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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Mar 18. 2019

다양한 높이에서 즐기는 방콕

'위'와 '아래'에서 체감하는 방콕의 변화된 모습. 


젊은 감각을 더한 복합 문화 공간과 카페가 숨어 있는 골목을 탐험하거나,
태국의 최고층 빌딩에 들어선 스카이워크를 걸으며
방콕의 변화된 모습을 위아래에서 체감하자.





>Street level 

낡은 정미소의 예술적 변신


(좌) 대형 벽화가 그려진 롱 1919 건물. (우) 유위안 아트 앤드 앤티크의 빈티지 소품. ⓒ 문지연



롱 1919(LHONG 1919)의 역사는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짜오프라야강(Chao Phraya River) 서쪽 기슭에 자리한 이곳은 원래 중국에서 넘어온 물건을 하역하고 판매하던 숍 하우스였다고. 1919년에 중국계 왕리(Wanglee) 가문이 건물 전체를 사들인 뒤 쌀을 탈곡해 수출하는 정미소로 오랫동안 운영했는데, 2017년 젊은 예술가가 모이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옛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건물 곳곳에는 중국 문화가 녹아들어 있다. 멋스럽게 솟은 기와지붕과 여기저기에 걸린 화려한 홍등만 봐도 알 수 있을 터. 바다를 통한 사업을 하던 곳인 만큼 해신을 모시고 안전한 항해를 빌던 사원이 건물 중앙에 자리해 정취를 더한다.

롱 1919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미로 같은 건물을 구석구석 누비기. 6,800제곱미터의 거대한 부지에 지은 ‘ㄷ’자 형태의 건물에는 로컬 브랜드 숍을 비롯해 공방, 레스토랑, 카페 등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 그 틈을 비집고 자리한 아담한 갤러리에서는 현지 아티스트의 개성 넘치는 전시가

줄기차게 열린다. 태국의 유명 아로마 브랜드 카르마카멧(KARMAKAMET), 중국풍 빈티지 소품을 판매하는 유위안 아트 앤드 앤티크(YuYuan Art & Antique) 등 아기자기한 숍을 둘러보거나 건물 외벽에 그려진 독특한 대형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다 보면 한나절은 훌쩍 지날 듯하다.

ⓘ 롱 1919 무료입장, 8am~8pm, lhong1919.com




인생 칵테일 커피


슈프림 라테를 제조하는 바리스타. ⓒ 문지연



오전 9시, 이른 시간임에도 카페 안은 손님들로 북적인다. 느긋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태국 현지인이 아침잠을 무릅쓰고 이곳을 찾는 이유는 오로지 향긋한 커피 때문. 랑남(Rangnam) 지역 뒷골목에 숨어 있는 팩토리 커피(Factory Coffee)는 태국의 커피 문화를 이끄는 곳 중 하나다. 2018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톱 13위, 2년 연속 태국 바리스타 챔피언 등 실력파 바리스타를 배출해냈다. 게다가 전문 바리스타 교육도 진행한다.

이곳의 인기 요인에는 특별한 시그너처 메뉴가 한몫한다. 바로 칵테일과 흡사하게 차, 과일, 허브 등 여러 가지 재료를 조합한 커피다. 거품을 낸 라테를 채로 곱게 내려 부드러움을 극대화한 슈프림과 오렌지와 바닐라 향이 오묘하게 어우러진 화이트 시트러스가 대표적. 이를 주문하면 바리스타가 테이블에 와서 직접 제조해준다. 셰이커로 흔들고 음료에 스프레이를 뿌리는 등 제조 과정이 제법 흥미롭다. 바리스타에게 넌지시 레시피에 대해 묻자 그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대답한다. “레시피는 비밀이랍니다. 그저 맛으로 느껴보세요.”

커피의 향미를 오롯이 즐기고 싶다면 싱글 오리진 원두로 내린 필터 커피를 맛보자. 태국 현지와 전 세계에서 공수한 원두를 매장에서 직접 로스팅한다고. 브루잉 커피와 라테를 납작한 유리병에 담은 보틀 커피는 기념품 삼아 쟁여놔도 좋다.

ⓘ 팩토리 커피 슈프림 150바트, 8:30am~6pm, factorybkk.com






> Mid-level

노을 지는 루프톱에서 만찬을


(좌) 촘 아룬 루프톱에서 저녁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 (우) 촘 아룬의 시그너처 메뉴 중 하나인 똠양꿍. ⓒ 문지연
촘 아룬에서 바라본 노을 지는 왓 아룬의 풍경.ⓒ 문지연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왓 아룬(Wat Arun) 사원과 주황빛으로 물드는 하늘. 방콕의 로맨틱한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하는 오후 5시경이면 짜오프라야강 변의 루프톱 바와 레스토랑은 일몰을 감상하려는 사람들로 만석이다. 2018년 말에 오픈한 촘 아룬(Chom Arun) 역시 마찬가지. 강 건너편의 왓 아룬이 한눈에 담기는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데다, 아직 현지인 사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아 여유롭게 낭만을 누릴 수 있다.

촘 아룬에서는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태국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그린 망고 샐러드를 곁들인 농어 튀김, 깊은 풍미가 일품인 치킨 그린 커리 등 전체적으로 맛이 깔끔하고 담백한 것이 특징. 태국의 향신료가 익숙하지 않은 이도 수월하게 먹을 수 있다. 특히 맑은 국물의 똠양꿍은 칼칼하면서 개운해 수저를 놓지 못하게 한다. 여기에 가볍게 마시기 좋은 목테일도 잘 어울린다. 이곳만의 독창적 레시피로 만든 아홉 가지 목테일 중 바텐더가 추천하는 것은 촘 펀치(Chom Punch). 파인애플 주스, 사과 주스, 레모네이드 등과 함께 태국에서 종종 사용하는 안찬(Butterfly Pea Flower)으로 색을 낸 촘 펀치는 청보랏빛이 도는 비주얼이 시선을 뺐는다.

ⓘ 촘 아룬 똠양꿍 300바트, 12pm~9pm, 페이스북 chomarun 




스트리트 푸드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 


(좌) 방콕의 대표 길거리 음식을 모아놓은 타이 테이스트 허브. ⓒ 김아람 (우) 팁사마이의 팟타이. ⓒ 문지연


미슐랭 스타를 받을 만큼 보장된 맛과 가성비를 갖춘 방콕의 길거리 음식은 누구나 사랑할 만하다. 문제는 맛집마다 죄다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는 점. 더위와 싸우며 차례를 기다려 식당에 들어가도 에어컨이 없는 열악한 환경 때문에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고충을 단번에 해결한 레스토랑이 최근 킹파워 랑남 면세점 3층에 들어섰다. 방콕을 대표하는 길거리 식당 20여 개를 모아놓은 타이 테이스트 허브(Thai Taste Hub)가 그곳.

먼저 입구에서 발급하는 지불 카드에 금액을 충분히 충전하자. 다음은 메뉴를 마음껏 고를 차례.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단연 팟타이 맛집으로 소문난 팁사마이(Thipsamai)다. 각종 채소와 쌀국수를 재빨리 볶아 노란 지단으로 덮은 팟타이를 갓 짠 오렌지 주스와 함께 즐길 수 있다. 속을 아낌없이 채운 로티를 내는 로띠 마따바(Roti Mataba)와 우리 입맛에 딱 맞는 태국식 족발덮밥을 선보이는 까 무 출라 삼얀(Kah Moo Chula Samyan) 또한 놓치면 아쉽다. 마무리로 푸드코트 한쪽에 모여 있는 디저트 가게를 돌며 코코넛 풀빵, 땡모반 등 각종 간식을 섭렵하자. 

ⓘ 타이 테이스트 허브 팁사마이 팟타이 119바트, 10am~9:30pm, kingpower.com 





▶ Stay Here 

아코르호텔 계열의 5성급 호텔인 풀만 방콕 킹파워(Pullman Bangkok King Power)는 킹파워 랑남 면세점 바로 옆에 자리한다. 덕분에 쇼핑을 즐기는 여행자에게 제격. 354개의 세련된 객실을 비롯해 5개의 레스토랑과 바, 수영장, 식물원 등의 편의 시설을 갖췄다. 공항 철도의 종착역인 BTS 파야타이(Phaya Thai) 역 인근에 위치해 교통이 편리하고, 주변에 볼거리와 명소가 많다. accorhotels.com/ko




글/사진. 문지연





'다양한 높이에서 즐기는 방콕'에 이어진 이야기

 다양한 높이에서 즐기는 방콕 - 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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