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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Mar 25. 2020

별에서 출발한 여행 - Part 1

영양반딧불이천문대에서 별 보기

전기차를 타고, 별을 보고, 전통 음식을 배우고,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산에 오른다.
경북 영양에서 발견한 지속 가능한 여행의 가능성.






이 여행은 지금 보고 있는 별을 99년 후에도 누군가 봤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먼 과거에 누군가 보았던 별을 여전히 바라볼 수 있는 것처럼. 여행을 하다 보면 떠오르는 존재가 있기 마련이다. 이번 여정에서는 사는 시대가 달라 함께할 순 없지만, 추억을 나누고 싶은 이름 모를 누군가가 생각났다. 별을 통해 미래의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 당신을 위해 지속 가능한 여행을 하고 있다고. 가장 자연스러운 영양에서 말이다.



별 헤는 밤

깊은 산속에 자리한 영양반딧불이천문대 주변에서는 여름밤 반딧불이가 많을 때, 나무가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반짝거린다. ⓒ 오충석

영양반딧불이천문대 3층 보조관측실의 돔 지붕이 열리면서 밤하늘이 서서히 드러난다. 서울에서는 육안으로 띄엄띄엄 몇 개 보이는게 전부인데, 영양에서는 별이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시간에 따라 별의 위치가 바뀌는 건 지구의 자전과 공전 때문이에요. 실제 별은 거의 늘 그 자리에 있죠. 완전히 소멸할 때까지요. 그러니까 고대인이 이름 붙인 별자리를 지금도 볼 수 있는 거죠.” 박찬 천문과학해설사가 별자리 이야기를 시작한다.



별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는데, 도시에서는 쉬이 찾아볼 수가 없다. 대기오염 탓도 있지만 빛 공해 문제가 가장 크다. 빛은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지나친 빛은 에너지 낭비일 뿐 아니라 우리의 건강을 위협한다. 낮과 밤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생태계 교란을 낳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89.4퍼센트가 빛 공해 지역에 해당하는데, 이는 세계 2위 수준. 우리는 그동안 별을 잃고 살았다. 밤하늘의 별도 되찾아야 하는 대상이 된 것이다.



영양반딧불이천문대가 있는 수비면 수하리 일대는 2015년 국제밤하늘협회(International Dark-sky Association, IDA)가 아시아 최초의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했다. 국제밤하늘협회는 미래세대를 위해 엄격한 선정 기준을 적용하는데, 이곳의 밤하늘 질을 측정한 결과 어둡고 맑아서 육안으로 별을 가장 밝게 볼 수 있는 실버 등급 판정을 내렸다. 최소한의 가로등만 설치하고, 조도를 현저히 낮춘 데다 갓등을 달아 빛이 아래로 향하도록 한 각고의 노력 덕분이다. 천문대 주변에서는 작은 첨성대 모형 안으로 은은하게 빛이 감도는 조명도 볼 수 있다.



(좌) 영양반딧불이천문대 보조관측실에서 해설을 들으며 별을 감상할 수 있다. ⓒ 오충석 (우) 망원경으로 관측한 달. ⓒ 정규상



보름달에 가까운 달빛에도, 비교적 선명하게 별 무리가 보인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천문대에서는 주변을 흐르는 수하계곡의 물소리만이 별빛과 함께 감각을 깨운다. 박찬 해설사의 레이저 포인터 빛이 하늘 위로 쭉 뻗어나가며 북극성,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아자리를 가리킨다.



“겨울은 대기가 건조하고 떠다니는 부유물이 적어 별을 보기 좋은 계절이에요. 겨울철 별자리에 가장 밝은 별이 많기도 하고요.” 그러나 하루에 200여 명이 찾는 여름에 비해 날씨가 추운 겨울에는 방문객이 적은 편. 이날은 6명뿐이다. “와!” 별똥별이 또르르 떨어지자 환호성이 터진다. 이곳에서 유성우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 어느새 모두 드러누워 별을 바라본다. 약 30분 동안 별 이야기를 들은 후 망원경으로 달과 성단을 관측한다. 마치 달과 성단이 눈 안으로 들어올 것 같다.



“어린 시절 제가 보고 자란 무수한 별을 딸아이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서 별 보러 무작정 왔죠.” 청주에서 영양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는 정규상 씨가 말한다. 별 다른 계획은 없었지만, 딸에게 추억을 선사하는 데는 성공한 듯하다. 중학교 1학년인 딸이 이곳에 또 올 거라는 말을 남겼으니 말이다. 달빛이 희미한 날, 하늘에서는 은하수를, 땅에서는 반딧불이를 볼 수 있기를. 천문대 근처에 있는 반딧불이생태공원과 반딧불이생태숲을 거닐고, 통유리창이 있는 벙커에서 밤새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며 하룻밤 보내는 것도 좋겠다.




빛 공해 줄이기


매년 3월 마지막 토요일, 세계자연기금에서 지구촌 전등 끄기 캠페인 ‘어스 아워(Earth Hour)’를 벌인다. 뉴욕 타임스퀘어, 중국 만리장성, 프랑스 에펠탑 등 전 세계 주요 랜드마크가 캠페인에 동참한다. 저녁 8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모든 불을 끄면 참여 완료.






MAKE IT HAPPEN


영양반딧불이천문대

주간에는 태양망원경을 이용해 흑점과 홍염을, 야간에는 성단·성운·달 등을 관측할 수 있다. 날씨가 흐릴 경우 관측이 불가능하므로 방문 전에 꼭 별빛 예보를 확인할 것. 침대가 있는 벙커를 예약하면, 통유리창을 통해 별을 보며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여름에는 야간 반딧불이 탐사 투어를 진행한다. 주간 1pm~6pm, 야간 7:30pm~10pm 운영. 영양군 수비면 반딧불이로 129.



별빛생태관

천문대 옆에 있는 별빛생태관에서는 1층 별밤극장에서 별에 관한 애니메이션 시청이, 2층 미디어플로어실에서는 운석이 날아오는 화성 표면을 걷는 듯한 체험이 가능하다. 빛 공해 체험실에서는 생활 속 빛 공해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다. 주간 10am~6pm 운영. 어른 4,000원, 청소년 3,000원으로 천문대와 생태관 모두 입장 가능. 054 680 5332.



반딧불이생태숲과 반딧불이생태공원

국내 최대 반딧불이 서식지인 수하계곡에 자리한다. 울창한 숲길을 걷다 보면 봄과 여름에는 야생화가 반겨주고, 여름밤에는 반짝이는 반딧불이가 나타난다. 소풍을 즐길 수 있는 야외 테이블을 갖춘 광장도 있다. 054 680 5334.




글. 김민주 사진. 오충석



김민주는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의 에디터다. 영양에서 만난 사람들과 헤어질 때마다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했다. 평소 텀블러를 챙겨 다니는 사진가 오충석도 여정 도중에 영양에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별에서 출발한 여행 - Part 1' 이어진 이야기

▶ 별에서 출발한 여행 part. 2 - <음식디미방> 속 요리 배우기

▶ 별에서 출발한 여행 part. 3 - 전기차로 드라이브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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