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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Feb 23. 2019

파리에서 가장 맛있는 마카롱 찾기


이 앙증맞은 아몬드 비스킷은 파리에서 선물로 사 올 만한 최고의 디저트이자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존재다. 당분으로 에너지를 채우면서 빛의 도시에서 경험하는 최고의 마카롱을 찾아 떠나자.





카페 푸슈킨. ⓒ 로브 스트리터

지난 10년간 때때로 파리에 살았던 사람으로서 마카롱을 먹거리계의 에펠탑(Eiffel Tower)으로 여길 수 밖에 없다. 이는 곧 진부하지만 매력적이라는 뜻이다. 이 앙증맞은 아몬드 비스킷은 상대를 두 손 들게 만드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으며, 잘 부서지는 파스텔색 외형을 보면 소피아 코폴라(Sofia Coppola) 감독의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 속 과장되고 경박한 프랑스식 퇴폐가 떠오른다. 나는 세련되고 우아한 상자에 보석처럼 자리 잡은 마카롱을 언제나 파리에서 기념으로 살 만한 최고의 선물로 여겼다. 그런데 어느날 친구가 좋아하는 마카롱의 이름을 묻자 당황한 나는 그동안 마카롱의 화려한 포장만 생각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스킷 자체는 어땠더라? 그래서 나는 모험을, 최고의 마카롱을 찾기 위해 훌륭한 파티스리가 있는 ‘빛의 도시(City of Lights)’에서 당분 가득한 여정을 떠난다.


완벽한 마카롱을 알아보기 위해 우선 <라루스 미식사전(Larousse Gastronomique)>을 참고한다. 사전에 따르면 완벽한 마카롱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우며 아몬드 가루, 설탕, 달걀흰자를 섞어 반죽을 만들고 여기에 커피, 초콜릿, 딸기, 헤이즐넛, 피스타치오, 코코넛, 바닐라 등의 향을 넣은 작고 둥근 비스킷’이다. 8세기에 이탈리아에서 처음 만들었으며, 르네상스 시대에 조리법이 프랑스로 전해져 낭시 (Nancy), 코르메리(Cormery), 생장드뤼즈(Saint-Jeande-Luz)를 비롯한 몇몇 도시에 널리 퍼졌다. 이들은 저마다 마카롱의 원조라고 주장한다. 1830년대에 라뒤레(Ladurée) 같은 파리의 티 살롱에서 마카롱을 샌드위치처럼 두 쪽을 붙여서 내기 시작했는데, 그때만 해도 필링은 없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의 마카롱, 그러니까 잼, 가나슈, 버터크림 같은 것을 발라 보드라운 반구형 비스킷 2개를 붙인 형태는 기원이 확실하지 않다.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중반에 시작된 것으로 추정한다. 라뒤레의 피에르 데스퐁텐(Pierre Desfontaines)이 만들었다는 설도 있고 파리의 파티시에 클로드 제르베(Claude Gerbet)가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출처에 따라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페이스트리 제빵사가 만들었다고도 한다.


나는 마카롱을 프랑스 먹거리계의 에펠탑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카페 푸슈킨은 딸기와 피스타치오를 비롯해 한 가지 맛으로 만든 전통 마카롱 전문이다. ⓒ 로브 스트리터

나의 마카롱 순례의 첫 번째 목적지는 파리에 생긴 지 얼마 안 된 디저트 가게 중 하나다. 2017년 “나는 마카롱을 프랑스 먹거리계의 에펠탑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12월에 문을 연 카페 푸슈킨(Café Pouchkine)은 마들렌 광장(Place de la Madeleine)에 자리한 살롱 드 테(salon de thé)로, 모스크바의 영화로운 분위기를 재현한다. 이곳에는 금박을 입힌 벽난로 선반이 있고, 천장에 돌림띠가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으며, 조각한 나무판자로 실내를 꾸몄다. 나는 아치형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온 밝은 햇살이 접시에 놓인 무지갯빛 마카롱을 비추는 위층에 앉는다. “저희는 천연 색소만 사용합니다.” 카페 푸슈킨의 사장 스테판 지티오(Stéphane Jitiaux)가 단호하게 말한다. “캘리포니아의 농장에서 아몬드를 수입해서 직접 갈아요. 달걀흰자는 유기농인 데다 신선하죠. 달걀 가루는 절대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의 찡그린 표정에서 원칙을 엄격히 지키지 않는 파티스리의 마카롱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떨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카페 푸슈킨은 한 가지 맛을 강조한 전통 마카롱 전문이다. 나는 스프리츠, 쨍하게 달콤한 딸기, 식감이 가볍고 풍미가 진한 초콜릿 맛이 아주 약하게 나는 레몬 마카롱을 먹는다. “이 마카롱은 주간지 <렉스프레스(L’Express)>에서 파리의 손꼽히는 마카롱으로 선정했죠.” 지티오가 말한다. 섬세한 셸이 부드러운 중심부까지 부서지는 카페 푸슈킨의 마카롱은 식감이 흠잡을 데 없고, 지나치게 달기는 하지만 맛이 순수하다. 하지만 이게 최선일까? 우승자를 선언하기에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



라뒤레의 주방장 클레르 알렉상드라(Clair Alexandra). ⓒ 로브 스트리터

나는 센강을 건너 아주 오래된 파리의 마카롱가게로 향한다. 파리 좌안의 귀부인 라뒤레는 피스타치오 같은 초록빛의 화려한 모습으로 보나파르트가(Rue Bonaparte)에 자리 잡고 있다. 루이 이른스트 라뒤레(Louis Ernest Ladurée)는 1862년에 이 살롱 드 테를 열었다. 몇 년 뒤 “그의 아내가 마카롱 셸 2개를 붙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매니저 아이사타 트라오레(Aissata Traoré)가 말한다. “필링은 나중에 추가되었어요.”


라뒤레의 쇼윈도에는 향초, 향수, 파스텔색의 작은 에나멜 비스킷 장식과 함께 라뒤레가 마카롱 산업을 지배하고 있음을 넌지시 알려주는 열쇠고리를 비롯한 고급스러운 기념품이 진열되어 있다. 트라오레는 라뒤레의 마카롱 종류를 무심하게 읊는다. 아니스씨 향기를 화이트 초콜릿 가나슈로 약화시킨 검은 감초 같은 전통적인 맛부터 이가 아릴 정도로 달콤한 마시멜로를 채워 새로 출시한 딸기 기모브(guimauve)까지 다양하다. 나는 트라오레가 ‘베스트셀러’라고 말한 장미 마카롱이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언뜻 스치는 장미 향이 섬세한 달콤함에 잘 녹아들었다. 하지만 레몬 마카롱은 레몬 껍질이 아닌 안쪽 하얀 부분이 내는 씁쓸한 뒷맛이 어울리지 않는다. 게다가 마카롱의 질감이 너무 건조해서 살짝만 눌러도 부서져 가루가 되어버린다.



비스킷은 교과서처럼 완벽하게 갈라지고 기분 좋은 맛이 난다.





파리 9구의 가판대에서 구입한 마카롱 1상자. 보지라르가(Rue de  Vaugirard)에 있는 사다하루 아오키  파티스리를 방문한 앤 마. ⓒ 로브 스트리터

몇 블록 떨어진 곳의 거대한 유리 건물 안에 자리 잡은 고급 식료품 가게 라 그랑드 에피스리(La Grande Epicerie)로 들어간다. 그곳의 주방에서는 수많은 직원이 파테부터 페이스트리까지 다양한 프랑스 별미를 준비 중이다. 이곳의 마카롱은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대비되는 작은 조각으로 장식해 유독 예쁘다. 이를테면 연노란색 셸에 검은색 양귀비씨가 흩어져 있거나 매끈한 복숭아색에 녹찻잎 몇 줄기를 올리는 식이다. 가게 직원이 마카롱 1상자를 포장해 준다. 나는 겉은 평범한 식료품 잡화점처럼 갈색이지만 안쪽에 금박 포일을 입혀 장식한 상자 뚜껑에 감탄하고만다. 하지만 이런! 녹찻잎으로 장식한 매혹적인 복숭앗빛 마카롱은 너무 말라 있고 설상가상으로 냉장 페이스트리 케이스 안에서 차가워진 탓에 중심부의 가나슈가 딱딱하게 굳은 기름처럼 내 혀를 감싸버린다.


절실해진 나는 빠른 걸음으로 뤽상부르 정원(Jardin du Luxembourg) 근처의 사다하루 아오키(Sadaharu Aoki)로 향한다. 광택이 반짝이는 흰색과 검은색으로 꾸민 미니멀한 가게다. 아오키는 일본에서 페이스트리 제빵사로 훈련을 받았고, 1991년에 파리로 이주했다. 이곳의 마카롱은 말차, 고추냉이, 유자 같은 창의적인 맛이 특징이다. 비스킷이 교과서처럼 완벽하게 갈라지고 뜻밖의 맛에 기분이 좋아지는데, 특히 고추냉이와 검은깨 맛이 그렇다. 딱 하나 사소한 불만이 있다면 포장이 엉성하다는 것. 좁은 상자에 비닐을 헐렁하게 씌운 포장은 이 부서지기 쉬운 과자를 제대로 보여주지도, 보호하지도 못한다.


피에르 에르메.  모가도르 마카롱. ⓒ 로브 스트리터

과도한 당분 섭취로 인한 지나친 흥분 상태가 절정에 이르렀다가 꺼지기 전, 나는 마지막 목적지이자 파리 최고의 마카롱이 있는 곳으로 자주 언급되는 보나파르트가의 피에르 에르메(Pierre Hermé) 부티크로 향한다. 조명이 입구를 비춰 반짝이면서도 세련된 가게 외관에서 신비스럽고 호화로운 분위기가 풍기고, 진열장 속 마카롱은 잘 가공한 금속처럼 빛난다.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북적하다. 나는 획기적인 맛의 궁합을 자랑하는 에르메의 대표 마카롱을 포함해 여러 가지를 서둘러 고른다. 그리고 근처 공원으로 가서 모가도르(Mogador)라는 이름의 노란색 마카롱을 베어 문다. 겉에는 코코아 가루가 작은 반점처럼 뿌려져 있어서 표범 가죽 같지만, 비스킷에서 패션푸르트 맛이 터져 나오더니 뒤이어 부드러운 밀크 초콜릿 가나슈가 만족스러운 정도의 신맛을 보태준다. 두 입만에 마카롱을 해치웠고 그날 이미 마카롱을 수없이 먹었음에도 하나 더 먹으려고 상자를 뒤진다. 이럴 수가! 마가도르를 하나밖에 안 사다니! 그때, 나의 마음을 찌르는 실망감으로 확신해버린다. 파리 최고의 마카롱을 찾아냈다는 것을. 




Tip 집에서 마카롱 만들기


초콜릿 마카롱 36개 분량

이틀 동안 불린 통아몬드 120g을 끓는 물에 2분간 삶은 다음 물을 버리고 껍질을 벗긴다. 종이타월에 아몬드를 펼쳐놓는다. 48시간 동안 실온에서 건조한다. 충분히 마른 아몬드를 푸드 프로세서에 넣고 가루 설탕 240g을 넣은 다음 아몬드를 가루처럼 곱게 간다. 가루를 체로 친다. 체에 남은 아몬드는 다시 갈아서 모든 아몬드가 체를 통과하도록 한 후 다시 푸드 프로세서에 넣는다. 물 1/2작은술무설탕 코코아 10g을 넣고 암적색 액상 첨가물(붉은색 식용 색소) 4방울을 떨어뜨린다. 여기에 달걀흰자 35g살구 퓌레 10g을 넣고 덩어리질 때까지 섞는다. 다시 달걀흰자 55g을 준비해 거품이 생기기 시작할 때까지 가볍게 섞은 다음 푸드 프로세서에 넣는다. 푸드 프로세서의 재료를 모두 섞은 후 11~22밀리미터 크기의 깍지에 맞는 짜주머니에 반죽을 옮겨 담는다. 베이킹 판 2개에 종이포일을 깐다. 베이킹 판 위에 2센티미터 간격으로 지름 3.5센티미터 크기의 원반 모양의 반죽을 짠다. 겉면이 살짝 굳도록 최소 1시간 동안 놔둔다.


150도로 예열한 오븐에 베이킹 판을 넣는다. 15분 동안 굽되 수분을 없애기 위해 굽는 동안 오븐 문을 두 번 재빨리 열었다 닫는다. 오븐에서 셸을 꺼낸 다음 작업대 위로 종이포일째 미끄러지듯 꺼낸다. 빵 칼로 다크 초콜릿 160g(코코아 고형물 61%)을 잘게 다진 다음 중탕 냄비나 전자레인지로 45~50도에서 녹인다. 소스팬에 홀밀크 110g을 끓인다. 끓인 우유 중 1/3을 녹인 초콜릿에 저어가며 부은 다음 부드러워질 때까지 섞는다. (실온에 둔) 무염 버터 50g을 작은 조각으로 잘라 넣은 후 부드러워질 때까지 섞는다. 가나슈를 베이킹 그릇에 덜어놓고 그릇에 가볍게 랩을 씌워둔다. 가나슈가 크림 같은 농도가 될 때까지 냉장고에 2시간 동안 놔둔다. 11~22밀리미터 크기의 깍지에 맞는 짜주머니에 가나슈를 옮겨 담는다. 종이포일을 새로 깔고 평평한 면이 위로 향하도록 셸 절반을 뒤집어놓는다. 그 위에 가나슈를 얹은 다음 가볍게 누르며 나머지 셸을 덮는다. 24시간 동안 냉장고에 보관한 다음에 낸다.


조리법 출처 : <피에르 에르메 마카롱 : 명인 파티시에에게 배우는 궁극의 조리법(Pierre Hermé Macaron: the Ultimate Recipes from The Master Patissier)>(피에르 에르메 저, Abrams STC)





글. 앤 마(Ann Mah)      

사진. 로브 스트리터(Rob Stre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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