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더로드 Jan 21. 2019

충청도 세 도시 자동차 여행
- 청주 편

충북 청주에서 시작해 세종특별자치시를 거쳐 대전으로 향한다. 미호천과 금강이 흐르는 대한민국 중앙부를 가로지르며 충청 내륙의 중심 도시를 넘나드는 드라이빙 코스를 따라가보자. 역동적으로 변화 중인 혁신도시와 도시 재생으로 들썩이는 구시가에서 이색 공간과 소담한 풍경을 발견할 수 있다.




Best for Retro

1. 동부창고

푸드랩과 목공예실, 갤러리 등으로 꾸민 동부창고 외관. 방문객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셀프 카페. ⓒ 임학현
증강현실 앱을 이용해 동부창고의 옛 풍경을 구경해보자. ⓒ 임학현

청주 안덕벌의 동부창고는 1946년 설립한 담배 공장인 청주연초제조창의 일부로 현재 담뱃잎을 보관하던 창고 7동이 남아 있다. 15년 이상 방치된 창고는 검게 그을린 듯한 흔적이 그대로 있고,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촬영 당시 그린 벽화가 슬며시 보이기도 한다. “7동 가운데 34, 35, 36동을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각각 커뮤니티 플랫폼, 공연 예술 연습 공간, 동아리 활동 공간 등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는 열린 창고로 활용하죠.”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박종명 연구원이 동부창고 36동을 안내하며 말한다. 멀끔하게 탈바꿈한 내부와 대조적인 금강송 목조 트러스 지붕의 원형이 눈에 들어온다. 그가 입구 벽면에 있는 증강현실 앱을 작동하니 이곳에서 솔, 라일락, 장미 등 내수용 담배를 만들던 근로자의 흑백사진이 스마트폰에 떠오른다. 연간 100억 개비의 담배를 생산하고 세계 17개국으로 수출하던 청주 대표 산업체의 영화롭던 한 시절이다.


흥미로운 것은 공동화 현상으로 사람들이 빠져나간 안덕벌 마을의 변화다. 청주연초제조창 앞 안덕벌로49번길 언덕배기에 버려진 빈집들이 동네 예술가의 전시 공간과 작업실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옛 가옥의 골조가 단출하게 남은 낡은 폐가에는 이제 사람의 온기가 피어오른다. 동부창고 옆에는 곧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 새롭게 들어선다. 한때 모두 떠나버린 상실의 땅은 이제 청주에서 가장 역동적인 문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 월~금요일 10am~10pm, 토요일 10am~5pm, 일요일 · 공휴일 휴무, 043 715 6861, 충북 청주시 청원구 덕벌로 30, dbchangko.org






Best for Handcraft

2. 루모스랩

하재융 대표는 대부분의 시간을 작업실에서 보낸다.   만년필, 명함꽂이, 탁상 조명 등 작은 생활 소품을 판매하는 루모스랩. ⓒ 임학현
오래된 됫박을 깎고 다듬어 완성한 탁상시계. ⓒ 임학현

동부창고에서 출발해 우암산자락으로 향한다. 벽화마을로 유명한 수암골 전망대에 정차해 청주 시내가 펼쳐지는 풍경을 눈에 담아본다. 차창 너머 우암산의 녹음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고요한 주택가 골목인 대성로122번길에 도착한다. 골목에서 유난히 반짝이는 루모스랩의 진열창에는 각기 다른 결의 도마와 나무 식기, 달력 보드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나무의 질감을 살린 시계와 오래된 됫박을 깎고 다듬어 완성한 탁상시계도 보인다.


 “컴퓨터로 디자인하고 공장에 맡겨 대량생산하는 회사 업무가 무의미하다고 여겼어요. 고향 청주로 내려와 작업실과 가게를 연이어 오픈했습니다. 손으로 나무를 다루는 일을 가장 좋아하니까요.” 하재융 대표가 자신의 공방을 안내하며 말한다. 작업 공간이 필요했던 그는 추가로 실내를 확장했고, 수시로 작업실에서 나무를 매만진다. “한 제품의 표면을 마감하는 데 일주일이 걸릴 만큼 마무리 작업에 공을 들여요. 나무의 결에 집중하면서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성도 높게 마감하려고 합니다.” 재료에 솔직하고 기본에 충실한 하재융 대표의 이런 태도는 루모스랩의 제품을 한층 신뢰하게 만든다.


ⓘ 10:30am~8pm, 일·월요일 휴무, 충북 청주시 상당구 대성로122번길 22, 인스타그램 lumos.lab 





Best for Staying

3. 고선재

국가민속문화재 제133호인 고선재. ⓒ 임학현
본채 바깥에 감을 말리는 정겨운 모습. 고선재찻집에는 딱히 메뉴판이 없고, 쌍화차와 대추차 가운데 주문할 수 있다. ⓒ 임학현

청주에서 속리산, 보은 방향으로 달리던 차가 고은 삼거리를 지나 외딴 마을 골목길로 들어선다. 길 입구에는 500년 된 느티나무의 가지가 마을을 수호하듯 하늘을 뒤덮고 있다. 이어 범상치 않은 자태의 목조 고택에 압도된다. ‘청주 고은리 고택’이라는 현판과 고선재를 알리는 안내판이 보인다. 활짝 열린 문에 들어서자 털이 복실거리는 강아지가 낑낑대며 아는 체를 한다. 툇마루에는 언뜻 보아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고가구가 가득하고, 지붕 너머로 까치밥을 먹으려는 새가 분주하다. “철종 12년(1861년)에 지은 집이니 160년 된 한옥이지요. 어느 방에서 머무르실까?” 40년 전 시집와 23년째 고선재를 지키는 안주인 김향숙 여사가 팔작지붕의 안채로 안내하며 말한다. 집은 ‘ㄱ’자 모양의 안채를 중심으로 소작인이 머물던 행랑채와 곳간채, 광채가 둘러싸고 있다. 유리로 중창을 낸 사랑채는 1930년대에 지은 것. 안채의 방 한쪽에는 김향숙 여사의 시어른들이 시집올 때 마련한 가구가 100년이 넘도록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침을 깨우는 것은 바로 전날 올린 지붕 볏짚 사이의 곡물을 쪼아대는 새들의 지저귐이다. 밤새 내린 싸락눈 덕분에 한옥이 온통 새하얀 물감을 칠해놓은 것 같다. 담장 바깥으로 1바퀴를 걷는 동안 500년 된 향나무와 감나무, 동백나무를 만난다. 팔작지붕의 아름다운 곡선을 내려다보니 간밤에 방 안을 부유하던 찬 공기는 충분히 감내할 만하다. ‘많이 베푸는 집’이라는 의미를 지닌 고선재(高宣齋)의 나긋한 풍경은 마음을 넉넉하게 누그러뜨린다. 사랑채에서 내어주는 따뜻한 쌍화차 1잔을 마시는 아침까지 모든 순간을 고이 간직해본다.


ⓘ 숙박 6만 원, 043 298 0148,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윗고분터길 33-15, blog.naver.com/2donidoni





글. 신진주            사진. 임학현





충청도 세 도시 자동차 여행 이어진 이야기

Part 2. 충청도 세 도시 자동차 여행 - 세종

Part 3. 충청도 세 도시 자동차 여행 - 대전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와 함께 최고의 여행을 만나보세요.

▶ 론리플래닛 코리아 웹사이트

▶ 론리플래닛 코리아 페이스북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에서 영화처럼 여행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