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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Aug 08. 2019

오지에서 여름나기

경북 3대 오지 봉화에서 보내는 힐링 바캉스


백두대간과 낙동강이 빚은 

아름다운 땅 봉화에서 보내는 힐링 바캉스.

 때묻지 않은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완벽한 도피처에서 잠시 숨을 고르다. 


바삭거리는 여름 햇살 아래 산간 마을로 이어지는 도로를 미끄러져 간다. 길이 좁아질수록 사방을 첩첩이 둘러싼 산과 어린 벼가 찰랑이는 논, 신록이 물오른 나무가 차창 밖으로 초록빛 향연을 펼친다. 활짝 열린 창문을 통해 산바람이 불어와 이마의 땀을 훔친다. 그제야 비로소 봉화에 다다른 걸 실감하게 된다. 봉화는 영양, 청송을 포함한 경상북도의 3대 오지로 꼽힌다. 태백산맥에서 소백산맥이 분기하는 경계인 내륙 깊숙이 자리한 탓에 전체 면적의 약 83퍼센트가 산지다. 눈앞의 풍경도 산간벽지에 대한 편견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듯하다. 어딜 가나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이 울창한 데다, 그 사이로 세계 최남단의 열목어 서식지로 유명한 맑고 차가운 계곡이 넘쳐 흐른다. 이곳을 오지라 부르는 데는 서울까지 하루 6회 운행하는 빈약한 시외버스 노선과 자동차로 3시간 넘게 걸리는 불편한 교통편도 한몫 거든다. 하지만 사람들로 들끓는 관광지를 피해 자연 속에서 여유로운 휴가를 만끽하고 싶다면 이 또한 충분히 감내할 만하지 않은가.




Vacation 1

백두산호랑이를 찾아서

호랑이 숲에서 만난 백두산호랑이.  앞에 걸어가는 호랑이가 한청이고,  뒤에서 주변을 살피는 호랑이가 우리다. ⓒ 박소

봉화에는 백두산호랑이가 산다. 그것도 비좁은 철장이 아닌 축구장 7개 크기의 숲에서 자유로이 노닐면서 말이다. 백두산호랑이를 만나기 위해 봉화 읍내에서 북쪽으로 30분가량 달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으로 향한다. 2018년에 개장한 이곳은 총면적 약 51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목원이다. 단순히 잘 꾸민 공원 정도로만 생각하면 섭섭하다. 주변 산까지 아우르는 웅장한 규모에 걸맞게 한반도의 가장 긴 산줄기인 백두대간의 산림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고자 7년에 걸쳐 조성했기 때문. 불과 100년 전만 해도 한반도를 호령하던 백두산호랑이의 새 보금자리를 이 수목원에 마련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호랑이 출근 시간에 맞추려면 서둘러야 해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대외협력팀의 조현철 주임이 카트를 끌고 호랑이 숲으로 길을 안내한다. 오전 10시가 되자 백두산호랑이 2마리가 어슬렁거리며 숲 아래로 내려온다. 열네 살 된 암컷 한청은 주변을 한 바퀴 쓱 돌고는 우아한 몸짓으로 기지개를 펴고 그늘 아래 늘어진다. 한청보다 덩치가 크고 털색이 진한 여덟 살 된 수컷 우리는 날씨가 더운지 물웅덩이로 곧장 뛰어든다. “지금이 호랑이가 가장 많이 움직이는 시간이에요. 우리에서 나와 자기 영역에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하고 나면 하루 종일 꼼짝 않고 있어요. 퇴근 시간인 오후 5시나 되어야 슬슬 움직일 겁니다.” 조현철 주임이 말한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있는 백두산호랑이는 총 5마리. ‘시베리아호랑이’라고도 불리며 전 세계에서 130~150마리 정도만 야생에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멸종위기종인 백두산호랑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전국에서 이곳으로 옮겨온 것이다. 이들을 방사하는 거대한 호랑이 숲은 지형과 식생을 활용해 최대한 자연 서식지와 유사한 환경으로 조성했다. 그래서일까. 널찍한 야외 공간에서 유유자적 지내는 한청과 우리의 표정이 한결 밝게 느껴진다. 




암석과 고산식물이 어우러진 암석원. 봉자페스티벌이 열리는 야생화 언덕을 지나가는 관광객들. ⓒ 박소현

호랑이 숲을 빠져나오자 31개의 전시원 코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전기 트램에서 우르르 내린 관광객 무리는 햇빛 가리기용 무지개 우산을 쓰고 조밀하게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자작나무원. 하얀 수피가 인상적인 자작나무를 중심으로 줄기에 황갈색 얼룩이 진 노각나무, 광택을 띤 줄무늬가 아름다운 개벚지나무가 도열해 소담한 숲을 이룬다. 숲을 걷다 보면 대개 고개를 들고 무성한 잎부터 보지만, 여기서는 독특한 무늬의 나무 줄기를 감상하는 게 포인트다. 숲 아래쪽에 자리한 암석원은 수목원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하다. 해발고도가 높은 봉화의 서늘한 기후를 활용해 커다란 바위 사이로 백두산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고산식물을 식재한 것. 아울러 돌, 자갈, 모래를 차례로 쌓는 생태 공법으로 인공 개울을 만들어 자연과 비슷한 환경에서 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했다. “정원은 자연을 인공적으로 가두기 위해 만든 거라 생각합니다. 저희 수목원은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암석원을 지긋이 내려다보던 조현철 주임이 힘주어 말한다.




시드 볼트 내부를 재현한  방문자 센터 전시관. ⓒ 박소현
전시관에서는 종자 저장 방식을 엿볼 수 있다. ⓒ 박소현

백두대간수목원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바로 시드 볼트(Seed Vault)다. 자연재해, 전쟁, 핵폭발 등에 대비해 야생식물 종자를 수집해 영구 보존하는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고 생각하면 된다. 현재 시드 볼트에는 약 4만6,000점의 종자가 저장되어 있으며, 그중에는 한반도 고산지역에 분포하는 희귀 종자도 포함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수목원이 봉화에 들어선 이유가 시드 볼트 때문이라는 것. 시드 볼트 부지를 선정할 때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는데, 예부터 자연재해가 적은 지역으로 소문난 봉화가 낙점됐다. 외부 충격에도 버틸 수 있도록 46미터 깊이의 지하 터널에 시설을 갖추고, 진도 6.9까지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를 마쳤다고 한다. 아쉽게도 시드 볼트는 외부인의 출입이 불가능하다. 대신 방문자 센터 내에 자리한 시드 볼트 전시관에서 그 궁금증을 해소해보자. 











Local’s Tip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자생식물을 알리는 축제인 봉자페스티벌이 여름과 가을 두 번에 걸쳐 열립니다. 털부처꽃, 긴산꼬리풀, 분홍바늘꽃 등 아름다운 우리 꽃이 야생화 언덕을 분홍빛으로 물들일 예정이죠. 아직 대중에게 낯선 자생식물을 소개하고, 지역 농가에서 재배한 식물을 축제에 활용하는 방법으로 지역 상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더욱 의미가 큽니다.”

-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대외협력팀 조현철 주임






글. 문지연   사진. 박소현

문지연은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의 에디터다. 취재 내내 사진가의 옆에서 힐링 바캉스에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하기 위해 고심했다. 취재에 동행한 사진가 박소현은 능수능란한 운전 솜씨를 뽐내며 봉화의 험한 산길을 섭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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