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동의 숨은 핫플레이스를 찾아 떠나는 양재천로 골목 여행.
호젓한 교외 주택가 분위기와 깐깐한 취향이 혼재된 동네, 도곡동. 양재천로를 따라 숨은 보석 같은 가게를 찾아 나서자.
도시서점은 출판사 어반북스에서 운영하는 큐레이션 숍이다. 지면에서 다룬 콘텐츠와 브랜드, 제품을 좀 더 다각적으로 소개하는데, ‘book’을 공간으로 구현한 ‘shop’이기에 서점(bookshop)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최근 발간된 책이나 프로젝트에 따라 주기적으로 구성을 바꾸며 전시, 워크숍, 토크 콘서트 등 다양한 이벤트도 주최한다. 가장 잘 알려진 건 가수 루시드폴의 에세이 앨범 발매 기념 특별전과 오뚜기,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브랜드를 재해석한 전시. 10월 내 중림동에 새로운 공간을 오픈하며 2호점에서는 좀 더 ‘도시’에 집중한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 12pm~7pm, 주말 휴무, @urbanbookshop
유명 버거리아에서 이력을 쌓은 부한별 대표는 국내 햄버거 문화와 ‘본토’의 차이를 고민했다. 미국인에게 햄버거란 한국의 국밥과 같은 음식일 터. 그는 ‘국물에는 심혈을 기울이되 눌은밥을 곁들이는 것도 미덕이 될 수 있다’는 발상에서 답을 얻었다. “저희는 흔히 구할 수 있는 번과 아메리칸 치즈를 써요. 가짜 치즈라고 지탄받는 식자재지만, 그걸 써야 클래식한 햄버거 맛이 나죠. 대신 패티에 신경을 씁니다. 흔히 잘 쓰지 않는 부위의 고기를 배합하고, 중량도 남다르고 말이죠.” 원목과 흰 벽돌, 다이너풍 집기, 폐업한 어린이집에서 떼어와 재단장한 앤티크 간판 등 세심한 인테리어도 가게 고유의 ‘올드패션드’한 분위기에 일조한다.
ⓘ 햄버거 7,500원부터, 11:30am~8:30pm, 브레이크 타임 2:30pm~5pm, @onestarburger
“저희 가게의 햄버거는 기본적으로 치즈 버거예요. 패티와 치즈는 동일하고 메뉴마다 부재료가 다르죠. 그래서 대표 메뉴랄 게 없어요. 각자 취향에 맞춰 시켜 먹는 게 햄버거 문화니까요. 다만 아직 자신의 취향을 모르겠다면 원스타 디럭스를 추천해요. 토마토, 상추, 베이컨, 딜 피클이 든 클래식 메뉴라 호불호가 갈릴 일이 없거든요. 느끼하고 기름진 맛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새로 메뉴에 추가될 패티 멜트를 강력 추천합니다.”
by 원스타 올드패션드 햄버거의 부한별 대표
종암동의 전설적 식당 ‘이북손만두’의 현신. 설립자 심상일 대표의 아들 심두섭 씨가 승계하며 자리를 옮겼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아버지가 손목에 테이프를 감고 주방에 선다. 그가 추구하는 음식 철학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개성식 만둣국은 조미료가 들어가면 큰일나는 음식이에요. 그래서 맛이 없다고 불평하는 분도 있죠. 반대로 멀리서 찾아 오는 단골도 있고요. 간혹 개성 태생인 어르신들은 맛을 보고 눈물을 보이기도 해요.” 주방이 넓어지고 인력이 늘어난 덕분에 전에 못했던 음식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곰탕, 막국수부터 닭볶음탕에 이르기까지. ‘정직함을 빚는다’는 철학은 어떤 요리든 마찬가지다.
ⓘ 만둣국 9,000원, 만두전골 1만5,000원, 10am~10pm, 월요일 휴무, 02 577 8808.
도곡동 카페 거리의 무수한 가게 중에서도 브라이언스 커피에는 유별난 구석이 있다. 바로, 와이파이도 콘센트도 없다는 점. ‘휴식과 대화를 위한 공간’이라는 모토에 맞춰 몇 년 전 과감히 없앤 것이다. 이런 불편에도 늘 손님이 몰리는 이유는 또 하나의 모토, ‘매일 먹어도 좋은 커피와 빵’ 덕분이다. 브라이언 킴 대표는 한국바리스타챔피언십 심사위원까지 역임한 실력자며, 공은비 공동 대표는 베이커리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고급 식자재를 공수해 빵을 만든다. 라벨 루주 등급의 밀가루부터 게랑드 소금, 이즈니 버터, 발로나 초콜릿까지. 이런 뛰어난 이력과 고급 식자재를 굳이 드러내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 휴식과 대화를 위한 공간으로 남고자 함이다.
ⓘ 필터 커피 6,500원, 8am~10pm, 주말 및 공휴일 9am 오픈, @brianscoffee
최동우 대표가 내추럴 와인 바 도곡옥의 음식과 와인을 설명하며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은 ‘재미’다. 내추럴 와인은 인공적 개입을 최대한 배제하고 친환경 방식으로 생산한 와인. 거들먹거리듯 향유하기 쉬운 유행 같지만, 본질에 집중해야 더 잘 보이는 매력이 있는 법이다. “저도 처음에는 편견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일반 와인을 잘 못 마시게 됐죠. 아황산염 맛 때문인지 껄끄러운 느낌이 든달까요.” 소박하고 아늑한 인테리어도, 7,000원 안팎에 즐길 수 있는 안주류도 좀 더 와인에 집중하게 하는 요인. 오직 시음으로 고른 200여 종의 다국적 와인을 갖췄으며, 간혹 당일 글라스로 판매하는 술을 SNS에 공지한다.
ⓘ 와인 6만 원대부터, 6pm~12:30am, 일요일, 월요일 휴무, @dogokokk
"도곡동은 20년 전만 해도 ‘서울의 끝’처럼 여겨지던 동네예요. 타워팰리스가 완공되고 양재천에 공원이 조성되면서 한동안 세련된 가게들이 잔뜩 생겼어요. 하지만 번화가는 되지 못한 채로, 그때의 여파가 조금씩 시들면서 지금에 이른 거죠. 이런 변화 속에서 자리 잡은 숨은 보석 같은 가게들이 있어요. 내실이 있는, 혹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곳들이죠. 브라이언스 커피 같은 곳은 갈 때마다 놀라요. 그 정도 실력을 갖춘 카페가 어쩜 그리 한적한지, 매일 아침 들르죠. 카페 리에종도 추천해요. 모든 것에 정성이 실려 있고 인테리어가 예뻐서 사진이 잘 나오거든요. 레스토랑 중에는 얼마 전에 생긴 마린을 좋아합니다. 해산물 레스토랑인데, 우드 파이어 레스토랑 ‘도마’에서 낸 곳이라 역시 실력이 출중합니다."
by 도곡옥의 최동우 대표
글/사진. 오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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