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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Nov 01. 2018

늦가을에 떠나기 좋은
'사천 · 고성 자동차 여행'



경상남도 남서쪽 사천과 고성은 남해와 맞닿은 해안과 산지가 어우러진 최고의 드라이빙 코스를 자랑한다. 진주와 사천을 잇는 3번 국도는 삼천포까지 연결되고 지방도를 따라가면 고성까지 닿을 수 있다. 영상미 넘치는 풍경과 공간을 만나는 가을 자동차 여행에 나서보자.






Best for Stroll

강주연못

연못 사이에 조성한 수변 덱은 촬영 스폿으로 유명하다. ©오작

 남해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던 차는 곡예를 부리듯 사천IC로 빠져나간다. 차창 밖에 드리운 표지판은 진주·정촌 방면을 알리고 사천대로를 따라 강주마을로 향한다. 진주에서 사천으로 이어지는 3번국도 끄트머리에 자리한 강주연못을 찾아가는 길. 아기자기한 마을에 둘러싸인 연못은 사천·고성 자동차 여행의 인트로를 장식할 첫 번째 장소다.


강주연못을 두고 진주의 비경이라 운운하는 일은 과장이 아니다. 이제 막 고속도로를 빠져나온 차량의 행렬이 4차선 도로를 뒤로하고 좁다란 마을길로 핸들을 꺾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여름철 연꽃이 만발하는 연못의 빼어난 경치는 소문난 진주8경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마침내 수면을 가득 메운 넓적한 연잎이 고목 사이로 빼꼼히 얼굴을 내민다. “뭐 이리 좋은 데가 있노? 저기 연꽃 봐라.” 주차장에 들어선 나이 지긋한 여행객이 이른 탄성을 내지른다. 연못 밖 담장집에서 편안한 차림으로 나온 동네 사람은 이곳을 제집 정원처럼 누비지만, 외지인에게는 숨은 보물이라도 찾은 듯 반갑기 그지없다.



선명한 색으로 자태를 뽐내는 연꽃. ©오작

 연못 위에 듬성듬성 핀 연분홍색 꽃은 납작한 푸른 접시에 올라 앉아 고고하게 얼굴을 내민 듯하다. 지천에 깔린 연잎은 방사형으로 활개를 편다. 연못을 가깝게 들여다보기 위해 수변 덱을 따라 걸어 들어가니 다붓한 연이 살아 움직이는 듯 보인다. 한 차례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는 연밥이 씨를 품고 쭉쭉 뻗어 있다. 9~10월에 단단하고 검게 변하는 연 씨는 약재나 차로 그 쓰임을 다할 것이다. 저 멀리 천천히 노를 저으며 연못 한가운데를 배회하던 관리인이 솜씨 좋게 연밥을 툭툭 걷어낸다.


강주연못이 언제·어떻게 축조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이곳이 진주의 옛 지명인 강주의 진영터라는 사실은 오래된 기록에 남아 있다. 조선 시대에는 유학자의 친목 장소, 일제강점기 시대에는 서당, 그후에는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한 저수시설 등으로 사용했다고 전해온다. 2005년에 이르러 지금의 탐방로와 근린 시설을 정비해 생태자연공원으로 지정됐다. 연못 곁에는 반세기 역사를 품은 고목이 1킬로미터 남짓의 산책로를 장식한다. 사람들은 이 길을 걸으며 인생의 한 추억을 장식할 사진 속 배경으로 기억하리라.


 강주연못 진주시 정촌면 예하리 911-11.




얇게 썬 육전이 고명으로 올라간 진주냉면. ©오작

SIDE TRIP

냉면의 신세계

북한에서 출간된 책 <조선민속전통>에서 평양냉면 만큼이나 제일로 일러주던 진주냉면은 고명으로 소고기 육전을 올리는 게 특징. 진주냉면의 원조로 알려진 하연옥은 50년 전통을 지닌 식당으로, 2박 3일 동안 진하게 우려낸 해물 육수를 15일간 저온 숙성해내는 비법을 이어오고 있다. 강주연못 근처에 사천점이 위치한다. 진주냉면 9,000원, 055 853 9005, 경남 사천시 사남면 하동길 8-11.















Best for Landscape

사천바다케이블카

탁 트인 한려해상의 풍광을 내려다보는 사천바다케이블카. ©오작

 사천읍에서 출발한 자동차가 삼천포에 이르자 마치 다른 도시에 입성한 듯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각산과 사천 바다 사이를 구불구불 헤쳐나가는 해안관광로는 드라이빙의 묘미를 한껏 끌어올린다. 차창 너머로 바닷바람과 가을 햇살이 기분 좋게 들이친다. 사천을 포함해 거제, 통영, 하동 그리고 남해와 여수에 걸쳐 있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은 해양과 도서, 산지를 절묘하게 버무려놓았다. 특히 사천지구가 품은 풍광은 남해와 사천을 잇는 창선·삼천포대교 덕분에 더욱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5개의 교량 사이에 떠 있는 3개의 섬은 푸른 바다 위에 심어놓은 화초처럼 짙은 신록을 뽐낸다.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솟은 사장교 위로 장난감처럼 생긴 캐빈이 쉴 새 없이 오간다. 올해 4월 개통한 사천바다케이블카다. 창선·삼천포대교 맞은편 대방정류장에서 출발하는 이 해상케이블카는 아파트 30층 높이(74미터)에서 바다 위를 유유히 지나가고, 초양정류장에서 우회한 다음 해발 약 400미터의 각산정류장에 승객을 떨궈놓는다. 눈깜짝할 사이에 아찔한 바다를 건너 울창한 산세를 뚫고 지나가는 루트는 그렇게 섬, 바다 그리고 산을 아우른다. 사천바다케이블카는 한려수도에서 육지와 섬을 잇는 여수해상케이블카와 육지와 산을 오가는 통영케이블카를 합쳐놓은 것 같다.  


한려해상을 감상할 수 있는 사천바다케이블카. ©오작

국내 해상케이블카 중 가장 긴 2.43킬로미터의 거리가 무색할 만큼 케이블카의 체감 속도는 제법 빠르다. 26.6도로 살짝 꺾인 곡선 코스에서도 흔들림을 거의 느낄 수 없도록 설계했지만, 마치 바다로 내리꽂듯 질주하는 구간에서는 어쩔 수 없이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바닥이 유리로 된 크리스털 캐빈에 올랐다면,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아찔한 스릴이 추가될 것이다.


“하차해서 한려해상을 구경하세요.” 각산 정류장에서 안내원이 승객을 응대하며 말한다. 200미터 정도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전망대에 도착한다. 비로소 유리창을 걷어내고 탁 트인 시야로 한려해상을 감상하는 시간. 유리알이 내려앉은 듯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섬과 사천 바다의 명물 죽방렴, 포말을 일으키는 유람선과 낚싯배가 무성영화처럼 재생된다. 곧 맞은편 초양도에 조성 중인 공원이 완성되면, 각산정류장뿐 아니라 초양정류장에서도 하차가 가능해진다. 유채꽃이 만발한 공원에서 바라보는 각산의 풍경을 인서트로 추가해도 좋다는 얘기다.


사천바다케이블카 1만5,000원, 사천시 사천대로 18, cablecar.scfmc.or.kr





사천의 대표 드라이브 코스로 꼽는 실안낙조. ©오작

Tip 낙조를 기다리며


사천에서 삼천포로 이어지는 실안해안도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로 명성이 높다. 사천8경에 속하는 실안낙조는 사천 자동차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볼거리다. 해가 서서히 자취를 감추는 동안 하늘은 핑크빛에서 오렌지빛으로 색색의 스펙트럼을 펼쳐 보인다. 잠시 자동차를 멈추고, 삼각대를 든 출사객 틈으로 들어가 붉게 물든 하늘과 바다, 어스름한 산머리, 실안낙조에서 빠질 수 없는 죽방렴을 한 프레임에 담아보자.













다음 이야기

Part 2. 카페 정미소에서 고성 송학동 고분군까지

Part 3. 고즈넉한 오호락 펜션에서 요트 체험까지

사천 · 고성 자동차 여행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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