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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Mar 10. 2020

샘 해밍턴의 롱런 라이프

지속 가능한 삶과 여행에 대한 샘 해밍턴의 진지한 생각.

방송인 샘 해밍턴(인스타그램 @samhammington)은
20여 년 전 한국에 처음 올 때 론리플래닛 한국 가이드북을 들고 왔다.
여행지에서 삶의 터전이 된 한국에서 그는 오래오래 여행하며 사는 삶을 그린다.






샘 해밍턴 인터뷰 영상  https://youtu.be/S6NLIIbNR5M



스웨이커피스테이션에서 플랫 화이트를 마시는 샘 해밍턴. ⓒ 오충석



론리플래닛 <2020 최고의 여행지>는 저희가 드리는 선물이에요. 이 책에서 가보고 싶은 곳이 있나요?

여기 있는 곳 다 가보고 싶어요.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을 고른다면… 모로코와 튀니지요. 사실 제일 해보고 싶은 여행은, 이 책에는 없지만 스위스와 이탈리아 기차 여행이에요. 지금은 아이들이 어리니 여행할 때 제약이 많아 어려워요. 20년 후에나 가야 할 것 같아요.



작년 말에 예능 프로그램<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아이들과 두바이를 다녀왔죠. 어땠나요?

솔직히 두바이에 큰 기대는 없었는데 막상 가보니까 또 가고 싶더라고요. 쇼핑도 할 수 있고, 문화 체험할 거리도 많고, 아이들을 위한 놀거리도 있고. 웬만한 사람은 모두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윌리엄은 이제껏 여행해본 곳 중 어디를 좋아하던가요?

윌리엄에게 물으면 꼭 호주, 미국, 중국을 언급하더라고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윌리엄 나름대로 좋은 추억이 있는 것 같아요. 윌리엄은 생후 몇 개월 안 돼서부터 여행을 다녔어요. 사실 이 나이 때 아이들은 특별한 것을 원하지 않아요. 수영장이든 놀이터든, 뛰어다닐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좋아하죠.



그럼에도 아이들과 여행을 자주 다니는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어릴 적부터 외국을 많이 다녔는데, 아이들에게도 그런 기회를 최대한 주고 싶어요. 가장 좋은 교육은 다른 나라에 가서 타 문화를 접하고,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게 해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회성은 물론 이해심도 기르게 되죠. 인도나 중동에 가면 사람들이 손으로 식사를 하잖아요. 그런 걸 어릴 때부터 접하면 다른 문화를 훨씬 이해하기 쉬울 테고, 나중에 좀 더 훌륭한 성인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 카페가 정통 호주식 커피를 내는 곳이라 인터뷰 장소로 정했어요. 나중에 들으니 샘 해밍턴이 그저께 방문했다고 하더라고요.

카페 문의 색감이나 좌석을 보면서 호주가 떠올랐어요. 호주는 카페에서 큰 테이블 하나를 놓고 모르는 사람 사이에 끼어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있는데 그런 부분은 다르지만, 커피 맛도 호주 생각이 많이 나고요.



커피 애호가죠? 

멜버른에 살던 시절, 중학생 때부터 커피숍에 가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어요. 사실 괜히 어른처럼 행동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긴 했고요. 멜버른은 커피 화가 워낙 강해요. 전 세계에서 그리스인이 두 번째로 많이 사는 도시고, 이탈리아계 이민자도 많아 60년 넘게 운영하는 커피숍도 꽤 있어요. 어디에 가도 잔돈만 있으면 쉽게 커피를 마실 수 있고, 출근길에 커피숍에 들러 선 채로 커피를 후딱 마시고 가는 사람도 많죠. 커피를 마시다가 옆사람에게 말을 걸기도 해요. 단골 카페에선 바리스타가 이름을 외워주고, 손님이 어떤 커피를 마시는지도 알고 있어서 “평소에 마시는 걸로 드릴까요?”라고 묻고는 해요. 



샘 해밍턴의 단골 카페를 소개한다면요?

멜버른에 단골 집이 몇 군데 있지만, 제 마음속 단골 집은 펠레그리니스 에스프레소 바(Pellegrini’s Espresso Bar)라는 곳이에요. 역사가 60~70년 된 커피숍인데, 모든 바리스타가 백발의 할아버지예요.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던 곳인데, 이제는 호주에 갈 때마다 윌리엄과 함께 가요. 윌리엄은 ‘베이비치노’만 마시지만요.



MBN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친한예능>에 출연 중이죠. 촬영 뒷이야기가 궁금해요.

매번 새로운 곳을 가보는 게 재미있어요. 최근 방송에 소개한 곳 중에선 무안의 짚불 삼겹살이 정말 맛있었어요. 촉박한 시간에 급히 검색하다가 데프콘 형도 저도 그 식당을 찾은 거예요. 고기야 워낙 많이 먹어봤지만, 그런 건 처음이었어요. 짚불에 구워 향이 기가 막히더라고요.



정말 모든 장소를 직접 섭외하나요?

네, 다 직접 검색하고 섭외까지 해요. 제작진에게 물어봐도 답사해본 장소가 전혀 없대요. 우리 스스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긴장감과 스트레스로 매번 녹초가 되더라고요. 매주 촬영하는데 오프닝 장소 외에는 미리 공개하지 않으니 이번 주에 뭘 할지, 어떻게 될지 전혀 상상이 안 돼요. 이젠 마음을 내려놓고 가요. 속옷, 양말, 옷만 넉넉히 챙겨 가죠. 워낙 힘든 촬영을 많이 해봐서 괜찮아요. 정글도 갔고, 장모님과 아이들과도 촬영해봤고, 군대도 가봤고.



하드 트레이닝이네요. 나중에 객원 에디터로 섭외할게요.

하고 싶어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기왕이면 새로운 곳으로 가보고 싶어요.



최근 호주 산불에 대한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죠.

작년 말 멜버른에 갔을 때,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연기 냄새가 나고 공기도 뿌얘서 시야가 멀리까지 잘 안 보일 정도였어요. 멜버른 근처에서 산불이 난 것도 아니었는데, 산불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죠. 야생동물 50만 마리 이상이 죽었다고 하고 코알라가 멸종위기종이 될 수도 있다고 하니까요. 호주 내에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환경은 우리의 자녀, 손주들에게 남길 수 있는 최상의 것이잖아요.


여행을 꽤 많이 다녔는데, 본인만의 여행 스타일이나 리추얼(의식)이 있을까요?
발에 물집 잡힐 때까지 걸어요. 걸어 다니면 골목에서 벌어지는 재미있는 일을 놓치지 않을 수 있죠. 저는 특히 거리미술을 좋아해요. 어릴 적부터 살던 멜버른에 거리미술 문화가 강해서 익숙한 것 같기도 하고요. 가는 곳마다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찾는 재미도 있어요. 바스키아나 뱅크시의 작품을 실제로 보면 정말 멋지거든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이 있다면요?
사실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어떤 추억을 만드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몇 년 전 아내와 유럽 배낭여행을 한 적이 있어요. 당시 아내가 유산을 한 뒤라 힘든 시기였고 매일 서로 티격태격하며 힘들게 다녔는데, 돌아와보니 재미있는 추억이 많더라고요. 아내와도 사이가 좋아졌고요. ‘안 갔으면 얼마나 후회했을까?’ 싶었어요. 


그런 게 여행의 재미죠.
이집트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예전에 친구를 보러 방문한 적이 있어요. 그 친구와 피라미드를 보러 갔는데, 당시 시위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시기라 아무도 없는 피라미드 앞에서 사진을 찍었어요. ‘이런 거 안 보고 살았으면 어땠을까?' 싶었죠. 여행의 매력은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상상하지 못하던 일이 벌어지면 시야가 확 넓어지는 느낌이 들죠. 어디든 갈 수 있지만 그곳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모르고, 게다가 그건 본인에게만 벌어지는 거예요. 가끔 윌리엄과 벤틀리의 머릿속에 들어가보고 싶어요.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지 상상이 안 돼요. 카메라를 주고 사진을 찍어보라고 하고 싶어요. 


작년에는 꽤 바쁘게 보냈죠. 샘 해밍턴에게 지속 가능한 삶, 지속 가능한 여행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저와 아내에게 삶의 중심은 이제 아이들이 됐어요.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하지만, 또 아이들을 위해 건강해야 해요. 밸런스가 중요한 거예요. 저는 1년에 한 번은 외국 어디로든 떠나야 해요. 휴대폰 꺼놓고, 일 생각 안 하고 방송도 안 보고, 그렇게 제 분야를 완전히 벗어나는 시간이 필요해요. 시간은 어떻게든 만들어야죠. 작년 말에는 KBS 연예대상 시상식이 끝나고 바로 다음 날 호주로 떠났어요. 멜버른에 가서 아무 생각 안 하고 지냈죠. 그 여행이 없었으면 올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거예요. 그러려면 포기하는 것도 많지만, 오래 버티려면 그럴 수밖에 없어요. 다 가질 수는 없죠.



ⓘ 장소 협조 연희동 스웨이커피스테이션 (인스타그램 @sway_coffee_station)



글. 이기선 사진. 오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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