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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Apr 22. 2019

규슈와 쓰시마 사이, 작고 다정한 이키섬

일본 이키섬 기행

큐슈와 쓰시마 사이. 작은 섬 하나가 여행자에게 짙은 인상을 남긴다. 느긋한 분위기 속에서 다정다감한 현지인이 내어준 풍요로운 자연의 산물을 맛본 후에는 더욱. 한 번이라도 이키섬에 와본다면,누구라도 금세 다음 방문을 계획할 것이다.



1. 원숭이 바위

이키섬의 독특한 지형을 확인할 수 있는 사루이와. © 허태우


이키(壱岐)섬은 대부분 현무암에 뒤덮여 있다. 오래 전 화산 활동의 결과인데, 의외로 섬의 최고봉은 높이가 200미터를 살짝 넘는다. 마치 삼각뿔처럼 바다 위에 불쑥 솟은 형태가 아니라는 말. 섬 전체에 울퉁불퉁 언덕은 많아도 모두 오르내릴 만하고, 농사에 적합한 넓은 평지도 있다. 섬과 바다가 맞닿아 이뤄낸 구불구불한 해안선에는 기이한 현무암 절벽과 평온한 해변이 번갈아 등장한다. 이런 이유로 이키섬에서는 훌륭한 전망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해안을 어슬렁 거리며 돌아다니다가 약간 높은 지대에 오르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그러고 나서 끝없는 수평선을 눈에 담으며 해식 절벽의 기묘함에 감탄해보자.

가장 유명한 볼거리는 사루이와(猿岩, 원숭이 바위)다. 섬의 서쪽, 구로사키(黒崎) 반도 끝에 있는 약 45미터 높이 해식 절벽의 일부로, 이름처럼 원숭이를 닮았다. 관광객을 호객하기 위해 붙여놓은 별명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지 말자. 특정 각도에서 바라보면 정말 원숭이의 얼굴 같으니까. 사루이와 주변의 해안 언덕으로 이어지는 짧은 하이킹 코스도 멋들어진 풍광을 보장하니 시간을 내어 걸어보자. 드센 바람에 주춤해야 할 때도 있지만, 그 바람이 이런 풍광의 일부를 빚어냈다.

ⓘ 郷ノ浦町新田触 890-2. 



이키섬의 독특한 지형을 확인할 수 있는 오니노아시아토. © 허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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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발자국
또 하나의 기암 절경은 오니노아시아토 (鬼の足跡, 도깨비 발자국). 리스트 정리에탁월한 일본답게 사루이와는 ‘일본 기암 100선’에,오니노아시아토는 ‘일 본 동굴 100선’에 올라 있다. 전설에 따르면  큰 도깨비가 고래를 잡아 올리느라 애쓰다가 한쪽 발자국이 파여 이 동굴이 생겼다고. 실상은 파도에 침식된 지름 약 110미터의 바위동굴인데, 동굴의 음영 너머로 보이는 짙푸른 파도가 은근히 감성을 자극한다. 

ⓘ 郷ノ浦町渡良東触. 


봄의 강풍 

일본에서 기상 용어로 사용하는 ‘하루이치반(春一番)’은 이키섬에서 시작됐다. 초봄에 부는 강한 남풍을 뜻하는데, 이키섬의 어부들이 하루이치반 때문에 조난당하는 사고가 많아서 알려지게 됐다고. 1987년에 고노우라항 입구의 모토이(本居) 공원에는 배의 돛대를 형상화한 하루이치반의 탑(春一番の塔)을 세웠다.






2. 유람선 탑승

(좌) 유럼선을 타고 돌아보는 다쓰노시마의 해식 절벽은 기이한 형상을 이룬다. (우) 유럼선을 타고 돌아보는 다쓰노시마의 해식 절벽은 기이한 형상을 이룬다. ⓒ 허태우


가쓰모토(勝本) 항구에서 유람선을 타고 출발해 방파제를 벗어나면 곧바로 다쓰노시마(辰の島)에 닿는다. 이곳은 이키섬의 부속 섬 중 하나다. 거주민이 없는 무인도지만, 안에 자리한 해수욕장은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곳이다. 활 모양으로 움푹 들어간 해변은 새하얀 백사장과 바닥이 보일 정도로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닷물을 자랑한다. 덕분에 휴가철에는 꽤나 사람으로 붐빈다고. 유람선은 해수욕장에 잠시 멈춰 사람들을 내려주었다가, 다쓰노시마 관찰을 위해 뱃머리를 돌린다. 주된 이동 코스는 파도로 침식된 층암절벽인 자가타니(蛇ケ谷)를 따라 섬을 반 바퀴 둘러보는 것. 해수면 위로 50여 미터를 뻗어 올라간 절벽의 생김새는 수만 년 지속된 자연의 손놀림이 얼마나 위대한지 되새기게 만든다. 암석의 단층은 제멋대로 기이하게 쌓아 올려졌지만, 전체적인 모습은 미묘하게 미학적이다. 탑승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 예측 불가능한 모습에 감탄사를 내뱉는다. 그 와중에 선장은 절묘한 항해술을 부려 유람선 투어를 한층 흥미진진하게 이끈다. 배는 좁은 협곡 사이로 순식간에 쑥 들어갔다 나오고, 절벽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간다. 
ⓘ 투어 1,500엔, 투어와 다쓰노시마 상륙 700엔, kankai.net



▶ More to

자전거 타기
섬 구석구석을 능숙하게 탐험해보기를 바란다면, 전동 어시스트 자전거를 이용해보자. 거듭 나타나는 오르막도 수월히 오를 수 있고, 인적이 드문소로를 오가며 이키섬의 순수한 모습에 가까이 다가가기에도  좋다. 섬 내 주요 항구를 포함한 6곳에 자전거 대여소가 자리한다. 대여 시 간단히 사용 방법을 알려주니 집중할 것. 반나절만 탑승해도 섬의 쾌적한 기운이 몸에 스며든 것을 느끼게 된다.
ⓘ 반일 사용료 1,000엔(보증금 1,000엔 별도), ikikankou.com




3. 미식의 세계

(좌) 뷰 호텔에서 내는 저녁 특선에는 갓 잡은 해산물을 사용한다. (우) 시장 내 시모조 과일 가게 (下條果物店)에서 만든 잼. ⓒ 허태우
한때 고래잡이로 번성했던 가쓰모토의 아침 시장 거리. ⓒ 허태우


이키섬의 하이라이트는 맛이다. 이 섬을 채우는 최상급 식자재는 현지인의 성품을 만나 근사한 식탁으로 완성된다. 작은 섬이지만, 이곳에는 나가사키현에서 두 번째로 넓은 평야가 있다. 쌀농사와 보리농사에 적합한 토양과 기후를 갖췄고 각종 채소가 풍성하게 자란다. 섬 근해에서 나오는 해산물은 미식가의 침샘을 매혹하고야 만다. 일본 최고의 품질이라는 아카우니(あかうに, 붉은 성게), 일군의 고깃배가 새벽에건져 올린 신선한 오징어, 미네랄이 풍부한 물과 채소를먹 고 자란 이키규(壱岐牛, 이키섬의 브랜드 소고기) 등은 그  맛을 말로 표현해내기가 벅차다. 아스파라거스와 토마토는 이상하리만큼 맛있고, 광어, 도미, 방어, 상어, 삼치를 수시로 썰고 조리며, 유즈코쇼(柚子胡椒, 유자 후추 소스)와 각종 잼은 짜릿하게 달콤하다.

뷰 호텔 이키(View Hotel Iki)에서 하룻밤 머물며 저녁 식사를 경험해보자. 이키섬의 다채로운 맛을한자리에서 만끽할 수 있다. 낮에는 호텔 지배인으로 일하다 밤 에는 셰프로 변신하는 요시다(吉田) 상이관자, 소라, 석화, 새우 등을 절묘하게 구워낸다. 따로 부탁하면, 그만의 특제 카레도 만들어준다. 

고급 료칸 이리 무라카미(海里村上)의 다이닝은 훌륭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미식가에게 잘 어울린다. 최상품 식자재를 사용해 능란한 테크닉으로 일식과 프렌치 스타일 요리를 내며, 소주 컬렉션도 잘 갖췄다.

ⓘ 뷰 호텔 이키 저녁 식사와 아침 식사 포함 2인 기준 1인 1만2,030엔부터, kyushuro.com

ⓘ 가이리 무라카미 점심 코스 요리 3,500엔부터, www.kairi-iki.com



▶ More to

소주의 세계
일본 보리 소주의 발상지가 바로 이키섬이다. 16세기경 중국에서 전해온 양조법을 활용해 보리와 쌀을 2대 1의 비율로 배합해 이키 특유의 소주가탄생했다. 오늘날에는 섬 곳곳에서 무려 120종류의 소주를  생산한다. 쌀을 재료로 사용해서 전반적으로 단맛이 드러나기 때문에 초심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이키섬 동부에 있는 양조장 이키노하나(壱岐の華)에서 소주의 제조 과정과 맛을 살펴보자. 1900년 문을 열었으며, 오크통 숙성으로 향과 목 넘김이 좋은 소주를 생산한다. 올해 30년산 소주도 출시했다. 

ⓘ 이키노하나 양조장 견학 9am~5pm, ikinohana.co.jp



Side Trip > 바닷가 온천 마을

(좌) 카이리 무라카이의 로비에서 바라보이는 바닷가 정경. (우) 카이리 무라카이 료칸 내 온천. ⓒ 허태우


이키의 온천에 몸을 담근 후 바다 위 석양을 바라보며휴식에 잠겨보자. 이키섬 서부의 유노모토(湯ノ本) 온천은  1,700년의 역사를 지녔으며, 나트륨 염화물과 철분을 포함해 갈색을 띤다. 진구황후(神功皇后)가 아들을 낳을 때 목욕물로 사용했다는 전설 때문에 일본에서 임신 기원 온천으로 알려져 있다. 5곳의 여관에서 온천 순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 1,300엔, ikikankou.com




▶ make it happen

가는 방법 후쿠오카에서 페리를 타고 가는 편이 가장 빠르다. 후쿠오카 하카타항(博多港)에서 아시베항 (芦辺港)이나 고노우라항(郷ノ浦港)까지 제트 포일(약 70분 소요)과 페리(약 130분 소요)로 연결된다(편도 4,580엔, kyo-you.co.jp). 후쿠오카국제공항에서 하카타항까지 택시로 약 20분 걸린다. 하카타역이나 텐진역(天神駅)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된다.

환율 100엔(JPY)은 약 1,010원이다(2019년 3월 기준).

돌아다니기 & 추가 정보 이키섬에서는 렌터카를 이용하는게 낫다. 항구에 내리면 렌터카 업체들이 직접 나와 예약자를 맞이해준다. 차량 운전이 어렵다면, 노선 버스와 관광 택시, 혹은 전동 어시스트 자전거가 대안이다(ikikankou.com). 온라인 예약 사이트 큐슈로를 이용해 여행을 준비해보자. 이키섬 내 숙소 예약은 물론 렌터카 예약까지 제공한다(kyushuro.com). 더 많은 여행 정보는 이키시관광연맹 웹사이트(ikikankou.com)를 참조하자. 




글/사진. 허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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