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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Mar 05. 2020

미국 동부의 두 도시 이야기 - 보스턴의 과거

보스턴 그리고 워싱턴



자유와 번영의 기틀을 완성한 미국 동부의 보스턴과 워싱턴 D.C..
그간 여행자의 레이더에서 조금 비켜서 있던 두 도시는
각각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에디터 2명이 각자의 방식으로 떠난 도시 여행에서 힌트를 찾아보자.






혁명과 야구, 클램 차우더의 교집합


(왼쪽) 보스턴 다운타운의 세관탑(Custom House)은 1915년 151m로 증축된 도시의 랜드마크다. (오른쪽) 보스턴 바이 풋의 투어 가이드 리베카 브룩스. ⓒ 고현


프리덤 트레일을 알리는 원형 표지판. ⓒ Wangkun Jia/Shutterstock

미국 독립 전후의 역사서를 살펴보면 보스턴에 할애하는 페이지의 비중이 상당하다. 영국 식민지 시절, 불공정 차 무역에 반발해 급진적 계층이 일으킨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은 미국독립혁명의 불을 지폈다. 영국 의회에 맞선 혁명의 흔적은 보스턴 다운 타운 곳곳의 길바닥에 깔린 ‘프리덤 트레일(Freedom Trail)’ 원형 표지판을 따라가며 확인할 수 있다. 

프리덤 트레일 여정은 대개 패니얼 홀(Faneuil Hall)의 새뮤얼 애덤스(Samuel Adams) 동상 앞에서 시작한다. 매사추세츠주의 급진주의자를 이끈 새뮤얼 애덤스는 당시 미국의 독립을 누구보다 열망했다. 1773년 영국의 차 무역 독점 정책에 반발해 몰래 영국 선박의 차를 바다에 던진 보스턴 차 사건도 그의 선동으로 비롯됐다. 이를 계기로 영국 의회의 통상 조치가 강화됐고, 매사추세츠 외의 다른 주에서도 독립의 열기가 불타올랐다. “보스턴은 워킹 시티입니다. 걸어서 들여다봐야 도시가 품은 진짜 이야기를 알 수 있어요. 지금 밟고 있는 자갈 바닥도 17세기에 깐 거죠.” 리베카 브룩스(Rebecca Brooks)가 말한다. 비영리 단체 보스턴 바이 풋(Boston by Foot, bostonbyfoot.org)에서 12년째 도보 투어 가이드로 활동 중인 그녀는 보스턴의 파란만장한 역사의 현장으로 참가자를 이끈다. 독립혁명 최초의 유혈 사태가 벌어진 옛 주의회의사당(Old State House)부터 보스턴 차 사건을 모의하던 올드 사우스 집회소(Old South Meeting House), 혁명가 유해가 안착된 그래너리 공동묘지(Granary Burying Ground) 등을 거쳐 보스턴 시청사까지 약 90분간 이어지는 투어는 미국 독립 혁명사의 발자취를 꼼꼼하게 뒤쫓는다. 




WHERE TO DRINK

전설적 혁명가의 이름을 붙인 새뮤얼 애덤스는 보스턴 최고의 맥주 브랜드기도 하다. 서울의 웬만한 펍에서 만날 수 있을 만큼 이곳의 라거는 대중적이지만, 본거지에서 마셔야 할 이유가 있다. 라거 외에도 겨울, 여름, 크리스마스, 옥토버페스트 등 시즌마다 다른 레시피로 양조하는 스페셜 맥주를 준비하니까. 보스턴 남서부 외곽의 한적한 에글스턴 스퀘어(Egleston Square)에 자리 잡은 새뮤얼 애덤스 보스턴 브루어리(Samuel Adams Boston Brewery)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브루어리 투어를 무료로 제공한다. 시간 여유가 없다면 패니얼 홀의 탭룸을 택해도 좋을 듯. samueladams.com





보스턴 공립 도서관 매킴 빌딩의 열람실. ⓒ Julien Hautcoeur/Shutterstock



1630년 영국에서 도피한 청교도인이 정착한 보스턴은 미국 최초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그 덕분에 보스턴에 처음 세워진 곳들은 대부분 ‘미국 최초’란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1630년 설립된 최초의 공립학교부터 최초의 대학인 하버드 대학(Harvard College), 최초의 건축학과를 도입한 MIT 공과대학교 등. 여기에 최초의 공공 도서관도 빼놓을 수 없다. 고아한 적갈색 벽돌 건물이 도열한 백 베이(Back Bay)에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이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1852년 이 자리에 들어선 보스턴 공립 도서관(Boston Public Librarybpl.org)의 파사드는 코플리 광장(Copley Square)을 위압적으로 내다보는데, 하이라이트는 그 너머 내부에 있다. 1,900만 권의 방대한 장서와 전자 자료를 소장한 도서관에서 수많은 이의 발길이 모이는 곳은 매킴 빌딩(McKim Building)의 2층 열람실. 아치형 석조 돔 아래로 녹색 빈티지 램프가 줄줄이 밝히고 있는 이곳에선 학구적 열기를 내뿜는 이들의 모습이 사뭇 숙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저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뮤지엄의 고풍스러운 중정. ⓒ 고현



도시 서쪽 펜웨이 켄모어(Fenway–Kenmore)의 이저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뮤지엄(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gardnermuseum.org) 역시 미국 최초의 사립 미술관이다. 영국 스튜어트 왕가의 혈통을 이어받은 잭 가드너 부인(Mrs. Jack Gardner)이 베네치아풍의 4층짜리 대저택에 유럽에서 수집한 걸작 2,000여 점을 대중에게 공개하며 문을 열었다. 방마다 중정을 향해 낸 테라스에서 야자수가 높다랗게 자란 고풍스러운 정원을 바라보면 묵상에 잠긴 이들을 여럿 발견하게 될 것이다. 




WHERE TO STAY

혁명의 도시를 대변하는 듯한 이름의 더 레볼루션 호텔(The Revolution Hotel)은 사우스 엔드(South End) 초입에 자리한다. 벽화가 트리스탄 이턴(Tristan Eaton)이 1775년에 일어난 미국독립혁명을 모티프로 작업한 그라피티가 로비와 복도 곳곳을 컬러풀하게 채우고 있다. 객실은 아담하지만 공간을 멋스럽고 실용적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 프라이빗 룸을 비롯해 도미토리, 주방이 딸린 레지던시 등 객실 선택의 폭도 넓다. 호텔 1층에는 캘리포니아 스타일의 멕시칸 요리를 선보이는 코스미카(Cósmica)가 들어서 있으며, 지하는 코워킹 스페이스로 운영 중이다. 90달러부터, therevolutionhotel.com






글/사진. 고현


고현은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의 편집장이다. 보스턴에서 혹독한 겨울 바람에 시달렸지만 매사추세츠산 굴에 단단히 반했다.




'동부의 두 도시 이야기' 이어진 이야기

동부의 두 도시 이야기 pt. 2 - 보스턴의 현재 

동부의 두 도시 이야기 pt. 3 - 워싱턴 D.C.의 과거

동부의 두 도시 이야기 pt. 4 - 워싱턴 D.C.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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