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토피아부터 아르떼 뮤지엄까지.
비오토피아의 수풍석(水風石) 박물관은 제주도에 왔다면 꼭 들러야 할 장소다. 건축가 이타미 준이 디자인해 특별하다는 이유를 제외하고도, 제주도의 3대 요소로 불리는 물, 바람, 돌을 각각 테마로 삼은 공간을 통해 장소성과 지역성을 강조한 수풍석 박물관에서는 오직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예술을 만나게 된다는 의미가 있다.
수풍석 박물관은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 하얀 벽에 일률적으로 미술품들을 걸어 전시하는 여느 박물관과는 다르다 ‘명상 공간으로서의 박물관’을 제시하며 자연을 경험한다는 것에 집중하고, 건축물은 그 자체로 작품이 된다. 수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물에 반사된 하늘, 바람 박물관의 긴 복도를 따라 걸을 때 들리는 바람 소리, 돌 박물관 건축물 위에 올려놓은 손 모양의 돌조각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대자연에 압도되게 한다. 이 세 공간으로 구성된 수풍석 박물관은 극적 경험을 선사한다.
비오토피아에는 또 다른 명소가 있는데, 바로 박여숙 대표가 40년 넘는 시간 동안 해외 미술의 유입과 한국 근현대 작가의 성장을 위해 힘쓰며 일구어놓은 박여숙 화랑이다. 클럽하우스 초입에 위치한 제주 비오토피아의 유일한 프라이빗 갤러리 박여숙 화랑은 2007년에 문을 열었고, 갤러리 컬렉션 탐방을 시작으로 비오토피아 곳곳을 산책하듯 둘러볼 수 있다.
이 두 명소는 타운하우스 사유지 내에 있어 일반 개방이 아닌 예약제로 운영하므로 사전 문의가 필요하다.
예술은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함께 시너지가 날 때 관람자에게 더 큰 감동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 작품이 머무는 공간은 작품만큼이나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본태 박물관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곳으로,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자연, 예술,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는 명소다.
본태 박물관을 가득 채우기도 하고 주변을 둘러싸기도 하는 예술품 중에는 백남준이나 쿠사마 야요이, 이브 클라인과 같은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뿐 아니라 한국의 전통 공예품과 전통 상례 부속품 소장품전 또한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이를 통해 과거와 현재, 작품과 건축, 그리고 자연의 관계를 모색해보는 것도 아트 투어를 즐기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올여름 도심 속 움직이는 푸르고 거대한 파도(Wave)를 본 적이 있다면 저절로 기대될 법한 개관 소식이다. 예술과 기술을 접목해 압도적 미디어 아트를 선보여온 디지털 디자인 컴퍼니 디스트릭트(d’strict)가 제주 애월에 건립한 아르떼 뮤지엄은 국내 최대 규모의 공간에 ‘시공을 초월한 자연(Eternal Nature)’을 콘셉트로 총 10개의 각기 다른 전시를 선보인다.
정원, 달, 정글, 해변, 파도, 폭포 등 자연을 주제로 한 10개의 전시는 미디어 아트를 이용해 시각적 효과뿐 아니라 청각, 후각, 촉각을 자극하며 관람객을 몰입하게 한다. 서울에서 열린 전시의 짧은 러닝타임이 아쉬웠다면, 예술에 대한 새로운 방법론을 이끌어가는 제주 아르떼 뮤지엄과 함께 코로나19로 숨죽여 있던 오감을 자극해보는 것은 어떨까.
글. 박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