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촬영 장비를 챙기기 힘들다면, 주변의 다양한 물건을 활용해 매력적인 영상을 만들어보자.
여행하면서 촬영을 위한 슬라이더까지 가지고 다니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럴 땐 지금 내가 있는 공간에 바퀴 달린 의자가 있는지, 혹은 긴 수건이나 천 조각 등 카메라를 올리고 조금씩 잡아당길 수 있는 물건이 있는지 살펴보자. 수건이나 목도리 등이 있다면 평평한 책상 위에 펼치고 그 위에 카메라를 올려놓을 것. 그리고 촬영하고자 하는 피사체의 구도를 잡고 최대한 천의 끝자락을 손으로 잡아 일정한 속도로 부드럽게 잡아당기면, 자연스러운 슬라이딩 효과를 낼 수 있다. 바퀴 달린 의자가 있다면, 의자 위에 카메라를 잘 고정하고 의자를 밀어 원하는 피사체 주변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카메라의 오토포커스를 와이드로 설정하고 진행하면 좀 더 편하게 촬영할 수 있다.
터치스크린으로 포커스를 잡을 수 없는 카메라를 사용하는 데 유용한 방법이다. 배경에서 피사체로 혹은 피사체에서 배경으로 포커스를 이동시킬 때 자연스러운 효과를 낼 수 있다. 마스킹 테이프 혹은 투명 테이프가 있다면 포커스 링과 그 뒷부분에 테이프를 붙여보자. 그리고 원하는 피사체에 포커스가 맞았을 때 펜으로 렌즈 윗부분의 테이프에 선을 이어서 그리고, 그 다음 원하는 배경에 포커스를 맞춘 뒤 포커스 링에 새로운 선을 그어 앞에서 그은 선과 이어준다. 카메라의 녹화 버튼을 누르고 그어놓은 선을 맞추며 포커스를 이동한다. 이때 포커스는 수동으로 설정한다.
여행지 숙소에서도 침대를 활용해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 수 있다. 먼저 침대 위에 이불을 두툼하게 깐다. 그리고 카메라의 S&Q(SLOW & QUICK) 모드 혹은 120프레임으로 촬영한 후 슬로 편집할 수 있게 설정한 다음, 원하는 물건을 한 손에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포커스를 잘 맞춘 후 동시에 침대 위로 떨어뜨린다. 이때 수동으로 포커스를 고정해 피사체가 포커스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연결되는 신에서 떨어뜨렸던 물건을 들고 있거나 사용하고 있는 모델의 모습을 붙여 편집하면 재미있는 영상을 연출할 수 있다.
영상의 퀄리티를 높이는 방법 중 하나는 렌즈 필터를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가의 렌즈 필터를 구매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일. 여행하면서 다양한 렌즈 필터를 챙겨 다니기 부담스러운 이라면 박스 테이프 혹은 스타킹을 추천한다. 레트로적이고 시네마틱한 감성적인 영상을 찍고 싶을 땐 렌즈 앞에 박스 테이프를 붙여볼 것. 혹은 스타킹을 잘라서 렌즈 앞에 씌운 뒤 후드를 끼워 고정하자. 당연히 고가의 시네마 필터에 비하면 퀄리티는 떨어지겠지만, 감성적인 영상에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테이프 혹은 스타킹이 영상에서 콘트라스트를 줄여주고 빛을 부드럽게 퍼뜨리기 때문에 레트로 감성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다.
글 · 사진 박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