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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May 27. 2019

유유자적, 제주 중간산 여행

제주의 바다를 벗어났더니 이런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때로 푸른 바다가 멀찍이 보이기도 하고,
간간이 빼꼼 얼굴을 보여주는 한라산도 반갑다.
해발 200~600미터의 제주 중산간 지역을 드라이브해보자.
숲과 마을마다 숨은 매력적인 공간에 들르며.



> 먹을 곳 

도토리 키친 

도토리키친의 시그너처 메뉴이자 가장 인기 있는 청귤소바와 소바롤, 크로켓. © 이성근


“청귤 토핑과 소바를 꼭 같이 드세요.” 이동일 대표가 청귤소바를 낼 때마다 이 말을 빼놓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철이면 동네방네 여기저기 귤이 굴러다니는데도 제주에 제대로 된 귤 메뉴가 없는 게 안타까웠다고 한다. 감귤 초콜릿이나 청귤 에이드 정도를 빼면.

여행지에서 맛집을 꼭 찾아다니는 이동일 대표 부부는 일본 여행에서 맛본 스다치(영귤) 소바에서 영감을 얻어 제주 청귤을 넣은 소바를 개발했다. ‘개발’이라는 건 그만큼 연구를 했단 뜻이다. 제주의 각 지역마다 나는 온갖 종의 귤을 맛본 끝에 달콤한 서귀포산 청귤을 절여 소바에 얹을 토핑을 만들고, 좀 더 시큼한 제주시 귤로는 수제 쓰유와 함께 국물을 냈다. 시중의 메밀면을 모조리 분석해 씹는 맛을 중시하는 한국인에 맞게 적당히 두꺼운 면을 골랐다. 그의 조언대로 청귤 토핑 하나를 집어 면과 함께 먹으니 의외로 잘 어울린다.

톳유부초밥, 메밀면을 채소와 함께 돌돌 만 소바롤 등 도토리키친에선 제주의 식자재를 바탕으로 일본 요리 스타일을 접목한 참신한 메뉴를 낸다. 앞서 말했듯 모든 측면에 심혈을 기울이는 만큼 요리 하나를 새로 선보이기까지 꽤 오래 걸리긴 하지만, 올여름쯤에는 청귤 비빔장을 얹은 비빔 소바를 선보일 예정이다. 덧붙이자면 잡지 사진가 출신인 이동일 대표가 만든 이곳 요리는 전부 사진 찍기 좋은 비주얼을 자랑한다. “그래도 가게 앞에 보이는 한라산도 꼭 찍어갔으면 좋겠어요.” 그가 말한다.

ⓘ 청귤소바 9,000원, 11am~4:30pm, 수요일 휴무, 064 782 1021, 제주 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439, @dotoree_jeju




> 액티비티

우파바샤

(좌) 우파바샤 요가원의 원데이 클래스. (우) 요가 수업 전에 즐기는 보이차. © 이성근


꼭 <효리네 민박> 때문이 아니더라도 제주와 요가처럼 잘 어울리는 조합이 있을까? 조천읍 선흘리의 작은 요가원 우파바샤는 차 1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골목길 안쪽에 있다. 제주에서 하타 요가를 수련하던 홍서영 대표는 작은 친환경 한옥에 ‘요가원 같지 않은 요가원’을 마련했다. “요가를 하면 할수록 단순히 동작을 알려주는 게 전부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손가락, 발가락 하나의 각도에 따라 사용하는 근육과 신경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마음을 다스리게 되니 무척 섬세한 몸 수련이죠.” 그녀의 말이다. 정원 8인 이하로 진행하는 요가 원데이 클래스는 여행자에게 인기. 맨 먼저 문진을 통해 불편한 신체 부위를 비롯해 현재 몸 상태를 점검한 다음, 몸 상태와 숙련도에 따라 난도를 초급부터 고급까지 적당히 조절한다. 예약 시 추가하면 체험 전과 후에 보이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아유르베다 테라피, 단식 프로그램도 신청 가능하다.

오늘의 원데이 클래스 수강생은 4명. 간간이 웃음이 터지기도 하는 밝은 분위기 속에서 소도구를 이용한 동작과 전문 요가 아사나가 이어진다. 우파바샤에서는 조만간 오름과 해변 등 제주의 자연을 배경으로 경험하는 야외 요가 그리고 요가에 대한 이야기와 경험을 공유하는 ‘프리 요가 바자르’를 선보일 계획이다. 다음 번에는 햇살 좋은 봄날에 ‘오름 요가’를 신청해야겠다.

ⓘ 원데이 클래스 3만5,000원, 네이버 예약으로 신청 가능, 010 2972 9185, 제주 제주시 조천읍 선진길 45-8, blog.naver.com/short_simple




노꼬메오름

큰녹고메 정상 부근의 능선. © 이성근


들불축제로 유명한 새별오름, 백록담만큼 깊은 분화구가 있는 다랑쉬오름, 이효리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금오름 등 제주의 360여 개 오름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도전 의식을 자극한다. 한라산 서북쪽 자락의 노꼬메오름은 한라산에 가장 가까운 오름으로 거의 등산에 가까운 하이킹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한라산에 갈 엄두가 안 나는 초심자라면 맛보기로 가봐도 좋을 듯. 가파른 큰녹고메(834m)와 말굽 형태의 족은녹고메(774m)가 붙어 있고, 서쪽으로 궷물오름(597m)까지 하나의 군을 이룬다. ‘노꼬메’라는 이름은 높은 등성이의 산이라는 뜻.

완만한 숲길을 걷다 중간쯤에 이르니 경사가 가팔라진다. 쉬다 오르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정상 언저리의 능선에 이른다. 바로 눈앞에 눈 쌓인 한라산이 솟아 있어 탄성이 나온다. 큰녹고메 정상에 서면 드넓은 대지 사방으로 족은녹고메를 비롯해 바리메, 다래오름, 노로오름 등이 볼록볼록 솟은 비현실적 풍광이 펼쳐진다. 맑은 날에는 한림 앞바다까지 보인다고. 큰녹고메 정상까지 최소 왕복 2시간은 잡아야 한다. 정상에서 족은녹고메와 궷물오름까지 탐방로가 이어져 있으니 체력이 넘친다면 완주해보자.

ⓘ 제주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산138.




> 잠잘 곳

비안

(좌) 독채 B&B 비안의 정원 구석구석에 대표 부부의 손길이 닿아 있다. (우) 2인실 독채는 각각 구조와 전망이 조금씩 다르다. © 이성근


조천읍 중산간에 숨은 독채 숙소 비안의 라운지에선 몇 시간이고 바라보고 싶은 전망이 있다. 잘 가꾼 정원 너머 귤밭, 그 너머 알밤오름. “귤꽃이 피는 5월 초쯤에 정말 예뻐요. 노란 낮달맞이꽃, 흰 샤스타 데이지도 피죠.” 배철수?안수지 부부가 입을 모아 말한다. 그들이 계획한 그림은 여행에서 좋았던 숙소를 구현하는 것이었다. 빽빽한 삼나무숲에 둘러싸인, 목초만 무성하던 부지에 들어선 이 B&B는 바우건축사사무소와 함께 완성했다. 8개의 흰 박스를 늘어놓은 듯한 구조로, 2인실 독채 4개와 조식을 제공하는 라운지를 갖췄다. 노출 콘크리트와 목조 가구로 심플하게 꾸민 객실에선 창으로 각각 귤밭, 삼나무밭 등이 액자처럼 담긴다. 안수지 대표가 손수 준비하는 조식은 숙소에서 가장 신경 쓴 요소. “영국 여행 중 콘월의 이름 모를 마을에 들른 적이 있어요. 펍에서 물어물어 숙소를 구했는데 현지 어부의 동화 같은 집이었죠. 아침에 예쁜 식탁보를 깔고 직접 잡은 생선 요리를 너무도 정성스레 차려주더군요.” 비안에는 그처럼 적당한 배려와 따뜻한 맛이 있다. “날이 맑으면 손님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요. 밤에 숙소 불을 전부 끌 테니 별을 보라고요. 보름달이 밝은 밤엔 달빛으로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랍니다. 저 멀리로는 알밤오름의 실루엣이 어렴풋이 보이죠.” 배철수 대표가 자랑한다.

정원으로 나가자 부부의 눈이 반짝이며 말수가 많아진다. 철마다 은목서, 금목서, 수국, 털모이 등이 꽃을 피우고, 겨울이면 귤밭에 귤이 익고 먼나무가 빨간 열매를 맺는다. “지난겨울에 은목서와 동백, 삼나무로 리스를 만들기도 했답니다. 동백나무의 종이 꽤 많은 것 아세요? 애기동백이 가장 먼저 피고 그다음 서양 동백, 토종 동백 순서죠.” 물론 이곳에선 그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부부의 목표는 단순하다. 10년 후에 와도 그대로인 곳, 조식으로 에그 베네딕트와 프렌치토스트를 내는 곳. 그러니 올봄에도 꿀벌처럼 바쁠 것이다. 귤밭의 긴 목조 테이블 위로 그늘이 지게끔 큰 벚나무를 심어야 하고, 라벤더 밭도 일궈야 하니까.

ⓘ 2인 기준 1박 13만 원부터, 010 2052 6982, 제주 제주시 조천읍 중산간동로 1197-16, jejubahn.co.kr




조천읍의 비안 스테이 앞에 정차한 싼타페 TM. © 이성근

▶ 제주 중산간 여행에 추천하는 렌터카

현대자동차 중형 SUV 싼타페 TM(7인승)은 가족 여행이나 친구들과의 제주 여행을 위한 최고의 선택이다. 디젤 2.0, 디젤 2.2, 가솔린 터보로 선보이는데 그중 디젤 2.2는 배기량 2,199cc, 최대출력 202마력에 8단 자동변속기를 갖췄다. 외관은 강렬하고, 실내는 고급스러우며 안락한 디자인에 내부 공간도 넉넉하다. 2열 좌석은 뒤로 젖히는 리클라이닝 기능을 갖췄고 3열 시트를 접으면 트렁크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 대여 요금 3만1,500원(제주 기준, 24시간, 인터넷 더블골드회원 예약 할인 기준, CDW 미포함)



글. 이기선 사진. 이성근



'유유자적, 제주 중간산 여행'에 이어진 이야기

유유자적, 제주 중간산 여행 Part 2 - 마실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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