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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Mar 14. 2019

죽음의 계곡으로 가는 길

데스밸리, 이 잔혹하고도 매혹적인 캘리포니아 황야를 향한 로드 트립

골드러시를 좇던 개척자에게 캘리포니아 남단의 광활한 사막은 모험심을 시험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끝없는 평원과 황량한 사막, 굽이치는 사암 협곡이 어우러진 불가사의한 땅. 데스밸리라 명명된 잔혹하면서도 매혹적인 황야를 향해 로드 트립을 떠난다.







Day 1. 로스앤젤레스 → 팜스프링스


개기월식을 앞둔 팜스프링스의 밤. ⓒ 고현




로스앤젤레스의 교통 체증은 미국에서도 손꼽힐 만큼 악명 높다. 교외로 빠지는 고속도로라 해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핑크빛 일몰이 하늘을 채색한 가운데, 계기판의 속도는 시속 30킬로미터에 머물러 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팜스프링스(Palm Springs)까지는 약 200킬로미터. 옅은 스모그가 깔린 스카이라인이 룸 미러 너머로 희미해지면서 도로를 점거한 차량이 차츰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포모나(Pomona), 온타리오(Ontario), 리버사이드(Riverside) 등 로스앤젤레스 동쪽으로 이어지는 위성도시를 차례로 지나자 곧 헐벗은 구릉지대가 나타난다. 

도로 양쪽에 늘어선 야자수의 실루엣이 팜스프링스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린다. 오늘 투숙하는 하얏트 리젠시 인디언 웰스 리조트 앤드 스파(Hyatt Regency Indian Wells Resort & Spa)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야간 투어에 나선다. 팜스프링스 동쪽 외곽에 걸쳐 있는 인디오 힐스(Indio Hills)의 메테이트 랜치(Metate Ranch)에서 진행하는 별 관측 투어. 천체망원경을 설치한 외딴 구릉에서 데저트 어드벤처(Desert Adventrure)의 18년 차 베테랑 가이드 미치 커지어(Mitch Cazier)가 기다리고 있다. “내일은 슈퍼 블러드 문이 뜨는 날이에요.” 지구와 달이 가장 가까워질 때 벌어지는 기이한 개기월식을 앞두고 커지어가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물론 오늘처럼 달빛이 밝은 날은 천체 관측이 쉽지 않죠.” 그는 임기응변을 발휘해 망원경 렌즈의 초점을 달을 향해 맞춘다. 이어 안드로메다 은하와 페가수스처럼 달빛이 비켜간 별자리를 하나씩 짚어준다. 고요한 보름달 아래 황야와 청명한 밤 하늘. 비로소 사막에 들어선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 하얏트 리젠시 인디언 웰스 리조트 앤드 스파 564달러부터, hyatt.com

ⓘ 데저트 어드벤처 별 관측 투어 160달러, red-jeep.com 





▶PLAYLIST 


캘리포니아의 사막 풍광에 어울리는 음악 리스트를 준비하자. U2의 <더 조슈아 트리>는 데스밸리의 풍광을 모티프로 작업한 13개의 트랙이 담긴 기념비적 앨범이다. 모하비 일대에서 촬영한 영화 <바그다드 카페>의 몽환적인 사운드트랙도 추천한다. 








Day 2. 팜스프링스 → 모하비 국립보호구


(좌) 열네 가지 사막 야생화 색으로 꾸민 사과로 팜스프링스 호텔. (우) 사과로 팜스프링스의 컬러풀한 로비. ⓒ 고현




1950~1960년대 할리우드 스타의 인기 휴양지 팜스프링스. 부유층의 은퇴지로도 각광받던 이 사막 도시는 1990년대 이후 미드센추리 모던 양식의 호텔과 갤러리, 부티크 숍 등이 들어서면서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다. 매년 2월이면 모더니즘 위크(Modernism Week)가 시작하고, 봄에는 코첼라 밸리 뮤직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Festival)이 열려 도시에 활기가 넘쳐난다.

사과로 팜스프링스(Saguaro Palm Springs)는 미드센추리 모던 양식의 건축에 감성을 더한 호텔이다. 사막 야생화에서 모티프를 얻어 컬러풀한 색채로 꾸민 이곳 어디에서든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을 완성할 수 있다. 3층짜리 호텔 건물의 발코니를 팬톤 컬러칩처럼 알록달록하게 채색했고, 중정 한복판에는 노란 파라솔과 야자수가 그림자를 드리운 수영장이 자리한다. 풀사이드의 싱그러운 잔디밭은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의 무대이자 수많은 뮤지션의 뮤직 비디오에 등장했다고. 사과로 팜스프링스의 정경을 느긋하게 담고 싶다면, 호텔 레스토랑 엘 제페(El Jefe)의 파티오 테이블에 자리를 잡자. 부리토, 타코, 아보카도 토스트 등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Baja California)에서 영감을 얻은 요리의 맛도 훌륭하다. 





모하비 국립보호구의 조슈아 트리 군락지. ⓒ 고현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Joshua Tree National Park)을 가로질러 모하비 국립보호구(Mojave National Preserve)로 가는 길. 운전석 앞으로 초현실적 풍광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수천 개의 풍력 발전 단지가 등장하더니 이내 황갈색의 사암 단층 앞으로 1킬로미터 남짓 길이의 화물열차가 느릿하게 지나간다. 소실점을 향해 곧게 뻗은 앰보이 로드(Amboy Road)를 달리며 창밖을 응시하는 동안 영화 <바그다드 카페>의 한 장면 같은 쇠락한 모텔과 주유소가 황량한 정취를 끌어올린다.

지구상에서 가장 넓은 조슈아 트리 서식지는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이 아닌, 모하비 국립보호구에 자리한다. 검은 울루루(Uluru)처럼 보이는 높이 457미터의 시마 돔(Cima Dome) 곁을 지나는 켈소 시마 로드(Kelso Cima Road)를 달리는 동안 서서히 조슈아 트리 군락이 사방을 에워싸기 시작한다. 미국 남서부 사막 지대에 서식하는 조슈아 트리의 뒤틀린 줄기는 언뜻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실제 모하비 사막의 원주민은 이를 ‘기도하는 나무’로 부르며 신성시 여기기도 했다. 조슈아 트리가 빽빽하게 들어찬 황야에 붉은 석양이 스며들고, 일제히 불어오는 바람이 나무 사이를 스쳐갈 때면 한층 경건한 분위기가 풍긴다. 

ⓘ 엘 제페 메인 요리 14달러부터, thesaguaro.com/palm-springs 




▶루트 66을 만나다


모하비 국립보호구 남동쪽 외곽에 자리한 니들스(Needles)의 베스트 웨스턴 콜로라도 리버 인(Best Western Colorado River Inn)은 주차장과 면한 복도식 객실을 갖춘 전형적 미국식 모텔이다. 리셉션에는 마그네틱부터 티셔츠, 스티커 등 루트 66(Route 66) 관련 기념품이 가득한데, 호텔 앞을 지나가는 평범한 도로가 전설의 66번 국도라고. 실제 도로 위에는 오리지널 66번 국도 로고가 새겨 있다. 127.49달러부터, bestwestern.com









글/사진. 고현

고현은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의 에디터다. 이번 캘리포니아 여정 동안 일생일대의 달과 별을 만났다. 

ⓘ 취재 협조 캘리포니아관광청(visitcalifornia.com/kr), 지프 코리아(jeep.co.kr






'죽음의 계곡으로 가는 길'에 이어진 이야기

▶ 죽음의 계곡으로 가는 길 pt.2 -모하비 국립보호구

▶ 죽음의 계곡으로 가는 길 pt.3 -데스밸리 국립공원

데스밸리 국립공원 여행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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