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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더로드 Sep 16. 2020

캄캄한 하늘을 찾아서

드넓은 하늘을 희뿌옇게 뒤덮은 은하수와 줄무늬를 그리며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는 여행.




지구의 자연 세계는 끊임없이 우리를 놀라게 한다. 우리는 에베레스트, 나이아가라, 아마존을 비롯해 버킷 리스트에 올라간 여러 경이로운 장소로 순례를 떠났다. 밤하늘 관찰하기는 우리가 시도한 다양한 경험에서 빠지기 일쑤였지만 그 황홀감은 땅에서 한 경험보다 훨씬 압도적이었다. 

수평선에서 수평선까지 드넓은 하늘을 희뿌옇게 뒤덮은 은하수(Milky Way), 하늘에 줄무늬를 그리며 떨어지는 별똥별, 중력을 거스르며 지구를 떠나는 로켓 모두 경외심을 일으켰다. 앞다투어 아름다움을 뽐내는 이 풍경을 관찰하는 일은 한때 전 세계 인류가 밤마다 행하는 의식이었고, 100년 전까지만 해도 또렷한 밤하늘은 누구나 당연히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제 전 세계 도시인은 또렷한 밤하늘을 보기 힘들어졌다. 영국의 경우에는 찾아 나서기만 한다면 아직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이 마법 같은 경험을 하기 위해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이 글을 읽고 하늘을 올려다보길!





엑스무어 국립공원 

EXMOOR NATIONAL PARK

잉글랜드 남서부에 위치한 엑스무어 국립공원의 언덕진 황무지에서 본 눈부시게 아름다운 은하수. ©KEITH TRUEMAN. WITH CONTRIBUTIONS FROM VALERIE 


국립공원을 지정하는 이유는 다양한데, 주로 지질학적으로 독특한 지형물과 동식물군을 보호하고 특정 지역에 인간이 미치는 영향을 없애거나 줄이기 위해서다. 엑스무어 국립공원은 이런 까닭으로 1950년대에 영국 정부가 지정한 초창기 국립공원 중 하나다. 인간은 황무지, 숲, 들판, 절벽 해안이 한데 모인 이곳에서 8,000년 넘게 살았다. 엑스무어를 돌아보려면 등산을 하거나 자전거 또는 말을 타는 것이 좋다. 선돌(standing stone)과 로마 시대 유적 옆에서 풀을 뜯는 들사슴과 조랑말을 우연히 만날지도 모른다. 

엑스무어는 해가 지고 난 다음에 할 수 있는 체험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밤하늘 보호구역(Dark Sky Reserve)인 이곳은 2011년 인증을 받았고, 잉글랜드에서 별을 관찰할 수 있는 장소 중 가장 어두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1년 내내 밤하늘을 감상할 수 있지만 별 파티, 천체 쇼, 별똥별이 떨어지는 사파리, 천문학 이야기를 즐기려면10월 말에 2주 동안 열리는 밤하늘 축제(Dark Sky Festival) 기간이 가장 좋다. 축제 기간이 아닐 때에는 덜버튼(Dulverton), 던스터(Dunster), 린머스(Lynmouth) 마을의 방문자 센터에서 계절별로 볼 수 있는 별자리가 그려진 유용한 별 지도를 비롯해 별 관찰에 필요한 정보가 담긴 휴대용 안내서를 구할 수 있다. 망원경도 빌릴 수 있고, 공원 관리인이 널리 알려진 언덕 꼭대기와 호수를 비롯해 별을 관찰하기 좋은 장소를 알려주기도 한다. 

ⓘ exmoor-nationalpark.gov.uk



…추가 정보…

엑스무어 국립공원의 해설 및 교육 담당자인 벤 토터델(Ben Totterdell)은 방문객에게 밤하늘에 대해 설명해주는 일을 한다. 그는 예정된 활동 프로그램이 없더라도 공원에 오라고 권한다. “방문객들이 맨눈으로 볼 수 없는 저 너머 우주를 망원경을 이용해 관찰하는 행사도 있지만, 제 경우에는 맑고 별이 가득한 엑스무어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감탄하는 것만으로도 좋더라고요.”






갤러웨이 삼림공원

GALLOWAY FOREST PARK

갤러웨이 삼림공원에서 별 관찰하기. ©VISIT SCOTLAND/PAUL TOMKINS


스코틀랜드 남부에 위치한 갤러웨이 삼림공원을 만든 사람들은 이곳의 산, 언덕, 골짜기, 호수 위 하늘을 보호할 목적이 아니었다. 1947년에 이 공원을 만들 때의 목적은 도보 여행, 산악자전거, 빙벽 등반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약 770㎢ 면적의 땅을 보호하기 위한 것뿐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밤에 공원을 찾아온 사람들도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음이 분명해졌기에, 2009년 이곳은 영국 최초의 밤하늘 공원(Dark Sky Park)으로 지정되었다. 그때부터 공원 중심부에서 조명을 사용하는 것을 일절 허용하지 않아 철저하게 빛 공해를 차단했다. 방문자 센터 세 곳에서 관련 활동과 밤하늘 관찰 장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클래터링쇼스(Clatteringshaws)에 있는 관찰지가 어두운 중심부에 가장 가깝다. 야영이 가능하므로 밤을 보내며 침낭 안에서 하늘을 관찰할 수도 있다. 

이뿐 아니라 삼림공원 북쪽 끄트머리 언덕 꼭대기에 있는 스코티시 다크 스카이 천문대(Scottish Dark Sky Observatory)에 가면 20인치 CDK(Corrected Dall- Kirkham) 망원경과 14인치 슈미트- 카세그레인(Schmidt-Cassegrain) 망원경으로 하늘을 관찰하는 저녁 별 보기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천문대에는 낮에 오는 사람들을 위한 천체 투영관도 있다. 

ⓘ scotland.forestry.gov.uk/forestparks; scottishdarkskyobservatory.co.uk



추가 정보


삼림공원에 직접 가기 힘들다면 스코틀랜드관광청(VisitScotland)에서 제공하는 VR 앱을 통해 갤러웨이 삼림공원의 밤하늘을 체험할 수 있다. ⓘ 
visitscotland.com






브레컨 비컨스 국립공원

BRECON BEACONS NATIONAL PARK


낮에 브레컨 비컨스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언덕 4개와 산맥을 누비며 다양한 풍경을 둘러본다. 웰시 마운틴포니와 양이 풀을 뜯는 전원을 지나 더 멀리까지 도보 여행을 떠나는 이가 많다. 이곳에는 호수와 폭포는 물론이고 신석기시대 유물과 선돌도 있다. 

밤이 되면 브레컨 비컨스 국립공원 전역의 하늘이 별로 뒤덮이는데, 현지 마을에서 앞장서서 보호하는 이곳 하늘은 2013년에 밤하늘 보호구역으로 인증받았다. 이곳에서는 스톤 서클(stone circle, 거대한 돌을 원형으로 늘어놓은 고대 유적) 가운데에서, 또는 공원 곳곳에 설치된 빛 공해가 낮은 조명이 비치는 범위 밖에 있는 마을 끄트머리에서 별을 관찰할 수 있다. 은하수를 쉽게 볼 수 있으며, 맑은 날에는 안드로메다(Andromeda) 은하도 보인다. 북극광은 오로라가 유독 강한 날에도 관측된다. 

카디프천문학회(Cardiff Astronomical Society)는 현지 주민과 방문객이 웨일스의 국립공원과 공원 밤하늘을 즐길 수 있는 행사를 개최한다. 역사와 천문고고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천문학적 이유로 배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원의 멋진 스톤 서클도 보고 싶을 것이다. 

ⓘ breconbeacons.org



추가 정보


브레컨 비컨스는 초기에 인증받은 밤하늘 보호구역 두 곳 중 하나다. 나머지 한 곳인 스노도니아 국립공원(Snowdonia National Park)은 브레컨 비컨스에서 북쪽으로 3시간 차를 몰고 가면 나온다. 이곳에는 폭포와 호수가 많다. 스노도니아로 가는 길에 밤하늘 공원 일런 밸리 트러스트(Elan Valley Trust)도 있어서 자동차를 타고 별을 보러 떠나기에는 웨일스가 제격이다. 웨일스의 세 번째 국립공원인 펨브로크셔 해안 국립공원(Pembrokeshire Coast National Park)도 밤하늘 관찰지(Dark Sky Discovery Site)다.




글. 론리플래닛 UK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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