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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Apr 12. 2019

미니의 역사

크기는 작지만 비할 데 없이 풍성한 역사와 가능성을 품은 자동차, 미니.


1964년부터 1967년까지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우승을 거머쥔 미니 쿠퍼. ⓒ BMW


이름은 중요한 형식이다. 성명학을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론리플래닛>이 4월호에 인터뷰한 포토그래퍼 마크 파워의 비유를 빌리자면, “회의실을 찍은 사진에 ‘Coffee’라는 제목을 붙이면 사람들은 커피잔만 보기 때문”이다. 영국 태생의 자동차 브랜드 미니(MINI)도 마찬가지. 이 앙증맞은 이름의 자동차가 작고 귀엽다는 사실이야 모르는 사람이 없겠으나,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1964년부터 1967년까지 연속 우승한 차량이라는 사실은 비교적 덜 회자된다. 좀 더 근래의 사건을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미니 쿠퍼S는 2010년 미국 애틀랜타 레이스 트랙에서 열린 이벤트 경기에서 포르쉐 911 카레라S에 단 2초 차이로 아쉽게 패했다. 마냥 작게만 만든 차는 아니라는 얘기다.


BMC의 회장 레너드 로드 (Leonard Lord)가 ‘미니어처 같은 차’를 만들라고 지시한 것은 1957년. 자동차 엔지니어 겸 디자이너였던 알렉 이시고니스(Alec Issigonis)는 2년 후 전륜구동, 가로배치 직렬 엔진 등 신기술을 대거 탑재한 3,050밀리미터 길이의 자동차를 내놓는다. 초기의 이름은 ‘오스틴 세븐’과 ‘모리스 마이너’였으며, 미니라는 독자 브랜드를 갖게 된 것은 그로부터 10년 후의 일이다.


BMC가 당시 인쇄 광고에 즐겨 쓴 수식어는 ‘혁명적인’ ‘놀라운’ ‘획기적인’ 같은 표현이다. 하지만 미니가 얼마나 혁명적이고 획기적인 자동차인지 그들도 레이싱카 제작자 존 쿠퍼(John Cooper)만큼은 몰랐던 것 같다. 그는 이시고니스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니를 경주용 차량으로 개조했고 마침내 합작품 형태로 미니 ‘쿠퍼’를 내놓기에 이른다. 몬테카를로 랠리를 3년 연속 우승한 바로 그 모델이다. 미니는 레이서와 일반 대중에게서, 영국과 해외에서 두루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터키에서 태어난 그리스계 영국인 이시고니스는 1969년 엘리자베스 여왕에게서 기사 작위를 수여받았다.


1994년, 독일의 BMW가 미니를 인수한다. 로버에 인수된 지 4년 만의 일이다. BMW는 2001년 새로운 미니를 선보인 후 미니 쿠퍼, 5도어, 클럽맨, 컨버터블, 컨트리맨, JCW 등의 라인업을 갖추며 클래식 미니의 누적 판매량을 바짝 뒤쫓는다. 그 행로엔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판매 중인 3세대 미니의 콘셉트는 ‘과거로의 회귀(Back to the Past)’로, 옛 미니의 디자인 요소를 대거 채택했다. 심지어 작년에 발표한 콘셉트카 ‘클래식 미니 일렉트릭’은 클래식 미니의 외관을 거의 그대로 물려받은 전기차다. 물론 그리 이해하기 어려운 전략은 아니다. 클래식 미니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그 시대를 겪지 않은 이라도 향수를 느낄 법하니까. 실제로 영국의 전기차 제조업체 스윈드(SWIND)는 클래식미니를 전기차로 복원해 100대 한정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무려 7만9,000파운드지만, 판매가 어려울 거라고 보도하는 매체는 드물다. 




▶ 숫자로 알아보는 미니

60 

미니가 처음 세상에 나온 것은 1959년 8월 26일. 올해로 탄생 60주년이다. 올해 초 60주년 스페셜 에디션을 500대 한정 출시했으며, 가격은 3만 파운드다.


150,000 

2013년 디자이너 로베르토 카발리(Roberto Cavalli)와 협업해 만든 페이스맨 스페셜 에디션은 15만 유로에 판매되었다. 이는 유럽 최대 에이즈 퇴치 기금 마련 자선 행사 ‘라이프볼’ 역사상 최고 판매가다.


10,000,000

클래식 미니는 1959년부터 2009년 단종될 때까지 538만여 대가 판매되었다. BMW가 2001년부터 생산한 신형 미니의 판매량은 2018년까지 총 450만여 대. 올해 안에 통산 1,00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 역사의 곁가지

1. 알렉 이시고니스는 미니의 안전성에 유독 자부심을 가졌다. 사고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사고가 나도록 만든 차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렇게 좋은 브레이크와 스티어링을 사용한 차에 사고가 난다면, 그건 운전자의 잘못입니다.”


2. 시트콤 <미스터 빈>에서 빈이 소유한 차도, 영화 <본 아이덴티티>에서 본이 경찰과 추격전을 벌이는 차도 미니다. 영화 <이탈리안 잡>에서는 3,500만 달러어치 금괴를 훔치는 데 쓰인다. 1969년 원작에서든 2003년 리메이크 작에서든.


3. 전 영국 총리 마거릿 대처, 팝스타 마돈나, 축구 선수 웨인 루니도 미니의 팬이다. 비틀스 멤버들도 폭스바겐 비틀이 아닌 미니를 소유했다. 심지어 존 레넌은 운전면허증도 없이 미니를 구입했고, 조지 해리슨은 에릭 클랩턴에게 선물했다가 3년 후 다시 돌려받았다.


4. 프리스타일 스키어이자 랠리 자동차 드라이버인 게를랭 시셰리(Guerlain Chicherit)는 미니를 타고 360도공중제비를 돌았다. 눈밭에 점프대와 착지대만 설치해 벌인 퍼포먼스였고, 유튜브 에 올라온 해당 영상은 453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자랑한다.



글. 오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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