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_이승윤이 추천하는 자연인 여행지
2012년 방영하기 시작해 국민 힐링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나는 자연인이다>. 방송을 통해 산과 오지를 넘나들며 자연인을 만나는 이승윤에게 자연을 만끽하는 여행에 대해 들어보자.
Q. 내년이면 <나는 자연인이다>가 7주년을 맞네요. 소감이 궁금합니다.
그렇게 오래됐다니 믿기지 않네요. 등장인물이 단 2명이고 전개가 스펙터클한 편도 아니어서 이 프로그램이 오래갈 수 있을까 걱정도 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분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마 자연이 주는 편안함 때문인 것 같아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기 좋아서 한 번 보면 헤어나올 수 없죠.
Q. 촬영 때문에 전국 오지를 많이 다닐 것 같아요.
전국 방방곡곡을 모두 다녀온 것 같습니다. 다시 찾아가기 어려운 곳이 대부분이죠. 보통 200킬로미터정도 거리면 가깝다고 생각해요. 산간벽지부터 바다, 무인도까지 오지란 오지는 다 가봤지만 전라남도 진도 옆의 한 섬은 정말 멀었답니다.
Q. 자연인을 만나러 가는 길이 험난할 텐데요.
촬영 날에는 보통 새벽 4시부터 일어나 움직입니다. 근방에 도착해도 자연인이 대개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살기 때문에 집을 찾아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요. 산에 등산로가 없는 경우도 있어서 산속 집을 찾아가는 데만 1시간이 넘을 때도 있죠.
Q. 기억에 남는 촬영지가 있나요?
딱 기억에 남는 촬영지가 있다기보다, 촬영을 하다 문득 바라본 풍경에 감동하는 순간이 있어요. 그게 어디든 자연이라서 좋은 것 같아요.
Q. 평소 오지 여행이나 탐험, 와일드 캠핑 등에 관심이 많나요?
아니요. 관심이 많진 않았어요. 등산을 좋아해서 북한산을 자주 가긴 했지만.
Q. 촬영을 하다 보면 여행하는 기분도 드나요?
초창기에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힘들었어요. 오지를 찾아다니는 프로그램이 익숙지 않았고 체력도 많이 소모됐죠.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자연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기까지 시간이 제법 걸렸죠. 한 3년 정도…. 이젠 촬영이라기보다는 여행한다는 마음으로 가고 있습니다.
Q. 촬영지 중에 여행을 위해 다시 찾은 곳이 있다면?
강원도나 지리산을 종종 갑니다. 이제는 북적거리는 관광지보다는 조용히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좋아요.
Q. 자연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멍하니 있을 때가 가장 좋아요. 산들바람이 부는 우거진 숲을 바라보면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 순간…. 여행을 떠나면 평소 고민하던 것을 잊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처럼 자연에서도 마찬가지랍니다. 머릿속을 비우고 다른 걸로 채울 수 있게 되죠.
Q. 반대로, 가장 힘든 순간은?
여름에는 해충 때문에 힘듭니다. 모기가 기승을 부리면 한 100방은 쏘이는 것 같아요. 한 번은 수풀에 들어갔다가 야생 진드기에게 물려서 엄청 고생했어요. 가장 힘든 건 추위예요. 차라리 한겨울에는 몸이 추위에 적응하지만, 겨울로 넘어가는 환절기에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죠. (먹는 건요?) 아시다시피 힘들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자연의 맛을 알게 돼서 괜찮습니다. 자연인의 음식에 완벽히 적응한 상태예요.
Q. 자연에서 활동할 때 주의 사항이나 팁이 있다면?
저는 오히려 선크림이나 헤어 스프레이 등을 사용하지 않아요. 과도한 향이 벌이나 해충을 꼬이게 하기 때문이죠. 또 한 곳에 머물러 있으면 안 돼요. 힘들다고 수풀에 오래 앉아 있으면 진드기가 들러붙기도 합니다.
Q. 반드시 챙기는 서바이벌 아이템이 있나요?
해충 전용 응급 키트, 진드기 퇴치 스프레이, 붙이는 모기 퇴치제 등 벌과 해충의 습격을 막아주는 용품들.
Q. 자연을 다니며 예전과 달라진 점은요?
과거 저는 욕심꾸러기였습니다. 행복의 가치가 무조건 물질적인 거라고 생각했죠. 자연을 접하며 욕심을 내려놓게 되었어요. 진정한 행복을 찾기 시작했죠. 돈이 많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지만 돈이 많다고 해서 행복을 살 순 없잖아요. 이제는 최대한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합니다. 방송도 진행자로서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자연인을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니 진솔한 감정이 잘 전달되는 것 같아요. 가장 좋은 건 인상이 부드러워진 거예요. 방송 1회 때 나온 ‘전설의 눈빛’이 모든 걸 알려주죠. 이제는 그 눈빛이 잘 안 나와요.
Q. 만약 이승윤 씨가 자연인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저는 자연에서의 삶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기 때문에 대답하는 게 조심스러워요. 자연에 대한 두려움, 홀로서기의 외로움 등 하나부터 열까지 호락호락하지 않죠. 수많은 난관을 이겨낸 사람만이 자연에서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아직 부족한 게 많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끝날 즈음에는 준비가 되지 않을까요?
Q. 마지막으로, 내년에 계획 중인 여행이 있나요?
올해 자주 가지 못했던 가족 여행을 많이 다닐 생각입니다. 내년이면 여섯 살이 되는 아들과 함께 캠핑을 해보고 싶어요. 우선 가까운 제주도부터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최전방에 자리한 화천은 청정 자연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높은 산에 에워싸인 데다, 계곡마다 북한강 상류의 맑은 물이 넘쳐 흐른다. 인공 호수인 파로호의 경관도 빼어나며, 겨울에 열리는 산천어 축제도 인기가 좋다.
서울에서 2시간이면 닿는 단양은 접근성이 좋은 여행지다. 사계절 아름다운 풍광을 뽐내는 소백산이 자리하는데, 나뭇가지마다 눈꽃이 핀 겨울 설경은 소백산의 백미. 단양팔경, 천연 동굴, 패러글라이딩 등 다채로운 매력이 가득하다.
지리산과 덕유산이 모두 지나는 함양은 아름다운 산천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산세가 완만한 지리산을 따라 트레킹하는 둘레길 코스가 잘 마련돼 있다. 고택이 모여 있는 개평 한옥 마을에 들러 옛 정취를 느껴봐도 좋겠다.
이승윤은 방송인으로 현재 MBN의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에서 MC로 활약 중이다. 인스타그램 iron_0214
✽ 이번 인터뷰는 등대사진관( 인스타그램 yichangjoo)에서 19세기 사진술인 습판 사진으로 촬영했다. 감광액을 바른 철판이나 유리 등에 현상하는 것으로 과거로 회귀한 듯한 빈티지한 매력이 특징.
글. 문지연 사진. 이규철, 이창주
BEHIND THE SCENES
잊지 못한 11월 11일
인생 첫 연예인. 조금 쑥스럽지만 이승윤 씨는 내가 인터뷰한 첫 번째 연예인이다. 차마 티는 내지 못하고 설렘과 떨림이 오가는 가운데 인터뷰를 진행했다. 더욱이 단번에 찍어야 하는 습판 사진 촬영은 온 스태프를 긴장하게 만들었는데, 이승윤 씨는 오히려 자연인 이야기를 풀어가며 사람들을 빵빵 터뜨렸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끈 이승윤 씨 덕분에 매니저 강현석 씨와 함께 보너스 촬영까지 하게 됐다!
에디터 문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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