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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Aug 05. 2019

제주 남쪽 포구를 따라서

화순항에서 태흥포구까지 제주 남쪽 포구를 한 줄로 꿰어 달린다.

화순항에서 태흥포구까지 제주 남쪽 포구를 한 줄로 꿰어 달린다. 
청록빛 육지와 푸른 바다의 경계를 넘나들며 발견한
남쪽 포구의 매력적인 장소들.


Best for Café

1. 레이블 커피

(좌) 레이블 커피는 귤 창고의 외관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우) 쌉싸름한 커피 본연의 맛을 살린 아이스 라테. ⓒ 정태겸


대정읍 안성리, 현무암을 툭툭 던져놓은 마당 너머로 수수한 외관의 귤 창고가 하나 서 있다. 올해 1월 문을 연 레이블 커피. ‘암흑’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내세운 이곳은 재빠르게 SNS 피드를 채우는 중이다. 건물 밖에서 봤을 때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세계가 안쪽에서 기다린다. 사전에 이를 모르고 찾아온 이라면 문을 열자마자 당황할 것이다. 일단 실내가 아주 어둡다. 곳곳에 떨어지는 핀 조명이 아니면 발 밑조차 분간하기 어렵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시야가 익숙해질 무렵 차츰 공간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다.

“제주에는 이미 멋지고 화려한 카페가 많잖아요. 저희는 반대로 접근하기로 했어요. 귤 창고의 원형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커피와 대화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 저희가 이곳을 연 이유죠.” 카페를 운영하는 최홍석 대표의 의도는 어느 정도 적중한 듯하다. 레이블 커피에서는 한자리에 앉아 진중하게 대화를 나누고 커피를 음미하는 이들이 대다수니까. 이곳에서 사용하는 원두는 산미가 풍부한 대신, 향이 부드럽다. 라테는 쌉싸름한 커피 본연의 맛이 살아 있고 마무리가 산뜻하다. 단지 비주얼에만 힘을 쏟는 트렌드에서 벗어나 커피가 지닌 본연의 매력을 살리고 싶다는 대표의 말에 공감하게 되는 맛. 여기에 아몬드를 구워 쿠키처럼 깔고 레몬 껍질을 넣은 치즈 케이크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 커피 5,000원부터, 10am~7pm, 서귀포시 대정읍 보성구억로126번길 34, 인스타그램 @labilecoffee



Best for stroll

2. 용머리해안

(좌) 해안 곳곳에서 지질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희귀 지층을 볼 수 있다. (우) 용머리해안은 절벽을 따라 안으로 들어갈수록 풍광이 빼어나다. ⓒ 정태겸


화순항 인근 해안가에 우뚝 솟아오른 산방산 곁으로 ‘용머리해안’ 이정표가 보인다. 이곳을 그저 그런 해안 절벽이라 여기고 핸들을 돌리면 곤란하다. 진짜 비경은 눈앞에 보이는 바위 너머에 자리하니까. 바위를 끼고 돌아 들어간 뒤에도 한참을 전진해야 용머리해안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어느 순간 북유럽 어딘가의 피오르 혹은 화산 지형의 해변을 떠올리게 하는 절경이 겹겹이 보일 것이다.

용머리해안이라는 명칭은 독특한 지층 때문에 붙었다. 상공에서 내려다보면 이 일대가 바닷속을 향해 들어가는 용의 머리를 닮았다는 것. 바다 쪽으로 길게 튀어나온 끝부분이 다소 뭉툭한데, 제주에서 장차 뛰어난 왕이 나오는 걸 막기 위해 진시황이 호종단을 보내 용의 꼬리와 잔등을 끊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진위를 알 길 없는 전설이지만, 자연이 빚은 해안 지층은 볼수록 신비롭다. 180만 년 전의 수중 폭발로 형성된 길이 600미터, 높이 20미터에 걸친 응회암층에는 평행층리와 풍화혈, 돌개구멍, 해식동굴, 수직절리단애 등 희귀한 지질 구조가 응축되어 있다. 용머리해안은 망망대해를 표류하던 네덜란드인 하멜이 처음 우리나라에 발을 디딘 곳이기도 하다.

ⓘ 입장료 2,000원, 9am~5pm(만조 및 기상 악화 시 통제), 064 760 6321,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남로216번길 24-34(용머리해안 기후변화홍보관).



Best for Dessert

3. 안티고 라운지

(좌) 안티고 라운지는 레트로 감성을 살린 실내 곳곳이 포토 스폿이다. (우) 당근 케이크와 쑥 케이크를 함께 주문해보자. ⓒ 정태겸


화순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마을 복판에 레트로풍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빨간 지붕의 카페가 자리한다. 포구를 낀 마을의 카페라면 으레 바다와 가까운 장소를 택할 텐데, 안티고 라운지는 정반대다. 인테리어 사업을 하던 박인덕 대표는 자재 창고용으로 이곳 부지를 임대했다가 카페와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방향을 틀었다. 한적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살려 누구나 편안히 쉬어 갈 수 있는 세련된 공간으로 만들기로 한 것. 서핑을 좋아하는 대표는 안티고 라운지에 편집숍을 겸해 서핑 관련 제품도 구비했다. 덕분에 제주의 서퍼가 즐겨 찾는 아지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안티고 라운지의 여러 메뉴를 앞에 놓고 무얼 골라야 할지 고민된다면 일단 케이크를 선택해보자. 당근과 쑥 케이크가 이곳의 대표 메뉴. 그중에서도 이곳의 당근 케이크는 발군이다. 담백한 첫맛에 이어지는 은은한 시나몬 향 그리고 달콤한 마무리까지. 쫀득하게 씹히는 케이크의 식감도 훌륭하다. 쑥 향이 입 안에 은은히 스미는 쑥 케이크는 담백한 맛을 선호하는 이에게 추천한다.

ⓘ 케이크 7,000원, 11am~6:30pm(7~9월 12am까지),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재남로7번길 26-12, 인스타그램 @antigo_lounge



Best for Book Stay

4. 그건, 그렇고

(좌) 예래동의 차분한 게스트하우스 1층을 개조한 서점 그건, 그렇고. (우) 서점과 게스트하우스를 알리는 아담한 간판. ⓒ 정태겸


분명 내비게이션에서 알려준 대로 찾아갔는데, 도통 서점이라 할 만한 곳이 보이지 않는다. “아, 뒤에 보이는 노란색 건물이 맞아요. 처음 오는 분은 다들 헷갈려 하죠.” 서점 그건, 그렇고를 운영하는 김종범 씨에게 전화하자 돌아온 답이다. 알고 보니 서점은 게스트하우스 마음에 담는 제주 1층에 들어서 있다. 간판도 작고 글씨는 더 작으니 자동차로 방문한 이라면 단번에 찾기가 어려울 것 같다. “욕심은 없어요. 원래 1층도 게스트하우스였는데 객실을 없애고 그 자리에 서점을 만들었죠. 저희가 워낙 책을 좋아하거든요. 이곳을 작게나마 서점이자 독서 공간으로 쓰고 싶었어요. 마을 주변에 편의 시설이 전혀 없어 차분하게 독서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기도 하고요.”

아담한 가정집 구조를 살린 실내에 책장을 여기저기 놓고 책을 진열했다. 이쪽은 읽기 위한 책, 저쪽은 팔기 위한 책으로 서가를 구분해놓았다.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는 손님은 서점이라 따로 일러주지 않으면 그저 공용 공간 정도로 여기곤 한다고. 서점을 만든 이후 초반에는 동네 사람이 자주 찾아왔다고 한다. 문화시설이 드문 예래동에 서점의 등장이 반가웠을 터. 그러다가 차츰 먼 곳에 사는 사람이 오기 시작했다. 제주시에 사는 이가 단골이 되더니 어느 날부터는 육지 사람의 발길이 오간다고. 그건, 그렇고가 소장한 책은 소설과 에세이, 독립 서적이 주를 이룬다. 책을 고르는 기준은 순전히 소설과 에세이에 빠진 두 주인장의 취향에 달려 있다고 한다.

ⓘ 3pm~7pm, 비정기 휴무, 서귀포시 예래로68번길 11-8 1층, 인스타그램 @btwjeju




▶ 추천 드라이빙 루트

산방산로 — 약 2.3킬로미터

산방산삼거리에서 산방연대를 지나 화순리까지 이어지는 도로로 올해 3월 정식 개통했다. 특히 산방산 중턱부터 화순리를 향해 내려가는 구간은 탁 트인 경관이 일품이다. 산방로를 달리는 동안 남쪽으로 용머리해안 너머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산방산 부근의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룬다. 산방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방연대를 중심으로 송악산과 가파도, 형제섬이 어우러진 파노라마 경관을 한눈에 담아보자. 날씨가 맑은 날에는 멀리 마라도까지 보인다.



글/사진. 정태겸




'제주 남쪽 포구를 따라서'에 이어진 이야기

제주 남쪽 포구를 따라서 pt.2 - 법환포구~태흥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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