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이 넘치는 라스베이거스에는 당신이 원하는 모든 즐길 거리가 있다. 사막 위 신기루 같은 도시에서 24시간이 모자란 짜릿한 일탈을 즐겨보자.
휘황찬란한 호텔이 늘어선 스트립에는 전 세계 관광객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한 레스토랑도 즐비하다. 그중 가장 예약하기 힘든 식당을 손꼽자면 헬스 키친(Hell's Kitchen)이 아닐까? 2018년 1월, 시저스 팰리스 호텔(Caesars Palace Hotel)에 오픈한 이곳은 고든 램지(Gordon Ramsay)가 라스베이거스에 연 다섯 번째 레스토랑이다. 이전까지의 레스토랑은 캐주얼하게 버거, 피시 앤드 칩스, 스테이크 등을 냈지만 헬스 키친은 파인다이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램지의 명성도 인기 요인 중 하나지만, 그가 출연한 폭스 TV(FOX TV)의 셰프 선발 방송 프로그램을 모티프로 한 콘셉트가 더욱 호기심을 자극한다.
블루 팀과 레드 팀의 대결 구조로 된 세트장을 그대로 옮겨온 오픈 키친에서 낯익은 셰프들이 마치 경쟁하듯 분주히 요리한다. 총주방장을 맡은 2017년 시즌 최종 우승자 미셸 트리블(Michelle Tribble)을 비롯한 역대 우승자들이 자신의 시그너처 요리를 헬스 키친에서 구현하는 중이다. 쇠고기 안심을 페이스트리로 감싼 고든 램지의 비프 웰링턴과 트뤼플 오일로 풍미를 살린 랍스터 리소토 등 브라운관을 보며 군침을 삼키던 메뉴를 실제로 맛볼 수 있다는 얘기다.
뉴트로 콘셉트의 먹거리 열풍은 라스베이거스에서도 유효하다.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인기를 독차지하는 더 베네시안 호텔(The Venetian Hotel)의 블랙 탭(Black Tap)이 대표적. 뉴욕 소호의 작은 버거집으로 시작한 블랙 탭은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밀크셰이크로 힙스터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이름하여, 크레이지 셰이크. 주문을 넣자마자 종업원이 기다란 잔에 밀크셰이크를 가득 채운 뒤 거침없이 토핑을 올린다. 커다란 막대 사탕을 꼽거나, 케이크 1조각을 통째로 올리고, 솜사탕을 덕지덕지 붙이는 식이다. 기발한 비주얼 덕분에 보기만 해도 혈당이 올라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개성 있는 아티스트의 벽화로 장식한 매장은 셰이크 외에도 창의적인 수제 버거와 크래프트 맥주를 즐기는 이들로 항상 붐빈다.
ⓘ 헬스 키친 랍스터 리소토 25달러, 11am~11pm, caesars.com/caesars-palace
ⓘ 블랙 탭 크레이지 셰이크 15달러부터, 11am~12am, 금·토요일 2am까지, 인스타그램 blacktaplv
라스베이거스의 내로라하는 호텔에서 매일 밤 다채로운 공연이 열리지만 현지인까지 열광하는 쇼는 드물다. 물론 하드 록 호텔(Hard Rock Hotel)의 매직 마이크 라이브(Magic Mike Live)를 예매하면 얘기가 다르다. 영화배우 채닝 테이텀(Channing Tatum)이 직접 연출해 유명해진 이 쇼는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매직 마이크 XXL>에서처럼 무명 배우 시절 스트리퍼로 활동하던 자신의 경험을 담았다. 강렬한 춤과 음악을 결합한 스트립쇼는 매회 매진을 기록하며 현지에서도 단연 화제다.
매직 마이크 라이브가 열리는 클럽 도미나(Club Domina)에 들어서자 매혹적인 머스크 향이 코를 찌른다. 2층까지 마련된 좌석이 한껏 치장한 여성 관객으로 꽉 차고 나자, 매력적인 13명의 남성 댄서가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이들은 공연 내내 클럽을 휩쓸며 현란한 춤과 애크러배틱을 선보일 것이다. 때론 칵테일이 놓인 테이블을, 때론 관객의 무릎 위를 무대 삼아. 그럴 때마다 관객들은 가짜 돈을 뿌리거나 함성을 지르는 방법으로 호응하며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섹시한 공연에 흠뻑 빠져든다.
ⓘ 매직 마이크 라이브 입장료 49달러부터, magicmikelivelasvegas.com
픽업 차량을 타고 스트립 북쪽으로 20분 정도 달려 라스베이거스 모터 스피드웨이 (Las Vegas Motor Speedway)에 도착한다. 사막 위에 시원스레 펼쳐진 레이싱 서킷을 마주한 사람들이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그 옆에 나란히 서 있는 슈퍼카를 보자 감탄과 설렘이 뒤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드림 레이싱(Dream Racing)은 슈퍼카를 타고 서킷을 질주하며 짜릿한 쾌감을 만끽하는 레이싱 체험장이다. 람보르기니 우라칸부터 맥라렌 720S, 페라리 458 이탈리아 등 로망을 실현해줄 슈퍼카 75대가 언제든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전 세계 레이싱 체험장 중 저희가 가장 많은 슈퍼카를 보유했을 거예요.” 드림 레이싱 마케팅 담당자인 스티븐 존스(Steve Jones)가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며 덧붙인다. “사실 슈퍼카가 처음이라면 성능과 차종 상관없이 어떤 걸 타도 똑같아요. 그러니 가장 꿈꾸던 드림 카를 고르는 게 팁이죠.” 운전 시 안전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자. 서킷에 오르기 전 안전 및 시뮬레이션 교육을 철저히 진행하고, 인스트럭터가 동승해 가속과 감속 구간, 코너링 타이밍까지 알려주니까. 그저 자신있게 페달을 밟으면 된다. 스피드보다는 스릴을 즐긴다면 배틀 드리프트 체험을 선택하자. 레이서가 운전하는 드리프트 카 2대가 서로 부딪칠 듯 벌이는 아슬아슬한 경주를 바로 옆자리에서 생생하게 동참할 수 있다.
ⓘ 드림 레이싱 슈퍼카 레이싱 체험(5바퀴 기준) 178달러부터, dreamracing.com
스트립을 벗어나지 않고 색다른 즐길 거리를 찾는다면 더 링크 프로메나드(The LINQ Promenade)로 향하자. 시저스 팰리스 호텔 맞은편에 자리한 이곳은 아기자기한 상점과 레스토랑, 바가 즐비한 거리 뒤로 라스베이거스의 랜드마크인 하이롤러가 우뚝 솟아 있는 복합 야외 문화 공간이다. 작년 11월에 스트립 최초의 집라인 플라이 링크(FLY LINQ)가 들어서면서 어트랙션을 하나 더 추가했다. 집라인을 타기 위해 스트립 인근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자 건너편 도착 지점인 하이롤러가 한눈에 들어온다. 340여 미터 거리의 집라인을 주파하는 시간은 단 35초. 막상 체감하는 속도는 예상보다 느려서 주변을 구경하는 여유까지 생긴다. 보다 아찔함을 느끼고 싶다면 누워서 타는 슈퍼맨 자세에 도전해보길.
집라인에서 내리자마자 서둘러 대관람차 하이롤러(High Roller)로 이동한다. 자칫하다 때를 놓치면 석양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라스베이거스의 겨울은 유독 해가 짧다. 오후 5시면 벌써 어둑어둑해지기 때문에 하이롤러에서 석양을 감상하려면 오후 4시 정도에 타는 게 적당하다. 높이 167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관람차가 느리게 회전을 시작한다. 캡슐이 최고 높이에 다다르자 전망 또한 최고조에 치닫는다. 슬슬 조명이 켜지는 스트립부터 자못 가깝게 느껴지는 사막까지, 붉게 타오르는 노을에 휩싸인 라스베이거스의 전경을 보기에 이만한 장소도 없을 듯하다.
ⓘ 플라이 링크 25달러부터, flylinq.com
ⓘ 하이롤러 25달러부터, caesars.com/linq/high-roller
문지연은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의 에디터다. 라스베이거스를 취재하기 위해 첫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에서 13시간을 내리 잠들어서 시차 적응을 완벽히 할 수 있었다.
취재 협조 라스베이거스관광청 visitlasvegas.co.kr
글/사진. 문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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