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에몬테, 페루 북부, 캐나다 매니토바 등
2019년에 떠나야 할 최고의 지역 10곳.
이탈리아 북서부의 끝자락, 육지에 둘러싸인 피에몬테(Piemonte)는 과거 사보이 왕가의 중심지였고, 이탈리아 통일 당시 격변의 무대였으며, 20세기 산업을 이끈 주역이었다. 그간 피에몬테는 지역적 이점을 활용하는 데는 능했지만, 이를 여행지로서의 매력으로 어필하는 것은 서툴렀다. 하지만 다행히 현대미술과 일렉트로닉 음악이 꽃을 피우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특별한 자화상을 볼 수 있는 왕립도서관(Biblioteca Reale)이 자리한 주도 토리노가 이곳에 있다. 여기에 알프스의 호젓한 산길, 옹기종기 모인 전원 마을, 이탈리아 최고의 레드 와인과 화이트 트러플을 생산하는 계곡까지 즐길 수 있으니, 피에몬테가 예술과 음식을 사랑하는 여행자들의 비밀로 남아 있을 날은 그리 길지 않을 듯하다.
50년 전 캐츠킬산맥(Catskill Mountains) 중심부에서 열린 우드스톡 페스티벌(Woodstock Festival)은 한 세대를 규정하는 분수령이 된 사건이었다. 그 시절의 히피족은 이제 손주가 있을 법한 나이가 되었지만 그들의 자유로운 정신은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뉴욕주 북부 일대, 인디 문화를 사랑하는 도시들에 여전히 살아 있다. 최근 몇 년 새 팜투테이블(farm to table, 지역 식자재를 현지에서 소비하는 사회 운동) 레스토랑, 수제 맥주 양조장과 증류주 양조장이 대거 들어섰고 예술 공동체와 세간의 이목을 끄는 공연장도 증가 추세다. 역사의 일부가 되고 싶은 공연 마니아라면, 2019년 8월에 캐츠킬산맥으로 가야 한다. 우드스톡 50주년을 맞아 다시 한 번 파티와 음악이 이 지역을 물들일 예정이다.
페루 북부는 최고로 꼽히는 것만 모여 있는 집합소이자,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의 발상지이며,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간직한 곳이다. 한마디로 남아메리카 여행의 정수만 골라 놓은 듯한 지역이다. 많은 여행자가 페루 남부로 황급히 달려가느라 멋진 북부를 그냥 지나치곤 한다. 하지만 마추픽추(Machu Picchu)의 관광객 수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정부가 나서 북부에 관광 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쿠엘랍(Kuélap)에 케이블카가 운행하면서 요새를 방문하기 쉬워졌고, 리마에서 북부로 향하는 항공편이 증가했다. 한마디로 2019년은 그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페루 북부를 여행하기에 완벽한 때다.
호주 중부, 레드 센터(Red Centre)의 영적 중심지는 호주에서 가장 경이로운 자연물로 꼽히는 거대한 바위 울루루(Uluru)다. 2019년 이 성스러운 장소가 드디어 등반가의 입장을 제한한다. 탐험가들이 이 바위를 ‘정복’하기로 결정한 지 거의 150년 만의 일이다. 이제 여행자들은 바위에 오르는 대신 이곳이 얼마나 빼어난 자연적· 문화적 가치를 지닌 세계유산인지 탐구하게 될 것이다. 울루루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지켜온 사람들의 독특한 세계관을 알아보고 별과 사막을 새로운 시선으로 관찰하자. 근처의 울루루 카타 추타(Uluru-Kata Tjuta)와 와타르카 국립공원(Watarrka National Park), 앨리스 스프링스도 탐험하자.
스코틀랜드 하일랜드(Scottish Highlands)와 주변 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위스키는 1,000년의 증류 역사와 문화를 자랑한다. 현재 위스키는 1890년대 이후 볼 수 없었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20개 이상의 위스키 양조장이 문을 열었고, 2020년까지 최소 20곳이 더 생길 예정이다. 증류주 양조장을 방문하는 것은 유럽에서 가장 거친 자연과 수려한 풍광이 있고, 인구수가 제일 적은 이 지역을 처음 접하는 훌륭한 방법이다. 테루아르(terroir, 술이 만들어지는 곳의 풍토)와 양조 기술에 대해 배우고 위스키를 시음할 수 있으니 말이다. 캠핑카 전용 주차장부터 오래된 건물을 본 따 만든 디자이너 코티지까지 숙박 분야 또한 혁신적이고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이 외딴 지역을 방문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
러시아가 이웃 아시아 국가들에 강한 관심을 드러내면서, 최근 몇 년 사이 극동 지역은 가장 외딴 벽지에서 국가의 핵심 지역으로 떠오르는 인상적인 변화를 겪었다. 이 같은 새로운 활력은 지역 최대 도시 블라디보스토크가 극동의 중심 도시에서 문화와 미식의 중심지로 부상한 데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에르미타주 박물관(Hermitage Museum)과 마린스키 극장(Mariinsky Theatre)은 최근 블라디보스토크에 분관을 설립했고, 파브리카 자랴(Fabrika Zarya) 예술 단지처럼 이 지역에서 탄생해 큰 성공을 거둔 곳도 있다. 블라디보스토크가 상승세를 타고 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극동 지역의 때묻지 않은 자연과 웅장한 화산을 둘러보는 것도 과거에 비해 한결 수월해졌다.
2019년 10월 2일 수요일, 인도 구자라트(Gujarat)에서 대규모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인도 총리이자 이 지역 출신인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가 구자라트에서 가장 유명하고 사랑받는 인물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5억 루피(한화로 약 234억)의 예산을 책정한 것. 하지만 대대적인 축제 분위기 속에서도 구자라트의 차분하고 고요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얼마든지 있다. 수많은 연으로 물든 하늘 아래 자리한 외딴 마을, 사자와 늑대, 하이에나, 야생당나귀가 배회하는 평화로운 자연보호구역, 자수와 거울로 장식한 전통 의상으로 유명한 알록달록한 마을 카치(Kachchh)를 찾아가보자.
매니토바(Manitoba)는 그야말로 모든 것의 중심에 있다. 지리적으로 캐나다 중앙에 위치해 있고 교류의 주요 거점으로, 고대 원주민은 오늘날 위니펙 도심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물물교환을 했다. 주도 위니펙은 인구 4분의 1이 최근 필리핀과 나이지리아, 인도 같은 다양한 나라에서 건너온 이주민으로 이루어져 있어 문화적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다. 북부의 처칠(Churchill) 인근 지방은 캐나다 거대 동물의 주요 서식지로, 곰이 돌아다니고 고래가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지역을 연결하는 항공편이 증가하고 사파리 투어가 발달하면서 여행자는 전보다 자연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아름다운 해변으로 수놓인 노르망디(Normandy)의 거칠고 낭만적인 해안 풍경은 맛있는 해산물과 녹진한 치즈, 최고의 사과주로 완성된다. 역사 애호가라면 풍요로운 유산으로 가득한 이 지역을 어디부터 살펴봐야 할지 고민스러울 것이다. 2019년에는 노르망디 상륙 작전 75주년을 맞아 풍성한 기념행사와 축제가 열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뿐만 아니라 루앙에선 루앙 선박 축제(Armada de Rouen) 30주년을 준비 중이다. 4~6년에 한 번씩 이 축제가 열리면 전 세계 선박이 항해를 위해 센강에 모여들고, 수백만 명이 이를 관람하기 위해 찾아든다.
광활한 아타카마 사막(Atacama Desert)의 남쪽 끝자락, 산에서 흘러나온 강은 포도밭으로 뒤덮인 비탈과 조각 같은 산봉우리, 별이 가득한 하늘 밑 마을을 지나 굽이굽이 흘러간다. 이곳은 칠레 북부에서 가장 매혹적인 엘키 계곡(Elqui Valley). 1년 중 볕 좋은 날이 320일에 이르고 노벨상을 수상한 시인이 태어난 곳이며 칠레 피스코 생산의 중심지이지만, 넘치는 매력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다. 하지만 점차 입소문이 나고 있는 데다, 우주여행을 꿈꾸는 이들이 이곳의 맑은 하늘을 찾아 점점 더 모여드는 중이다. 바로 머리 위에서 개기일식을 관측할 수 있는 2019년에는 더 많은 사람이 몰릴 것이다.
글.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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