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 한낮의 트래픽 잼

1분의 안도, 자이푸르행 열차

by 론리포토아이

뉴델리 올드역(Old Delhi Station)에서 오후 2시 30분 기차를 타고 자이푸르로 이동하는 일정이었다.

빠하르간지 숙소를 나선 시간은 정오 무렵이었다. 기차 시간까지는 2시간 반이나 남았으니, "가서 차나 한 잔 마실까?" 하는 여유마저 부렸다. 하지만 그 안일한 생각은 오토릭샤에 오르는 순간 산산이 부서졌다.


뉴델리의 한낮, 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이었다. 엄청난 트래픽 잼(Traffic Jam). 대로를 가득 메운 차들은 엔진 소리만 요란할 뿐,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인도의 기차역은 워낙 거대하고 복잡해서 최소 1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안심이 되는데, 시간은 야속하게만 흘러갔다. 뜨거운 열기와 매연, 그리고 초조함이 뒤섞여 숨이 턱턱 막혀왔다.


운전대를 잡은 50대의 릭샤 기사는 나의 불안을 읽은 듯했다. 그는 노련했다. 꽉 막힌 도로에서 아주 작은 틈이라도 보이면 거침없이 비집고 들어갔다. 때로는 뒷골목으로 핸들을 꺾었고, 심지어 역주행까지 불사하는 아찔한 곡예 운전이 이어졌다. "이러다 사고 나는 거 아냐?" 하는 걱정보다 "제발 기차만 타게 해다오" 하는 마음이 더 컸다. 막히는 길을 본능적으로 피하고 재빨리 차를 돌리는 그의 순발력은 가히 예술에 가까웠다.

각고의 노력 끝에 릭샤가 올드역 입구에 멈춰 섰다. 수 많은 릭샤들 틈을 헤집고 최대한 입구 가까이에 나를 내려준 그 배려에 눈물이 핑 돌았다. 트래픽 잼 때문에 기차를 놓칠 뻔했던 아찔한 상황에서 마주한 인도인의 필사적인 친절함이었다.


하지만 감상에 젖을 시간이 없었다. 이제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인도의 기차역은 플랫폼을 찾기 위해 여러 개의 육교(Over bridge)를 오르내려야 한다. 전광판에서 기차 번호를 확인하고, 플랫폼을 찾고, 그 긴 열차 중에서 내가 타야 할 등급(Class)의 기차 칸(Coach) 위치까지 정확히 찾아가야 한다.

1A, 2A, 3A, SL... 객차 종류도 많고 기차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다. 게다가 객차 사이가 막혀 있어 미리 제 위치에 서 있지 않으면 안된다.

릭샤 기사의 조언대로, 나는 역 앞에 있는 키 크고 우람한 짐꾼(Coolie)에게 배낭을 맡겨졌다. 그는 내 기차표를 쓱 보더니 꽤 비싼 금액을 불렀다. 평소 같으면 흥정했겠지만, 지금은 1분 1초가 돈보다 귀했다."Go!"

내 승낙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는 내 배낭을 깃털처럼 둘러메고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 뒤를 따라 계단을 오르고 긴 플랫폼을 질주했다. 짐꾼은 쉬지도 않고 엄청난 속도로 나아갔다. 그는 이 시간, 이 열차가 어디에 서는지, 내 자리가 있는 객차가 어디쯤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우리가 멈춰 선 곳은 내가 타야 할 객차 바로 앞이었다. 그리고 기적처럼, 출발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1분. 나도 모르게 "우와... 우와..."거친 숨을 몰아쉬며 감탄사만 연발했다. 그는 정확히 제자리에 나를 데려다 놓았다. 비싼 수고비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도로 위에서 심장을 조여오던 조마조마함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기차에 올라 자리에 앉자마자 기적 소리와 함께 열차가 바로 움직였다. 땀을 닦으며 창밖을 본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델리의 풍경이 뒤로 밀려난다. 이제 나는 '핑크 시티' 자이푸르로 향한다. 혼돈의 끝에서 만난 이 안도감, 이것이 인도가 주는 진짜 매력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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