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라비 슬럼, 빛과 그림자가 엉킨 미로 속으로

뭄바이 다라비 슬럼가(Dharavi Slums), 동양 최대의 슬럼

by 론리포토아이

"왜 하필 그곳이야? 위험하게."

다라비(Dharavi)로 향한다고 했을 때, 숙소 영감님의 우려 섞인 만류가 귓가에 맴돌았다. 뭄바이의 11월, 아침부터 후끈한 열기가 올라온다. 나는 이방인의 두려움과 사진가의 호기심을 작은 배낭에 구겨 넣고 빌레 파를레(Vile Parle) 역을 출발했다. 출근 인파에 휩쓸려 40여 분을 달려 도착한 사이온(Sion) 역. 이곳은 뭄바이의 거대한 심장부이자, 아시아 최대의 슬럼이라 불리는 다라비로 들어가는 입구다.

몇 년전 첫 방문 때는 현지 가이드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느라 바빴다. 또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을, 수동적인 관찰은 안전했지만, 매우 지루하였다.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사람에게 피사체와의 거리는 곧 마음의 거리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 두 발로, 이 거대하고 복잡한 유기체의 혈관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기로 했다.


어깨와 어깨 사이, 최소 거리의 삶 -

다라비의 골목에 들어서는 순간, 바깥세상의 넓은 도로는 잊어야 한다. 골목의 폭은 오직 한 사람만이 지나갈 수 있도록 설계된 듯하다. 맞은편에서 사람이 오면, 서로 어깨를 비틀어 거의 포옹하듯 밀착해야만 비로소 스쳐 지나갈 수 있다.

그 찰나의 접촉에서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의 경계는 무너진다. 이곳에서 물리적 거리는 무의미하다. 오히려 이 숨 막히는 '최소 거리'가 주민들을 끈끈하게 연결하고, 강력한 공동체 의식을 강제하는 듯하다. 마치 인체의 모세혈관처럼, 좁은 골목은 사람과 물건, 그리고 삶 자체를 쉼 없이 순환시킨다.


영원한 새벽, 그 어둠 속의 응시 -

한낮인데도 골목은 어두컴컴하다. 머리 위로는 불법으로 연결된 전선 다발이 이리저리 엉켜 있고, 다닥다닥 붙은 삶의 공간, 지붕들이 하늘을 가려 빛을 차단한다. 이곳의 시간은 영원한 새벽에 멈춰있는 것만 같다.

빛이 부족한 탓에 셔터 속도는 느려지고, 뷰파인더 속 움직임은 희미한 잔상으로 남는다. 밖은 한낮 시간이지만, 이 깊은 미로 안은 모든 것이 그늘져 어둡다. 빛과 그림자의 강렬한 대비. 골목 끝에서 희미한 빛을 받으며 걸어 나오는 사람들의 실루엣은 뭄바이의 화려함과는 단절된, 오직 다라비의 규칙으로 돌아가는 숨겨진 세계를 증명한다.


살아있는 공기, 그리고 생명체들 -

시각이 제한되니 다른 감각들이 날카롭게 곤두선다. 축축하고 끈적한 공기, 발밑을 흐르는 생활하수의 쿰쿰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자칫 발을 헛디디면 구정물이 신발을 적실까 조심스럽다.

하지만 불쾌함만 있는 것은 아니다. 끓고 있는 짜이의 달큰한 향, 코를 찌르는 향신료 냄새가 하수구 냄새와 기묘하게 뒤섞여 공기를 채운다. 얇은 벽 너머로는 밥 먹는 소리, 부부의 말다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투명하게 들려온다.

이 좁은 공간을 점유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벽 틈에서 반짝이는 고양이의 눈, 구석을 재빠르게 지나가는 쥐의 그림자. 위태롭게 걸린 빨래와 엉킨 호스들 사이로 맨발의 아이들이 뛰어다닌다. 이 모든 혼란스러움이 한 프레임 안에 담긴다. 이것은 연출된 장면이 아니라, 날것 그대로의 생존이다.


허름한 골목에서 만난 장난감 파는 노인과 아이들의 표정에는 구김살이 없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는 내 생각은 틀렸을지도 모른다. 이곳은 비슷하지 않다. 훨씬 더 치열하고, 어떤 면에서는 외부인의 값싼 동정을 비웃듯 강인하다.


미로, 역설적인 안전의 요새 -

다라비는 단순한 빈민가가 아니다. 이곳은 폐품 재활용, 가죽, 도자기 산업 등으로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거대한 비공식 경제의 요새다.

미로 같은 이 골목이 낯선 이방인인 나에게는 막연한 공포를 주지만, 이곳 주민들에게는 뭄바이의 거친 속도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속도로 살아갈 수 있는 안전한 보금자리일 것이다.

"사진을 찍을 땐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마라."

스스로 되뇌었던 다짐을 다시 한번 상기한다. 다라비는 구경거리가 아니라 누군가의 소중한 삶의 현장이다. 카메라를 든 나는 그저 잠시 스쳐가는 관찰자일 뿐이다. 인도의 극심한 빈부 격차, 그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나는 끈질긴 생명력을 기록하며, 나는 다시 미로의 다음 코너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2025. 11. 27. 뭄바이 타지마할 호텔 옆 스타벅스에서, 촬영 노트를 정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