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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Aug 16. 2019

마카오의 환대받는 여행자

마카오 호스피탤리티의 정수, 세인트 레지스 마카오

폭염과 소나기가 뒤섞인 마카오의 여름 날씨가 창밖을 거칠게 장식할 때,
세인트 레지스 마카오의 투숙객은 오랜만에 호스피탤리티의 회생을 경험한다.



Arrival

바다 위로 활주로가 놓인 마카오 국제공항에서 차를 타면 불과 2분 만에 코타이(Cotai)에 진입한다. 타이파(Taipa)섬과 콜로안(Coloane)섬 사이를 매립해 탄생한 코타이는 짧은 역사를 지닌 신세계라 할 수 있다. 호텔과 몰, 공연장, 테마파크 등이 뒤섞여 있고, 파리와 베네치아의 환영이 곳곳에 아른거린다. 조만간 이 안에 작은 런던을 재현하겠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러다간 전 세계의 대도시를 축소한 미니어처 월드가 마카오를 점령할지도 모르겠지만, 한때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오늘날 중국의 특별행정자치구는 코타이에서 꽤 능숙하게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Check in

세인트 레지스 마카오 로비. ⓒ 홍태식


코타이 스트립에서 몇 번의 교차로 신호를 통과해 세인트 레지스 마카오, 코타이 센트럴(The St. Regis Macao, Cotai Central)에 도착한다. 세인트 레지스는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계열의 호텔 브랜드 중 플래그십 카테고리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 한국에서는 운영되지 않지만, 세계적으로 높은 명성을 인정받는 브랜드다. 사실 세인트 레지스는 뉴욕 상류사회를 이끈 호텔로 시작됐다. 1904년 미국 뉴욕에 처음 문을 연 세인트 레지스는 중앙난방 시스템과 객실마다 전화기를 설치한 첨단 시설을 자랑했다. 호텔의 안주인 캐롤라인 애스터(Caroline Astor)가 주도한 사교계 모임은 그 자체가 미국식 상류사회의 표본이었다. 이런 역사적 일화와 더불어 세인트 레지스는 버틀러 서비스나 블러디 메리 칵테일로 업계에 독특한 이정표를 남겼다.


세인트 레지스 마카오는 브랜드 본연의 가치를 마카오의 독특한 분위기에 은근하게 녹여낸다. 400개의 객실을 갖춘, 전 세계 세인트 레지스 가운데 상하이에 이어 두 번째 크기. 하지만 휘황찬란한 코타이에서 이 정도 규모는 아담한 축에 속한다 (이 지역의 대형 호텔은 보통 2,000~3,000개의 객실을 운영한다). 덕분에 세인트 레지스 마카오는 번잡스럽지 않다. 850개 숍이 들어선 코타이 스트립 몰과 바로 연결되어도 말이다. 호텔의 스태프는 빠르고 자연스럽게 투숙객의 요구에 대응하고, 프런트 스태프와 마주 앉아서 체크인을 진행하는 순간부터 이곳이 추구하는 방향을 엿볼 수 있다.



Staying

우아한 디자인과 멋진 전망을 자랑하는 메트로폴리탄 스위트. ⓒ 세인트 레지스 마카오


럭셔리 호텔일수록 디테일한 요소를 세심하게 신경 쓴다. 당연하게도 그 수행 과정에서 차이가 도드라진다. 세인트 레지스 마카오도 마찬가지. 얼마나 자세한 체크 리스트를 활용하는지 궁금할 만큼 세심하다. 예를 들어 웰컴 드링크에 곁들인 생화 꽃 장식, 객실 내 서랍 속에 놓인 서식류의 위치나 각도, 물병이 넘어지는 상황까지 계산한 세팅, 투숙객이 침대의 어느 쪽에 누웠는지를 계산한 슬리퍼 배치 등. 이 정도면 세심함을 넘어 집요함마저 느껴진다. 조식 시간에는 부주방장이 직접 테이블마다 일일이 인사하며 새로운 디저트를 설명하고 권한다. 투숙객이 택시를 탈 때에는 머리를 문틀에 부딪히지 않도록 도어맨이 고개를 숙이는 각도까지 신경 써준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한다면 감지하기 어려운, (잃어버린) 호스피탤리티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Dining

더 마노의 코스 요리인 바다의 이야기. ⓒ 홍태식


맛있는 음식을 쟁취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다 보니 대영제국이 되었다는 농담도 있지만, 마카오가 (홍콩과 달리) 영국령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식사 시간마다 안도와 즐거움을 선사한다. 에그 타르트나 바칼라우처럼 포르투갈 본토식 요리, 마카오와 포르투갈이 혼합된 매캐니스 요리 그리고 중국 본토의 요리. 이 세 가지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미식이 마카오의 장점이다.


세인트 레지스 마카오의 레스토랑 더 마노(The Manor)가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코스 요리를 선택하면 마카오의 무르익은 파인다이닝을 경험할 수 있다. 8개의 메뉴로 구성된 바다의 이야기(Stories of the Sea)는 이름 그대로 해산물을 바탕으로 펼쳐지며, 최상급 식자재를 전 세계에서 공수해 메뉴를 선보인다. 바이칼 호수의 캐비아를 올린 프랑스산 다니엘 소를뤼(Daniel Sorlut)의 굴로 시작해, 홋카이도산 성게, 포르투갈산 붉은 카라비네로스 새우, 스페인산 대구 부레와 문어, 뉴질랜드 클라우디 베이의 조개, 인도양 최남단에서 수확한 메로 등이 연이어 접시를 채운다. 식자재 본연의 맛을 살리되 메뉴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미감과 식감이 드러난다. 와인 페어링을 요청하면 프랑스, 포르투갈, 뉴질랜드, 브라질 와인이 적재적소에 함께해 풍미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식사 뒤에는 숙련된 스태프의 움직임이 빈틈없이 이어진다.



And more

(좌) 휴식용 카바나를 갖춘 아웃도어 풀. (우) 이리듐 스파는 맞춤 트리트먼트를 제공한다. ⓒ 홍태식


휴식과 식사를 두루 완료한 후에는 바에서 마리아 두 레스트(Maria do Leste)를 1잔 맛보거나, 호텔 꼭대기 층에 자리한 이리듐 스파(Iridium Spa)에서 젬 스톤을 사용한 맞춤 트리트먼트를 체험해보자. 피트니스센터에서는 잠시 땀을 흘리며 피로를 해소할 수 있다. 세인트 레지스에 머문다면 시설과 서비스를 마땅히 누려봐야 하지 않을까. 이 도시에서의 늦은 밤을 보내기 위해, 버틀러에게 내일 떠나기 전 짐 꾸리기 서비스를 부탁하는 것은 잊지 말고.

ⓘ 스파 인덜전스 패키지 1박 2,188홍콩달러, 더 마노 바다의 이야기 1인당 888마카오파타카(와인 페어링 포함 1,288마카오파타카, stregismacao.com


✽마카오에서는 홍콩달러가 통용된다. 마카오파타카(MOP)는 약 1홍콩달러, 1홍콩달러(HKD)는 약 150원이다(2019년 7월 기준).



TIP ▶ 동쪽의 마리아 만들기 

세인트 레지스의 블러드 메리 칵테일. ⓒ 홍태식

전 세계의 세인트 레지스는 각자의 레시피로 블러디 메리를 완성한다. 세인트 레지스 마카오의 블러디 메리는 ‘마리아 두 레스트’라고 명명됐는데, ‘동쪽의 마리아’라는 뜻이다. 레시피는 아래와 같다.

・신선한 라임 주스 10ml

・토마토 주스 60ml

・우스터 소스 2작은술

・블랙 비니거 2작은술

・검은 후춧가루

・피리 피리(piri piri) 소스 2작은술

・셀러리 소금 1작은술

・시나몬 가루 1작은술

・파프리카 1작은술

・프리미엄 보드카 45ml

・가니시를 위한 체리 토마토, 셀러리 줄기, 라임 조각

・추가로 바닷소금과 말린 핑크 후추 열매, 올리브 오일에 데친 초리소 3조각을 곁들여 낸다.



TIP ▶ 버틀러에게 요청하세요 

‘Allow me’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버틀러 서비스는 전화나 이메일뿐 아니라, 위챗 등의 메신저로도 아래와 같은 사항을 24시간 요청할 수 있다.


・커피 혹은 티 룸 서비스

・짐 풀기 혹은 짐 꾸리기

・다림질

・구두닦이

・그 외 레스토랑 예약, 목욕 준비, 쇼핑 대행, 공연 예약 등



글. 허태우 사진. 홍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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