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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Mar 22. 2019

심야의 여행법

세계 8개 도시에서 즐길 수 있는 여덟 가지 야간 여행.

해가 진 후의 여행지에서는 펍에 가서 취하는 것이 능사일까? 3
취기보다 더 환상적인, 8개 도시의 여덟 가지 야간 여행을 소개한다.




1. 별을 제대로 담는 법 배우기 

그리스 파로스


그리스 파로스 섬의 천체 사진 워크숍. ⓒ airbnb


당신이 밤하늘의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부류의 사람이라면, 하지만 늘 카메라를 꺼냈다가도 금세 포기하고 집어넣는 사람이라면 크리스토프 아나뇨스토풀로스(Christophe Anagnostopoulos)의 워크숍에 관심을 가져볼 수 있겠다. 이 남자의 정체는 그리스 안티파로스(Antiparos)섬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프로 사진가. 세계를 떠돌며 작업하는 틈틈이 사진 워크숍을 진행하는데, 대개 천체사진과 타임랩스 촬영이 주제다. 약 4시간 동안 천체에 대한 기초 정보부터 달 형상으로 천체 읽는 법, 밤하늘 촬영에 적합한 날과 지점을 따지는 법, 참가자 각자의 카메라로 최상의 천체사진을 남기는 법까지 알려준다. 파로스섬에서도 도심의 빛이 미치지 않는, 그의 은밀한 포토 스폿들을 알게 된다는 점은 보너스. 에어비앤비나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수 있으며 현재 가장 빠른 워크숍은 5월 초순이다.

ⓘ 150유로, airbnb.co.kr, christopheanagno.com





2. 새벽까지 박물관 떠돌기 

독일 베를린


작년 베를린 Long Night of Museums 행사 사진. ⓒ long night of museums


'밤의 박물관’은 상상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소다. 낮에 본 광활하고도 방대한 세계가 통째 잠들어버린다는 게 거짓말 같기 때문일 터. 1년에 단 하룻밤, 늦게까지 박물관을 열어두는 행사 ‘Long Night of Museums’이 유럽 여러 도시에서 사랑 받는 이유다. 특히 발원지인 베를린에서는 20년 넘게 이어져오는 동안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었다. 올해에는 새벽 2시까지 문을 여는 시내 박물관이 80개가 넘으며, 800여 개의 크고 작은 행사가 펼쳐질 예정이다. 새벽까지 주요 거점을 잇는 특별 셔틀버스가 다니니 박물관에 큰 관심 없는 주당에게도 좋은 날이겠다.

ⓘ 8월 31일, 박물관 패스 18유로, lange-nacht-der-museen.de





3. 액션 배우처럼 도시 내려다보기

미국 뉴욕


뉴욕 헬리NY의 야간 헬리콥터 투어 서비스. ⓒ heliNY


뉴욕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몇 군데가 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 전망대, 브루클린 브리지…. 그런데 밤 비행기로 뉴욕에 도착한 누구나 동의하는 사실은, 하늘에서 바라보는 것만큼 빼어난 경관은 없다는 것이다. 헬리NY는 뉴욕의 헬리콥터 투어 서비스 중에서도 야간 비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일몰 즈음 이륙해 10여분간 떠돌 수도 있고, 뉴저지 린덴공항에서 출발해 센트럴파크, 자유의 여신상까지 30분간 뉴욕의 주요 랜드마크를 따라 비행할 수도 있다. 그들의 다소 허풍 섞인 설명에 따르자면 ‘뉴욕의 밤은 낮보다도 밝게 빛난다’고. 단, 양키 스타디움 부근은 경기가 열리는 날 지날 수 없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겠다.

ⓘ 1인당 229달러, heliny.com





4. 도심 골목에서 극기 훈련하기 

타이완 타이중


타이완 타이충 지역의 야간 폐허 투어. ⓒ klook


어벡스(Urbex), 즉 도시 탐사자(Urban Explorer)란 폐허나 터널 등 문명의 산물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찾아 다니는 족속이다. 일제강점기와 초고속 경제성장을 거치며 전역에 폐허가 산재한 타이완이 이들에겐 보물 같은 나라라는 의미다. 문제는 구글링을 통해 찾을 수 있는 폐허는 이미 관광객 소굴이 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 개별 여행 상품 플랫폼 클룩에 등록된 ‘Ruins Night Walking Tour’는 현지인과 함께 타이중의 폐허를 헤집는 투어다. 그것도 심야에. 박물관부터 옛 디스코 클럽, 귀신 소문이 떠도는 빌딩까지 변화무쌍한 행로를 거치니, 2시간이 지나면 어렴풋이 도시의 실체까지 손에 잡힐 법도 하다.

ⓘ 450타이완달러, klook.com





5. 경마하기, 혹은 잃고 잔뜩 취하기 

중국 홍콩


홍콩의 해피 밸리 경마장. ⓒ Joe Chen


문학 작품에서 경마장은 으레 타락과 비애의 뉘앙스로 등장하곤 한다. 실제로도 그럴까? 적어도 홍콩의 해피 밸리 경마장은 예외다. 홍콩의 모든 경마 경기를 주관하는 HKJC(홍콩 자키 클럽)는 국가 최대의 세금 납부자며, 최소 운영 경비를 제외한 모든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자선단체이기 때문이다. 경마 경기도 도박보다는 축제의 분위기를 띤다. 시 외곽에 더 큰 경마장이 생긴 후 해피 밸리 경마장에서는 일주일에 단 하루, 수요일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만 경기를 치른다. 홍콩 시민은 정중하게 차려 입고 해피 밸리 경마장을 찾기도 하며, 경마장 내부의 8개 레스토랑과 펍에서 거나하게 먹고 마시는 관광객도 적지 않다. 후자에 좀 더 쉽게 섞이고 싶다면 클룩에서 ‘Horse Races Pub Crawl’ 프로그램을 살펴볼 것을 권한다.

ⓘ 입장료 10홍콩달러, 펍 크롤 100홍콩달러(입장료, 경마 배팅권, 주류 바우처 포함),

happywednesday.hkjc.com, klook.com 





6. 동굴에서 우주 여행하기 

호주 골드코스트


호주 골드코스트의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글로 웜. ⓒ southern cross 4WD tours


하나의 관광 상품이 흥행하면 온갖 나라로 퍼지는 시대. 나이트 사파리만 해도 잠비아, 인도, 라오스, 중국까지 퍼져 있다. 다만 글로 웜 투어는 아직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만 즐길 수 있는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글로 웜, 즉 버섯파리과에 속하는 발광 벌레의 일종인 ‘아라크노캄파 루미노사(Arachnocampa luminosa)’가 이 지역에만 서식하기 때문이다. 글로 웜 유충은 끈끈한 실 올가미를 쳐놓고 몸에서 빛을 내 작은 곤충을 끌어들인다. 이는 인간의 눈에도 장관인 게, 캄캄한 동굴 속에서 보면 흡사 별이 빼곡한 우주 같다. 서던 크로스 4WD는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글로 웜 투어를 제공하는 업체 중 하나다. 타 업체와 다른 점은 해 질 녘 탬보린산 오프로드 드라이브로 시작해 열대우림 탐험, 글로우웜 구경까지 한 번에 제공한다는 것. 요금에는 호텔 픽업과 케이크, 따뜻한 음료로 구성된 식사까지 포함된다.

ⓘ 1인당 98호주달러, sc4wd.com.au





7. 칠흑 속으로 뛰어들기 

뉴질랜드 퀸스타운


뉴질랜드 퀸스타운 스카이라인에서의 야간 번지점프. ⓒ AJ Hackett


'스릴’이란 기묘한 감각이다. 오직 그것만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더구나 한 번 맛본 뒤에는 늘 ‘다음 단계’를 쫓게 만든다. 뉴질랜드 태생의 익스트림 스포츠 사업가 A.J. 해킷(A.J. Hackett)은 좀 더 짜릿한 번지점프 장소를 찾다 1987년 파리 에펠탑에서 불법으로 고무줄을 동여맨 채 뛰어내렸고, 그의 이름을 딴 회사는 오늘날 상업 번지점프의 발상지인 퀸스타운에서 ‘야간 번지점프’ 서비스를 제공한다. 도심 400미터 상공에 위치한 스카이라인에서, 황혼 무렵이나 아예 캄캄해진 후에 번지점프를 하는 것이다. 묘미는 역시 더 무섭다는 점. 여름철 상시 운영하며 다른 계절에도 특별 요청할 수 있다고 하니, 앞 문장의 감흥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도전해보시라.

ⓘ 205뉴질랜드달러(곤돌라 비용 별도), bungy.co.nz 





8. 서울의 재즈 신 파헤치기 

한국 서울


국내 최초의 재즈 클럽인 이태원 올댓재즈. ⓒ airbnb


재즈는 즉흥의 음악이면서, 동시에 숨은 이야기가 비할 데 없이 풍부한 음악이기도 하다. 영화 <라라랜드>에서 뮤지션 세바스찬이 재즈를 싫어한다는 미아의 마음을 돌렸듯, 동행인의 지식과 태도가 감상의 질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재즈에 관해 알아둬야 할 상식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서울에도 세바스찬의 꿈을 구현한 듯 진중한 재즈를 선보이는 클럽이 꽤 많다는 사실.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국내 최초의 재즈 클럽부터 공장 지대 지하에 숨어 실험적인 공연만 다루는 공간까지 종류도 다채롭다. ‘Discover Live Music in 100 Jazz Clubs’은 당일 서울에서 펼쳐지는 공연 중 가장 빼어난 재즈 공연을 골라 방문하는 프로그램이다. 백미는 세계 곳곳의 50여 개 재즈 바를 방문한 재즈 애호가 호스트의 해설과 감상. 통상 영어로 진행되며 요금에는 뮤지션 팁까지 포함된다.

ⓘ 6만 원, airbnb.co.kr




글. 오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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