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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Jun 07. 2019

에디터 이승윤, 캐나다에 가다

방송인 이승윤이 몸소 겪고 알려준다. 나이아가라 제대로 즐기는 방법.


이제 난 캐나다로 간다

나이아가라폭포와 크루즈. © Hornblower


텔레비전에서나 볼 수 있었던 나이아가라폭포에 내가 직접 간다는 연락을 받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드디어 한국의 자연을 넘어 세계로 가는 건가?” 기쁜 마음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12시간의 비행 끝에 드디어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 도착. 다시 나이아가라 지역으로 2시간가량 이동해 숙소에 다다르니 이미 밤이었다. 객실에 들어가 무심코 커튼을 열자 이럴 수가, 나이아가라폭포가 보인다. 밤에는 다채로운 색으로 변하는 조명 사이로 폭포가 떨어지는데, 그 모습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나이아가라폭포가 눈앞에 펼쳐지는 숙소라니! 너무 신기해서 짐 푸는 것도 잊고 한동안 바라만 보았다. 입에서는 ‘와’라는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았다. 멀리서 화려한 조명 옷을 갈아입으며 쏟아져 내리는 폭포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미국 쪽에 있는 아메리칸 폴스(American Falls)와 브라이덜 베일 폴스(Bridal Veil Falls), 그 옆으로 캐나다 쪽의 호스슈폴스(Horseshoe Falls)가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폭포 물줄기가 얼마나 강력한지 튀어 오르는 물방울이 안개를 이루는데, 그 모습이 신비롭다. 카메라를 꺼내 들어 담아보려 했지만 아무리 찍어도 그 멋진 장관이 표현되지 않아 촬영을 멈추고 최대한 눈에 담아두려 했다. 아침이 되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서 자려고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그렇다. 한국과 캐나다의 시차는 13시간. 한국에서는 한창 활동할 시간이라 도무지 잘 수가 없다. 다음 날을 위해 억지로 잠을 청했다. 1시간 30분 정도 낮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아직도 한밤중. 그냥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말았다. 그래도 일정을 시작하는 시간이 한국 시간으로 밤 10시 정도여서 컨디션은 아주 좋았다.



나이아가라폭포 클리프턴 힐의 스카이 휠. © 신규철


다음 날 아침 나이아가라폭포로 향했다. 캐나다 쪽에 있는 호스슈 폴스 근처에 다다르자 폭포가 워낙 강해 가랑비처럼 물방울이 흩날렸다. 덕분에 곳곳에 피어오르는 아름다운 무지개를 볼 수 있었다. 물방울을 맞으며 거대한 물의 흐름인 나이아가라를 보노라니 자연의 위대함에 경건한 마음마저 들었다. 좀 더 가까이 폭포를 보고 싶다면 저니 비하인드 더 폴스(Journey behind the Falls)를 경험하면 된다. 입장할 때 나눠주는 우의를 입고 폭포 뒤쪽으로 굴착한 길을 따라 나가면 강하게 떨어지는 물줄기를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 폭포가 너무 장엄하고 아름다워서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에 담아보지만 아무리 잘 촬영하더라도 실제 감동을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불과 200년도 채 안 된 인간의 발명품이 어찌 몇만 년의 세월이 빚어낸 자연을 담을 수 있겠는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동행한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편집장이 미소를 지으며 나이아가라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법을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의외로 나의 생각은 간단했다. 나이아가라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은 그저 이곳에 와서 나이아가라를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멀리서든 가까이에서든 어느 각도에서라도 보는 것만으로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사실 크기에 대한 느낌은 각자 다를지 모른다. 실제로 함께 간 사람 중에는 생각보다 폭포 규모가 작다고 느낀 이도, 생각보다 크게 느낀 이도 있었다. 물론 어마어마한 물줄기가 주는 경이로움과 즐거움은 보는 사람 모두 공통적으로 인정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나이아가라폭포 전경. 3개로 나뉜 폭포가 북미 최고의 장관을 완성한다. © 신규철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헬리콥터를 타고 나이아가라폭포 주변을 1바퀴 도는 프로그램도 있다. 소요 시간은 약 10분. 나이아가라 폭포를 상공에서 관람하는 것 또한 색다른 즐거움이다. 처음 헬리콥터를 타기 때문에 나에게는 약간의 긴장감도 선사한다. 기장의 기분에 따라 운전할 때 기울이는 각도가 조금씩 달라진다고 하는데, 이럴 때 오는 스릴도 상당하다. 기내에서는 탑승객의 국적에 따라 언어를 선택해서 나이아가라폭포에 대해 알려주는 방송이 나온다(프로펠러 소리가 너무 커서 제대로 듣기는 어렵다!). 설명보다는 창밖의 풍경에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착륙을 완료하면 기념 촬영한 사진을 받는데, 맘에 들면 돈을 지불하고 찾아가면 된다. 사실 내 얼굴 표정이 멋지게 나오지 않아도 새로운 경험의 설렘이 담긴 사진은 찾을 수밖에 없긴 하다. 헬리콥터 투어를 마치고 나이아가라폭포 위에서 집라인을 타려 했지만, 아쉽게도 바람이 기준치보다 강하게 불어 운행하지 않았다.



나이아가라의 와인이라니!

(좌) 자체 생산한 다양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와인 컨트리의 오스트 하우스 브루어리. (우) 전 세계에 애호가를 거느린 이니스킬린의 아이스 와인. © 신규철

 

다음 취재 일정은 나이아가라의 와인 컨트리(Wine Country). 이곳에는 역사와 전통이 깃든 다양한 와인을 선보이는 와이너리가 많다. 그중 세계 최고 수준의 아이스 와인 생산자인 이니스킬린(Inniskillin) 와이너리를 방문했다. 직원 1명이 우리 일행과 함께 포도밭과 와인 저장고 등을 다니며 와이너리의 역사와 규모 등을 자세히 설명해줬다. 물론 영어로. 다 알아들었지만 시간 관계, 아니 지면 관계상 생략하도록 하겠다. 어쨌든 설명을 들으며 와이너리 주변을 걸으니 광활하고 여유로운 풍경에 사로잡힌다. 와이너리 투어를 마치고 다양한 아이스 와인을 시음해보았다. 비달(vidal), 리슬링(riesling),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등의 포도로 주조한 다섯 가지 종류의 와인을 차례대로 마셔볼 수 있는데, 술이라기보다는 달콤한 음료같아 술술 들어간다. 아이스 와인은 보통 와인과는 다르게 당도가 꽤 높다. 그래서 나처럼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접할 수 있고, 취향에 맞는 와인은 와이너리에서 바로 구입 가능하다.



(좌) 밤이면 조명이 켜지는 스카일론 타워. (우) 스카일론 타워 레스토랑에서의 저녁 메뉴. © 신규철


저녁 식사를 위해 다시 나이아가라폭포로 돌아와 스카일론 타워를 찾았다. 236미터 높이의 타워에 들어선 레스토랑에서 나이아가라폭포와 그 일대를 내려다보며 정찬을 즐길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원형으로 된 레스토랑 전체가 조금씩 회전한다는 것. 1시간마다 360도를 회전하기 때문에 나이아가라폭포 주변을 여러 각도에서 감상하며 식사를 음미할 수 있다. 잠시 폭포를 보며 스테이크를 먹다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창밖에 다른 풍경이 보인다. 다양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만큼 레스토랑의 인기도 뜨겁다. 가능하면 예약을 권장한다.



세인트 제이콥스에서 마주친 독특한 일상 

(좌) 먹거리와 볼거리가 가득한 세인트 제이콥스 파머스 마켓. (우) 애플 프리터는 이 마켓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간식이다. © 신규철


둘째 날, 세인트 제이콥스 파머스 마켓(St. Jacobs Famer’s Market)을 들렀는데, 한국의 전통 시장 같은 곳이다. 캐나다 현지의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고 시장처럼 구경만 해도 재미있다. 본격적으로 캐나다 먹거리 탐험을 나선다. 현지 농부가 생산한 사과로 주조한 전통 사이더, 30년 전통의 피자 가게에서 내는 거대한 조각 피자, 현지인의 디저트로 엄청난 인기를 끄는 애플 프리터(fritter) 그리고 캐나다 전통의 감자튀김 음식 푸틴(poutine) 등. 달콤하고 진득한 맛의 먹거리를 한두 개씩 구입해 먹다 보니 한아름 쌓인다. 마켓에서는 반가운 간판도 보인다. ‘Taste of Seoul’. 한국인이 운영하고 한국 먹거리가 가득한 상점이다. 만약 일정이 길어서 한식이 그리워진다면 이곳에 들러 비빔밥, 김치, 잡채, 김밥, 만두 등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파머스 마켓에서 파는 다양한 음식 중 (어쩔 수 없이) 비빔밥이 제일 맛있었다.


마켓을 떠나 토론토로 가다 보면 세인트 제이콥스 마을을 지나친다. 이 마을에는 특이하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포장도로가 갑자기 비포장도로로 바뀌면서 앞에 마차가 보였다. 진짜 말이 끌고 다니는 마차다. 세인트 제이콥스에는 종교적 이유로 문명을 거부하고 사는 사람들이 거주한다. 그 때문에 주택부터 옷차림, 이동 수단까지 모두 옛것을 고수하는데 그러다보니, 자동차와 마차가 함께 달리고 있는 진기한 광경이 펼쳐진다.



토론토에서 일생일대의 액티비티를 경험하다

(좌) 토론토 다운타운 위로 최고층 CN 타워가 솟아 있다. (우) CN 타워 전망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셀피. © 신규철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토론토 시내에 도착했다. 나이아가라 지역과 달리 높은 빌딩과 화려한 건물들이 자리 잡은 도심을 뚫고 553미터 높이의 CN 타워가 우뚝 솟아 있다. 이번 여행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장소다. CN 타워에서는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전경도 매력적이지만, 에지워크(EdgeWalk)라는 액티비티를 빼놓을 수 없다. 상공 356미터 높이에서 안전 장비에 몸을 맡기고 말 그대로 타워의 가장자리를 걷는 액티비티다. 떨리는 마음으로 에지워크를 체험하기 위해 서약서(사고가 나도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내용)를 쓰고 있는데, 동행한 가이드가 나지막하게 속삭이는 소리를 듣고 말았다. 대충 “이런 걸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못 들은 척 하고 장비를 착용하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히려 그 과정이 마음에 안정을 줬다. 몇 번이고 옷과 장비를 제대로 착용했는지 꼼꼼하게 검사했기 때문이다. ‘지금이 아니면 이런 액티비티를 언제 하겠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의 용기를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과 한계에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맞물려 흥분되기 시작했다. 순간 가이드가 속삭이던 말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도 가끔 미쳐보는 것도 좋잖아!” 스스로를 위로하며 가이드에게 말을 걸었다. “같이 하실래요?" ‘요’ 자와 동시에 “아니요”라는 대답이 바로 나왔다. 캐나다에 10년 넘게 살면서 에지워크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다는 그를 뒤로하고 엘리베이터에 탑승. 드디어 CN 타워 상공에 도착했다.



CN 타워 에지워크에서 포즈를 취한 이승윤. © EdgeWalk


액티비티를 진행하는 요원은 워낙 베테랑이고 친절했다. 덕분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의 헬멧에 달린 액션캠으로 에지워크를 체험하는 모든 상황을 녹화하고 직접 사진도 찍어준다. 드디어 생명 줄을 부여잡고 난간도 없는 그곳에 섰다. 아까 그 가이드 말이 옳았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렇다. 이건 ‘미친 짓’이다. 후회했다. 바람에 몸이 흔들린다. 아래를 보면 온몸에 힘이 빠지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사실 아래를 제대로 쳐다볼 수도 없다. 이걸 시킨 편집장이 미워서 나도 모르게 욕이 섞여 나왔다. 진행 요원은 나 같은 사람을 하도 많이 봐서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침착하게 설명해줬다. 이때 그의 말에 집중하고 그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곧 놀라운 마법이 벌어진다. 후들거리던 다리가 진정되고 어느새 내가 에지워크를 하는 게 아닌가! 그뿐 아니라 줄에 의지한 채 몸을 앞으로도 기울이고 뒤로도 기울이며 짜릿한 경험을 즐기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스릴을 만끽하는 나 자신이 놀랍다.


총 30분간 진행되는데 3분 정도로 느껴질 만큼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진행 요원이 사진도 여러 장 찍어주고 아쉬움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에지 워크를 마치고 나니 내가 해냈다는 엄청난 성취감이 느껴지고 뭐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지금까지 몰랐던 나를 발견하게 해주었달까. ‘이걸 안 했으면 어쩔 뻔 했나’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에지워크의 영상과 사진은 타워를 내려오면 확인할 수 있고, 약 15분 후면 이메일로도 보내준다. 내 주변에 캐나다에 가는 사람이 있다면 에지워크만은 꼭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이건 직접 느껴봐야 한다. 가이드는 앞으로도 이 느낌을 모를 것 같아 안타깝다.



Ps.

(좌) 토론토 다운타운. (우) 갤러리와 숍, 레스토랑이 들어선 디스틸러리 디스트릭트 곳곳에서 미술 작품을 마주친다. © 신규철


이번 캐나다 여행은 일정이 짧아 좀 아쉬웠다. 돌아오는 날 아쉬운 대로 딱 하루만 더 머물렀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돌아와서 보니 그래도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여행이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면서 나 자신이 좀 더 성숙해진 것 같았다. 소중한 기회를 준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 Essentials

가는 방법 인천국제공항에서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까지 에어캐나다가 매일 직항편을 운행한다(105만 원부터, aircanada.com).


돌아다니기 나이아가라폭포를 포함해 주변의 와인 컨트리와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Niagara on the Lake), 세인트 제이콥스 등을 돌아다니려면, 공항에서 자동차를 빌려 출발하는 게 가장 편하다. 토론토에서 나이아가라폭포까지 약 1시간 30분 걸린다. 다만 출퇴근 시간에는 교통 체증이 심하니 참고하자. 렌터카 하루 60캐나다달러부터, budget.co.kr


환율 1캐나다달러(CAD)는 약 880원이다(2019년 5월 기준).


전자 여행 허가서 항공편으로 캐나다 입국 시 전자 여행 허가서(eTA)가 필요하다. 발급 후 유효기간은 5년이며,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 7캐나다달러, canada.ca/eTA


추가 정보 론리플래닛 <베스트 캐나다>(안그라픽스, 1만8,000원)는 토론토와 나이아가라폭포 지역의 흥미로운 여행 경험을 일목요연하게 알려준다. 캐나다관광청 웹사이트에서는 다양한 추천 여행 일정을 소개한다(kr-keepexploring.canada.travel).



글. 이승윤 사진. 신규철 편집. 허태우 



'에디터 이승윤, 캐나다에 가다'에 이어진 이야기

▶ 에디터 이승윤의 캐나다 취재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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