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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Apr 29. 2019

섬진강 강변 마을 여행

5월의 평화를 만끽하기 좋은, 구례와 하동의 힐링 스팟들. 

구례 산수유마을에서 흐드러지게 핀 산수유꽃을 구경한다.
화엄사에 들러 홍매, 청매, 백매까지 두루 살피고 하동십리벚꽃길을 달려 평사리의 유채꽃을 눈에 담는다. 봄맞이에 섬진강 여행만한 대안이 또 있을까?
물론 이 명제는 한창 꽃철이 지난 후에도 유효하다.
구례와 하동에서 5월의 평화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을 두루 훑었다.




Best for Bakery

1 목월빵집

(좌)토종밀인 앉은뱅이통밀을 사용한 통밀빵. 밀가루, 물, 소금, 구례통밀발효종만 넣어 만든다. (우) 새로운 목월빵집의 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장종근 대표. ⓒ 오작


작년 말, 한국 각 지역의 음식 문화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한국인의 밥상>이 방영 8년 만에 처음으로 빵을 소개했다. 이 높은 허들을 넘은 것은 전남 구례의 목월빵집. 이곳의 장종근 대표는 부친이 재배한 우리 밀로 천연 효모빵을 만든다. 페이스트리 등 몇 메뉴를 제외하고는 달걀, 우유, 버터, 설탕을 일절 사용하지 않으며 팥, 복분자, 제피 가루 등의 부재료도 가급적 지역산을 쓴다. 늘 오후 이른 시간 빵이 동나지만 쉽게 작업량을 늘리지 않는 것도 좀 더 신선한 빵을 팔기 위해서다. 여간 깐깐한 제빵사가 아닌 셈. 사실 ‘주인장’ 장종근 대표는 꽤 유연하고 쾌활한 사람이다. 목월빵집이 일련의 완고한 방침을 고수하게 된 이유는 그 편이 더 맛있기 때문이다. “우리밀이 해외 밀보다 품질 면에서 더 훌륭하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장단점이 있죠. 오히려 빵을 주식으로 하는 유럽에서는 품종, 용도, 지역에 따라 훨씬 세분화되어 있기도 하고요. 수입 과정이 문제죠. 들여오는 과정에서 맛과 향을 크게 잃으니까요. 제가 지역에서 나는 우리 밀을 쓰는 건 좀 더 신선하고 향이 진한 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가 설탕이나 버터를 넣지 않는 것도 밀 고유의 향과 맛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며, 가족이 재배한 밀을 쓰는 것도 돌을 골라내는 작업 등에서 좀 더 꼼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월빵집은 오는 4월부터 단독 건물로 자리를 옮겨 영업한다. 건물 하나를 통째 가게로 단장했는데, 이전보다 장종근 대표의 재기 넘치는 측면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우선 유럽 여행 중에 모은 타일부터 고풍스러운 목재 가구에 이르기까지 인테리어 요소에 한층 공을 들였다. 1층부터 3층 루프톱까지 넉넉하게 준비한 테이블에서 빵을 음료와 함께 즐길 수 있으며, 식사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시그너처 메뉴로 계획 중인 것은 치즈를 뜨거운 커피에 담가 빵에 얹어 먹는 브런치 세트. 물론 지금처럼 빵 포장 구매도 가능하며, 전화로 예약해둘 수도 있다. 기존 목월빵집 자리에서는 한 달에 두세 차례 원데이 베이킹 클래스도 진행할 예정이다.

ⓘ빵 종류 2,000원부터, 11am~7pm(소진 시 마감), 061 781 1477, 전남 구례군 구례읍 서시천로85, @mogwolbread




Best for Cafe

2 무우루

(좌) 무우루의 세 주인. 왼쪽부터 박해강 사장, 강영란 직원, 박해송 이사. (우) 박해강 사장의 오리지널 레시피로 만든 쑥치즈케이크와 철마다 내용이 바뀌는 꽃차. ⓒ 오작


역사 교사로 30년을 일해온 강영란 씨는 퇴직 후 애정해 마지 않던 지리산으로 내려왔다. 사성암으로 가는 길목의 한옥을 구입해 눌러앉은 것이다. 그러다 딸 박해강 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집을 카페로 재단장한 게 4년째 접어들던 해의 일. 무우루가 여타 어느 한옥 카페와도 비슷하지 않은 이유다. 숟가락으로 잠가놓은 반닫이부터 눈 돌리는 곳마다 마주치는 뜨개질 제품들까지, 곳곳에 주인의 취향과 삶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집을 구매하고 고치면서 이런저런 충고를 많이 들었어요. 지대를 올려야 한다거나 흙돌담을 신식으로 바꿔야 한다거나. 하지만 이 주위 집이 다 지대가 낮은데 저희 집만 올라가면 싫을 것 같더라고요. 흙돌담이 내는 특유의 ‘묻힌 듯한’ 느낌도 제게는 좋아 보였고요. 그래서 무너진 곳만 보완해서 그대로 쓰기로 했죠.” 강영란 씨의 설명이다. 

이렇듯 켜켜이 강영란 씨의 면모가 밴 공간이지만 무우루의 공식 사장은 장녀 박해강 씨다. 뒤늦게 합류한 차녀 박해송 씨도 ‘이사’ 직함을 달았는데, 강영란 씨는 본인을 ‘무급 알바’라 소개한다. 언뜻 농담 같지만 너스레를 떨다 보면 사뭇 진지한 부연이 붙는다. “두 딸이 제게 스승 같은 면이 있거든요. 저도 어쩔 수 없이 타협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두 사람이 중심을 잡아줘요.” 실제로 무우루가 유명해진 것은 비단 고즈넉한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다. ‘멀리서 온 손님에게 어디서나 파는 음식을 내는 게 싫어서’ 좋은 식자재만 써서 매일 직접 만들게 됐다는 박해강 사장의 케이크는 두루 호평을 받는다. 본업이 디자이너인 박해송 이사의 미감은 기존 무우루와 어우러지면서도 한층 감각적인분위기를 더했다. 에디터의 추천은 봄날에 들러 마당이 훤히 내다보이는 창가에 앉아 꽃차와 쑥치즈케이크를 맛보는 것. 그리고 내부에 구비된 강영란씨와 박해강 사장의 고비사막 여행기 <엄마와 딸 바람의 길을 걷다>를 읽는 것이다. 모녀가 사람과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읽다 보면, 왜 손님들이 이곳에서 대뜸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다 울곤 하는지 그 실마리가 보일 법도 하다.

ⓘ핸드 드립 커피 6,000원, 케이크류 6,000원, 11am~6pm (5:15pm 라스트 오더, 월·화요일 휴무), 061 782 7179, 전남 구례군 문척면 죽연길 6, @moooooru_



Best for Rest

3 쌍산재

(좌) 안과 밖을 구분 짓지 않는 쌍산재의 한국식 정원. (우) 입구에서 차를 1잔씩 받은 후 고택 안 아무 데나 걸터앉아 마실 수 있다. ⓒ 오작


구례에서 가장 저명한 고택은 단연 운조루다. 조선 시대 삼수부사를 지낸 양반가의 99칸 대저택은 지은 지 250년이 흐른 지금도 모종의 위엄을 풍기니까. 쌍산재는 그로부터 3킬로미터 거리에 위치한 1만6,530제곱미터 규모의 고택인데, 흥미롭게도 그 운치는 운조루와 딴판이다. 우선 들어서기 전에는 규모를 가늠할 수 없는 단출한 외관부터 한국의 전형적 고택과 차이가 난다. “옛날에는 기근이면 농민들이 잘사는 집에 식량을 꾸러 가곤 했잖아요. 자연히 부잣집 저택을 어려운 곳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죠. 저희 선조는 그런 거리감을 줄이고 싶어했습니다. 누구나 편하게 들어올 수 있는 집을 지향하셨던 거죠.” 쌍산재를 지은 오현우의 6대손이자 현 주인인 오경영 씨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사도리 해주 오씨 일가는 대대로 벼슬 욕심이 없었고 오직 자연을 벗 삼아 글을 읽는 삶을 추구해왔다. 저택 한가운데 자리한 대나무숲길, 잔디밭과 동백나무에 둘러싸인 서당채, 한눈에 구분되지 않는 정원과 숲의 경계…. 쌍산재의 범상치 않은 특징을 일거에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오경영 대표가 쌍산재를 대중 일반에 개방한 것은 지난 2004년. 한때는 이삼십 명이 기거하던 대저택에 인적이 드물어지는 쇠락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집은 발길이 끊어지면 더 이상 집이 아니게 됩니다. 자꾸 사용해야 윤이 나죠. 쌍산재에서 한옥 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그런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운영하다 보니 그냥 쓱 들어와서 둘러보고 나가는 사람만 많았다고 한다. 올해 초 고택 체험 프로그램 ‘쌍산재에서 나를 보다’를 시작한 이유다. 입구에서 소정의 입장료를 지불한 방문객은 차나 커피를 1잔씩 받게 된다. 자연히 천천히 걷도록, 그러다 마음에 드는 곳 어디에나 걸터앉아 마시도록 의도한 것이다. 오경영 대표는 아직도 집 안의 모든 시설을 직접 관리한다. 조경사를 쓰거나 선대에 없던 인위적 요소를 들이는 일은 삼가며, 정 혼자 하기 힘든 일이 생기면 동네 사람들의 힘을 빌린다고 한다. ‘힘이 드는 정원’, 혹은 ‘나무 입장에서 보기에 괴로운 정원’은 한국의 정원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작년 말 전라남도 민간 정원5호로 지정됐으니 그 방향성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입장료 5,000원(음료 1잔 포함), 9am~5pm(동절기 10am부터), 061 782 5179, 전남 구례군 마산면 장수길 3-2, ssangsanje.com




Best for Accommodation

4 구례옥잠

(좌) 구례읍 중심부 깊은 골목 안에 위치한 구례옥잠. (우) 구례옥잠은 ㅁ자 형태의 한옥으로, 이따금 마당에서 영화 상영회도 연다. ⓒ 오작


구례옥잠의 홈페이지에서는 ‘마케팅’의 여지를 찾기가 힘들다. 어디가 어때서 좋다는 설명은 전무하고, 도리어 주의 사항이 곳곳에서 이목을 끈다. ‘저희는 파티를 열지 않습니다.’ ‘바비큐를 할 수 없습니다.’ ‘실내외 금연입니다.’ ‘소등 시간 이후 외출 자제 바랍니다.’ 구례옥잠의 매력이 무엇인지 이정혁 씨와 허나윤 씨 두 운영자에게 직접 물었을 때도 좀처럼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뭐가 있지?” 부부는 그저 서글서글하게 웃을 뿐이다. 게스트하우스라는 공간의 가장 큰 특징은 주인의 성향이 곧 서비스의 성격이 된다는 점. 구례옥잠 역시 두 주인과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표방하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그냥 ‘터미널에서 가까운 쉴 곳’ 정도로 생각했어요. 운영한 지 2년이 될 즈음 자연스럽게 방향성이 생기긴 했죠. 혼자나 둘이 와서 차분히 머물다 갈 수 있는 곳, 아무것도 안 하러 오는 곳. 그게 지금의 구례옥잠인 것 같아요.” 이정혁 대표의 설명이다. 구례는 천혜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지역이지만, 실제로 구례옥잠의 손님 중 지리산이나 섬진강을 관광하는 사람은 드물다고 한다. 멍하니 쉬다 가는 사람이 많다고. 성향이 비슷한 손님만 찾아와서 그럴 수도 있겠으나, 볕이 잘 드는 한옥 주택과 너른 마당, 간단한 듯 요소요소를 채운 인테리어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구례옥잠의 서비스는 ‘우렁 각시’라는 평을 자주 듣는다. 드라이어부터 독서등, 자전거에 이르기까지 집과 떨어진 곳에서 하루를 보내기 위한 준비물을 촘촘히 구비하고 있는데, 그 하나하나에서 누구나 쉽게 사용하도록 고민한 티가 난다. 별수 없이 사용 설명을 써놓아야 할 경우에도 말을 거는 듯한 뉘앙스를 피했으며, 직접 제작한 구례 읍내 지도도 개괄식으로 구성했다. 이따금 이 조용한 시골 주택에서 홀로 사는 듯한 감흥을 받을 수 있는 것은 그런 세심한 노력 덕분. 허나윤 대표는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에야 구례옥잠의 매력이 하나 떠올랐다고 했다. “누가 그러더라고요. 꼭 외할머니 집에 온 것 같다고. 할머니 집도 아니고 어째서 외할머니 집이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늘 외할머니 집에서 더 마음이 편했대요. 알 듯 말 듯한 표현이지만, 그 말이 마음에 들었어요.”

ⓘ도미토리 3만 원, 더블 룸 7만 원, 010 7435 5353, 전남 구례군 구례읍 상설시장길 17-10, guryeokjam.com




Tip 구례-하동 여행의 출발

본 기사에 나온 자동차 여행을 따르려면 최소 1박 2일 일정을 추천한다.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천안 분기점에서 논산천안고속도로로 갈아탄 후 논산 분기점에서 호남고속도로로 이동한다. 순천완주고속도로의 구례화엄사IC에서 나와 19번 국도를 따라 구례읍으로 진입하자. 구례 산수유마을에 들를 계획이라면 오수IC에서 나와 남원을 거쳐 19번 국도로 내려가는 게 낫다. 고속버스를 타고 중마버스터미널로 이동해 광양의 매화부터 구경한 후 이동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롯데렌터카 광양지점에서 차를 빌려 기사에 나온 행로를 역순으로 짚어보자. 



글. 오성윤 사진. 오충석




'섬진강 강변 마을 여행'에 이어진 이야기

섬진강 강변 마을 여행 pt.2 - 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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