를 거쳐 섬을 반 바퀴만 돌기로 한다. 홍도 전망대를 지나자 해안을 따라 좁고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그만큼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도 아찔하다. 걷는 도중에 노을이 진다. “우와!” 바다 너머로 이울어가는 해와 섬 그리고 대항마을의 풍경에 감탄이 툭 튀어나온다. 캠프로 돌아가기 전 다같이 바위 위에 걸터앉아 숨을 고르고, 스피커에선 정인의 ‘오르막길’이 흘러나온다. 어쩐지 가슴이 벅차 오른다. 돌아보니 혼자서는 결코 걷지 못했을 길이다. 올라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풍경을 함께 보았다. 뿌듯한 순간을 함께한 일행이 한결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 분위기는 산 아래 캠핑장에서 즐기는 바비큐 파티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잔을 부딪치며 입을 모아 말한다. 힘들어도 함께 걷는 일은 즐겁다고.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하늘에는 별이 쏟아질 듯 가득하다. 대매물도의 별 헤는 밤이 깊어간다.
글/사진 우지경
거제·통영 요트 투어 체험기와 여행 노하우 - Day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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