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더로드 Jul 02. 2019

마카오 랜드마크 탐험기

막막과 플레이모빌이 함께 탐험한 마카오의 랜드마크 8.

카메라와 마카오 러브 티셔츠, 근사한 모자를 챙겨 마카오로 여행을 떠나자. 포르투갈 건축물과 구옥이 공존하는 거리, 석양이 미끄러지는 황금빛 바위에서 마카오의 또 다른 풍경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1. 콜로안 피싱 빌리지

어촌 마을에서 어슬렁거리기

(좌) 에두아르도 마르케스 광장 앞에서 포즈를 취한 플레이 모빌. (우) 광장 앞으로는 맛집이 늘어서 있다. © 김주원


콜로안섬의 작은 어촌 마을은 고요하기만 하다. 코타이 지구의 화려함과 대조적으로 건물은 대체로 낮은 편이다. 구릉 너머 선명하게 드러난 하늘로 구름이 미끄러지듯 흘러간다. 남쪽 끝에 자리한 바다의 신을 모시는 탐쿵 사원(Tam Kung Temple)부터 옛 부두가 남아 있는 북쪽의 라이치번(Lai Chi Vun) 마을에 이르는, 면적 8.07제곱킬로미터의 정착지를 콜로안 피싱 빌 리지라 부른다. 1864년 포르투갈이 콜로안섬을 점거하기 전까지 중국의 바닷소금 농장이던 이곳은 이후 선박을 제조하는 대형 조선소를 갖추고 해상무역의 중요한 거점이 되었다. 비록 1910년까지 해적의 위협도 수시로 받아 왔지만 말이다.


콜로안 피싱 빌리지의 본격적인 여행은 에두아르도 마르케스 광장(Eduardo Marques Square)에서 시작된다. 검은색과 흰색, 노란색의 조약돌로 꾸민 물결 모양의 타일 바닥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명징한 색깔을 뽐내며 여행자를 불러 모은다. 이곳은 포루투갈령 마카오의 대표적인 상징이자 문화유산이다. 광장 주변 건물의 색 바랜 벽면이 음습하게 보인다면, 축축하게 달라붙은 습기 때문일 것이다. 잦은 강수와 90퍼세트까지 오르내리는 습도는 마을의 색을 집어삼켰다.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당(Chapel of St.Francis Xavier)만 제외하고.


선명한 노란색과 대조를 이룬 푸른색의 창문, 타원형 십자 모양의 창문과 귀여운 종탑.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당의 외관에는 세월의 깊이가 도드라지지 않는다. 도시의 유서 깊은 건축물을 부지런히 관리한 덕분이다. 이 성당은 평생을 아시아 선교에 힘쓰 다 중국에서 죽음을 맞이한 프란치스코 하비에르를 기리기 위해 1928년 바로크 양식으로 지었다. 성당 내부에는 한국 전통 갓을 쓴 친숙한 얼굴의 동상이 서 있다. 180년 전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가 마카오에서 신학을 공부한 인연으로 그의 성상을 이곳에 세운 것이다. 화려한 중국 전통 의상을 입은 중국인 성모마리아와 예수 성화도 볼 수 있다. 한 중국인 여행자가 높게 걸린 그림을 한참 올려다본다.



찬싱케이 레스토랑의 광둥식 해산물 요리. © 김주원

TIP ▶ 먹을 곳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당을 바라보고 오른쪽에 자리한 찬싱케이(Chan Seng Kei) 레스토랑은 해산물 중심의 전통 광둥 요리를 낸다. 미쉐린 가이드 레스토랑임을 알리는 액자 맞은편에는 성인 2명이 껴안아도 모자를 만큼 큼지막한 바니안 나무가 서 있다. 호기심 많은 여주인 메이(Mei)는 70년 전 처음 식당을 연 아버지가 자필로 쓴 메뉴판을 자랑스럽게 소개한다. 간단하면서도 숙련된 솜씨가 돋보이는 일품요리를 맛보자. 현지 어부가 매일 잡아 올리는 해산물 메뉴는 시가로 수십만 원에 달하기도 한다. 60~300파타카, +853 2888 2021.




콜로안섬의 학사 해변. © 김주원


마을을 나와 학사 해변(Hac Sa Beach)으로 가는 길, 낮은 구릉에 걸린 아마(A-Ma)상이 눈에 띈다. 마카오에서 가장 높은 지대인 해발 172미터의 알토 드 콜로안(Alto de Coloane)에 자리한 아마상은 풍랑을 잠재우고, 어촌을 수호하는 여신이다. 높이 20미터의 새하얀 옥 조각상이 바다를 등지고 마카오 반도를 바라보고 있다. 모험심 많은 하이커라면 식 파이 반(Seac Pai Van) 공원에서 정상까지 이어진 8킬로미터의 콜로안 트레일을 이용해 정상에 올라보자. 해 질 녘 도착한 학사 해변은 너울이 거의 없고 낮은 파도만 찰싹거린다. 미네랄 성분이 들어 있어 어두운 모래 색깔 때문에 바다색은 다소 불투명하지만, 마카오의 유일한 자연 해변이자 인기 나들이 장소다. 초승달을 닮은 둥근 해변에는 모래성을 쌓는 아이와 소풍을 즐기는 가족, 홀로 바닷바람을 맞는 여자 사이로 무표정한 해상 안전 요원이 파도를 주시하고 있다. 해변 입구의 노점에서 꼬치구이의 연기를 따라 주인 없는 개가 꼬리를 내린 채 어슬렁거린다. 모두 불평이나 소란 없이 각자의 방식대로 해변을 즐기는 듯하다. 모래가 온전한 검은 색이 아닌 이유는 침식 현상으로 일부 유실되어 갈색 모래를 채워 넣었기 때문이라고.


콜로안 피싱 빌리지의 시간은 멈춰버린 것 같아도,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조선소 18개가 남아 있는 북쪽 마을 라이치번이 그 시작이다. 현재 2017년 태풍 하토의 영향으로 훼손된 옛 조선소를 레너베이션하고 5개의 구역으로 나눠 문화유산 보존 사 업을 추진하는 중이다. 어촌 마을 특유의 형형색색 호상 가옥과 바다와 강이 만나 이룬 천연 맹그로브 숲을 찾아 어슬렁거리다 보면 콜로안 피싱 빌리지의 매력에 흠뻑 빠질 것이다.



마카오 최고의 에그타르트를 만드는 로드 스토스 베이커리. © 김주원

TIP ▶ 먹을 곳

로드 스토스 베이커리(Lord Stow’s Bakery)에는 마카오 최고의 에그타르트’ ‘에그타르트의 원조’ 등의 최상급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하루에 1만3,000개의 에그타르트를 판매하는 가게답게 작은 가게에는 에그타르트와 빵을 사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곳에서 도보로 2분 거리에 있는 로드 스토스 카페에 가면 자리를 잡고 앉아 에그타르트를 즐길 수 있다. 콜로안 피싱 빌리지에서 디저트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으로, 아이리시 크림이 들어간 베일리스 커피를 시그너처 음료로 내세운다. 바삭한 페이스트리와 부드러운 달걀 필링의 조화는 여러 개를 순식간에 해치우게 만든다. 에그타르트 10파타카, 커피 19파타카부터, lordstow.com




2. 롱차오콕

처음 만나는 마카오의 해안 트레일

(좌) 학사 해안가 멀리 롱차오콕이 보인다. (우) 해안의 울퉁불퉁한 바위 사이로 조성된 트레일. © 김주원


콜로안섬의 학사 해변 남서쪽에 용의 발톱을 닮은 바위가 있다고 했다. 용의 발톱을 찾아 ‘학사 롱차오콕(Hac Sa Long Chao Kok)’ 거리에 진입하자 마카오에서 볼 수 없던 거대한 바위 더미가 눈에 확 들어온다. 딱 한 사람이 걸을 수 있을 만큼의 비좁은 트레일이 바위를 비집고 고부라진다. 보이지 않는 끝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비에 젖은 황갈색 바위가 환하게 빛난다.


코타이의 화려한 대규모 리조트 단지와 대조적으로 은빛 바다와 바위가 만들어내는 풍경의 간극은 흥미롭다. 흙을 주물러 만든 것처럼 바위는 대체로 둥글고 부드러운 질감이다. 바위틈에서 버티고 사는 야생화와 이끼 식물이 바람에 깨어나 더 많은 냄새를 실어 나른다. 파인애플을 닮은 스크루파인(screw pine)과 종려나무 같은 열대식물을 설명하는 표지판은 이 지역이 서식지임을 알려준다. 이곳은 마카오 유일의 해안 트레일이다. 실제로는 2.15킬로미터의 짧은 길이지만 마카오 자생식물과 이국적 경치를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가던 길을 멈추고 나지막한 바위 너머를 바라본다. 마카오 현지인이 바다를 향해 띄엄띄엄 앉아 있다. 너럭바위 한쪽에서는 어떤 이가 손바닥만 한 작은 동상을 세워놓고 향을 피우며 기도한다.


4미터 높이의 ‘용의 발톱 바위’에는 사람들 사이에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지상으로 내려 온 작은 용 1마리가 불멸의 복숭아를 먹은 죄로 바다의 신에 의해 바위 속에 영원히 갇혔다는 것. 용의 발톱에서 빠져나와 선사시대 원주민, 도마뱀, 독수리, 돼지머리 형상의 바위를 지나친다. 바다 안쪽으로 뻗어 있는 정자는 아름다운 일몰의 경계를 만나는 곳이다. 길을 걷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수평선 너머로 떨어지는 빛을 목을 빼고 바라본다. 홍콩의 작은 섬들이 고래등처럼 검게 걸려 있다.



TIP ▶ 먹을 곳

저녁 식사는 학사 해변 입구에 있는 레스토란테 페르난도(Restaurante Fernando)에서 해결하자. 콜로안 피싱 빌리지에서 가장 유명한 포르투갈 식당이다. 분홍 체크 문양의 테이블 천으로 단정하게 장식한 실내에 마카오와 남유럽의 풍경이 오묘하게 교차한다. 대합 조개 요리와 바비큐가 이곳의 주요 메뉴다. 마늘 대합 볶음 180파타카, 돼지고기 숯불구이 162파타카, fernando-restaurant.com




3. 펠리시다데 거리

붉은 대문이 빼곡한 까닭은?

붉은 대문의 건물이 줄지어 있는 펠리시다데 거리. © 김주원


마카오의 문화유산을 이야기할 때 펠리시다데를 빼놓을 수 없다. 포르투갈어로 ‘행복’을 의미하는 이 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마카오에서 가장 어두운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19세기 중반, 부유한 상인 퐁록(Vong Lok)과 그의 아들 퐁타이(Vong Tai)가 거리를 휘젓고 다니며 홍등가로 상권을 키워나간 게 이야기의 시작이다. 당시 거리의 절반은 홍등가와 찻집으로, 나머지 절반은 아편 소굴과 도박장으로 채워져 있었다고. 붉은 기와지붕과 창이 특징인 이곳의 2층 회색 벽돌 건물은 현재 중국에서 가장 잘 보존된 홍등가로 남았다. 그들만의 ‘행복의 나라’를 꿈꾸던 220미터 길이의 거리에서 과거 흥망의 흔적을 찾느라 계속 두리번거린다. 1층의 절반 정도는 굳게 닫혀 있고, 검은 강아지가 지키는 철물점과 작은 노포,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다. 2층은 여전히 거주지로 사용된다고. 한 뼘 열린 2층 창에서 빨래를 말리려는 손이 나오다 금세 삐걱거리는 창을 굳게 닫는다.


샛길을 따라 뒷골목으로 가보자. 제2차 세계대전 후 아편과 매춘을 엄격하게 금지하면서 펠리시다데는 쇠락했지만, 보존 사업을 통해 뒷골목의 창은 대부분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세월에 의해 벗겨진 벽면은 온갖 이끼 식물로 뒤덮여 있는데, 이런 생경한 풍경이 여행자에겐 매혹적인 사진 배경이 되는 모양이다. 낡고 폐허가 된 구옥 앞에서 사람들은 갖은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



TIP ▶ 먹을 곳

150년 역사의 산바 호텔(SanVa Hotel)과 마카오에서 가장 오래된 매캐니스 레스토랑 팻시우라우(Fat Siu Lau)는 여전히 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아프리칸 치킨 220파타카, 비둘기 구이 160파타카, fatsiulau.com.mo). 65번지에 자리한 노포 청케이(Cheong Kei)는 굳이 미슐랭 가이드 레스토랑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현지인이 찾는 소문난 국숫집이다. 50년을 이어온 전통 방식대로 대나무 도구를 사용해 달걀 면을 반죽한다. 말린 새우 가루를 얹은 볶음면과 새우 완탕면이 유명하다(국수 28~40파타카).



신진주. 사진 김주원 

신진주는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의 외부 필자로, 사진가 김주원과 특별한 마카오 탐험을 하느라 온종일 여기저기 땀을 흩뿌리고 다녔다. 주로 땅에 주저앉았지만.

ⓘ 취재 협조 마카오정부관광청 kr.macaotourism.gov.mo



'마카오 랜드마크 탐험기'에 이어진 이야기

마카오 랜드마크 탐험기 Pt.2 - 페냐 언덕 ~ 세나두 광장

마카오 랜드마크 탐험기 Pt.3 - 마카오 타워 ~ 강주아오 대교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와 함께 최고의 여행을 만나보세요.

론리플래닛 코리아 웹사이트

론리플래닛 코리아 페이스북         


작가의 이전글 이스라엘의 혼란 너머에서 발견한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