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RET HISTORY
겹겹이 튀어나오는 마트료시카 인형이 중국에서 일본을 거쳐 어떻게 러시아까지 전파됐는지 알아보자.
마트료시카(Matryoshka) 인형은 프랑스의 크루아상, 네덜란드의 나막신처럼 러시아의 중요한 아이콘으로 여겨진다. 사실 이 수수께끼 같은 아담한 인형에는 국경을 뛰어넘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우선 중첩된 물건의 기원은 중국 송나라(960~1279)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송나라의 목수는 기발한 창의력을 발휘해 상자 안의 상자를 만들었다. 800년이 지난 뒤, 상자는 인형으로 진화했다. 그중 가장 작은 인형은 쌀 한 톨만 한 사이즈였다고. 이후 일본으로 건너간 중첩 인형은 행운의 일곱 신을 묘사하는 데 사용됐다.
19세기 후반 러시아의 사업가 사바 마몬토프(Savva Mamontov)는 국가의 민속예술과 공예를 증진시키기 위해 자신의 고향에 예술가 거주지를 세웠다. 당시 마을에서는 일본의 중첩 목각 인형을 모티프 삼아 러시아 전원의 삶을 반영한 인형을 만들기로 한다. 이는 삽화가 세르게이 말류틴(Sergei Malyutin)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것. 그는 공예가 즈뵤즈도치킨(Zvyozdochkin)을 초빙해 조각을 맡겼고, 자신이 직접 색을 칠했다. 그들은 이 인형을 어머니를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착안해 ‘마트료시카’라 부르고 사라판(sarafan, 러시아식 전통 원피스)과 머리 스카프를 그려 넣었다. 그렇게 탄생한 마트료시카 인형은 러시아의 모성애와 풍요로움을 상징했다. 1900년 파리에서 열린 세계 박람회에 출품한 마트료시카 인형은 굉장한 반향을 일으켰다.
1980년대 표현의 자유가 국가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러시아의 지도자 역시 마트료시카 인형의 주요 소재가 됐다. 그중 하나는 가장 큰 바깥 인형을 미하일 고르바초프(Mikhail Gorbachev) 대통령의 두상 형태로 만든 것. 이는 ‘고르비(Gorby)’라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영국 링컨(Lincoln)의 안누시카 러시안 돌스(Annushka Russian Dolls)는 러시아 세메노프(Semenov) 공장에서 제작한 마트료시카를 판매한다. 손으로 직접 칠한 인형은 최대 20개까지 분리된다. 빙그레 웃는 산타클로스를 포함해 다양한 캐릭터 세트도 구입할 수 있다. matryoshkarussiandolls.co.uk
모스크바에서 마트료시카 인형을 구하고 싶다면 도시의 주요 명소인 이즈마일롭스키 시장(Izmaylovsky Market)으로 향하자. 시장에 늘어선 가판대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색상과 모양, 크기의 마트료시카 군단을 만나게 될 것이다. 당연히 흥정은 필수다.
상상을 뛰어넘는 마트료시카를 만나고 싶다면 중국 북동부 내몽골의 만저우리(满洲里)에 있는 마트료시카 광장으로 가보자. 단일 사이즈로 세계에서 가장 큰 30미터 높이의 마트료시카 조형물을 세워놓았다. 초대형 조형물을 중심으로 좀 더 작은 200개의 인형이 둘러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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