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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Jan 19. 2020

다큐멘터리 사진가 박종우의 남태평양 바누아투

쿵쿵! 쾅쾅! 가슴을 울리는 지구의 심장 소리를 들어본 적 있는가?


남태평양 바누아투의 탄나에는 원시 자연과 사람의 삶이 숨 쉰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박종우가 탄나섬의 속살에 가깝게 다가섰다.


야수르 화산의 분화구에서 20여 분마다 한 번씩 강렬하게 뿜어져 나오는 붉은 용암. © 박종우


쿵쿵! 쾅쾅! 가슴을 울리는 지구의 심장 소리를 들어본 적 있는가? 남태평양 한쪽에 일렬로 떠 있는 섬들로 이루어진 나라 바누아투(Banuatu)의 탄나섬(Tanna Island)은 그야말로 원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외따로 떨어진 이 섬에 외지인이 끊임없이 찾아드는 까닭은 그곳이 살아 있는 화산의 모습을 눈앞에서 직접 볼 수 있는 지구상의 몇 안 되는 장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온 여행자들이 야수르 화산에 올라 자연의 신비를 목격한다. © 박종우
화산재로 뒤덮인 땅은 마치 외계의 다른 행성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 박종우


탄나섬 동쪽에 자리 잡은 야수르 화산(Mount Yasur)의 정상에 올라가면 발아래 분화구에서 용암이 펄펄 끓어오르는 장면을 마주치게 된다. 화산이 작은 폭발을 일으킬 때마다 천지가 진동하는 천둥소리와 함께 붉은 마그마 덩어리가 용솟음친다. 이 때문에 탄나섬을 지구의 심장이라 부른다. 화산 주변에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데, 검고 고운 화산재에 뒤덮인 대지에 서면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행성의 표면이 바로 이런 풍경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탄나섬의 마을은 원시 공동체를 유지한다. 마을 주민은 대부분 시간을 함께 어울려 보낸다. © 박종우
원주민 소녀가 판다누스 나뭇잎으로 만든 옷을 입고 걸어가고 있다. © 박종우

야수르 화산에서 멀지 않은 정글 속에는 크고 작은 여러 부족이 원시의 전통을 이어가며 살고 있다. 이들은 비옥한 화산토에 뿌리줄기 식물을 심는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의 생활을 이어간다. 탄나는 작은 섬이지만 불편한 도로 사정 때문에 마을들이 고립되어 동네마다 언어가 다르고 풍습도 다르다. 이런 원주민 마을은 외부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 카메라를 들고 접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추장을 만나서 인사를 하고 긴 설득 과정을 거친 후에야 그들의 생활 공간인 ‘나카말’에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마을의 공용 공간 역할을 하는 거대한 바니안나무. © 박종우


나카말은 마을 사람이 서로 만나는 공동 생활 공간이다. 보통 큰 반얀 트리 아래 공터를 만들어 나카말로 사용한다. 바니안나무 위에는 사다리를 설치해 휴식을 위한 집을 만들어두기도 한다. 탄나섬은 하루의 대부분을 온 동네 사람이 한데 모여 시간을 보내는 공동체 사회다. 이곳에선 현대사회의 가정에서 많이 사라진 아이들의 놀이가 이어지고 행복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해가 지자마자 밤하늘에는 별이 쏟아지고 은하수 다리가 놓인다. 남녘 하늘을 가득 메운 채 반짝이는 수많은 별과 함께 아이들은 초가지붕 아래에서 도마뱀 울음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든다. 남태평양의 탄나섬에는 붉게 타오르는 지구의 심장과 함께 공동체 사회의 원시적 아름다움이 살아 숨 쉰다.



글/사진박종우(인스타그램 parkjongwoo_photo)


취재 협조 외교부(@mofa_kr), 태평양관광기구(Pacific Tourism Organisations, @pacificislandsstory, @southpacifictour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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