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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블랙 Mar 21. 2022

뉴 센세이셔널 위크 with 프렌즈

롱블랙의 3월 위크를 마무리하며

지난주에 열렸던 롱블랙의 3월 위크는 기존 산업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하는 혁신가들을 소개하는 '뉴 센세이셔널' 위크였습니다. 

많은 롱블랙 피플들이 인상 깊게 생각하셨던 쿼테이션을 기록으로 남겨보았습니다. 



14일 - 원소주 : 소주로 오픈런을 만든 팀, 브랜드 기획의 A와 Z를 말하다



프렌즈 L


원소주 기획 뒤에 이렇게 많은 고민과 실행이 있을 줄 몰랐어. 연예인 박재범의 IP를 활용한 브랜드라고 생각했거든. 김희준 BM을 만나고 생각이 달라졌지. 원소주라는 브랜드가 하나의 IP가 될 수도 있겠어. 



“어느날 물었어요. ‘우리 타겟은 힙합을 좋아하는 20대일까요?’ 재범 대표님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우리 타겟은 또래 직장인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들이 크고 작은 성공 후 원소주를 마시면서, 스스로를 응원하도록 만들어 주고 싶어요’ 라고요."


라벨 샘플만 7개가 넘습니다. 광택이 있는 것, 없는 것, 바탕이 흰색인 것, 검은색인 것, 민트색까지. 모두 김희준 BM의 노트북에 붙어있어요.

“일부러 병에서 떼서 노트북에도 붙여 봤어요. 어쩌면 팬들이 패션 굿즈처럼 가지고 놀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천이라서 잘 찢어지지 않으니까요. 병 뿐 아니라, 노트북이나 캠핑박스에서는 어떤 느낌인지 본 거예요. 검은색 바탕에 무광인 지금의 라벨로 정했죠.”

“회사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반대에 부딪혔어요. ‘그게 되겠냐?’ ‘안돼, 넌 못해.’ 그때마다 뛰쳐 나왔어요. 호기심 가는대로 움직였습니다. 불안하지는 않았어요. 상상력의 크기는 경험의 크기에 비례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지금, 그 동안의 경험을 원소주로 증류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인생에는 안전바bar가 필요해요. 하지만 브랜드를 만들고,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기획을 할 때는 한 번쯤 바닥까지 추락해 보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상상이잖아요. 그 추락이 때로는 멋진 사고accident가 될 수 있거든요.”



15일 - 프로젝트렌트 : 비즈니스 디자이너, 팝업으로 성수를 물들이다


프렌즈B

어쩐지 프로젝트 렌트의 팝업들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획에 대한 분명한 기준으로 좋은 콘텐츠를 선별하나 봅니다. 


소비자를 고려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소비자를 제대로 정의조차 하지 못한 경우도 많아요. 타겟 소비자가 누군지 물어만 봐도 알 수 있어요. 타겟이 2030 여성이라고 정의하는 프로젝트들이 있어요. 타겟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컨셉concept은 명사가 아니예요. 형용사와 동사로만 존재하는 게 컨셉이예요. 어떤 2030 여성이 어떤 때 사고 싶은 제품인지 정의해야 해요. 


그럼 좋은 콘텐츠는 뭘까요? 일단 전할 메시지가 명확해야 해요. 그리고 메시지에 깊이가 있어야 해요. 예쁜가 안 예쁜가는 그 다음 문제예요. 그런데 많이들 거꾸로 생각해요. 일단 예쁘기만 하면 사진을 찍으러 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아요. 이야기 거리가 있어야 해요. 기획자라면 찾아온 손님과 그 주제에 대해서 최소 40분 정도는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해요. 그럴만한 주제를 발굴하고, 깊이있게 파고 들어야죠.


팝업 기획을 잘하는 팀은 두 가지를 잘합니다. 첫째는 잘 버려요. 무엇을 다룰 것인가를 결정하고 나면 나머지는 버려야 해요. 이것도 저것도 다 집어넣으려고 하면 좋은 기획이 나오지 않아요. 사람들은 몇 초만에 이해가 돼야 움직여요. 선명하게 하나만 전달해야 해요. 제가 늘 클라이언트들에게 하는 말이 있어요. “짜장면 맛집도 있고 짬뽕 맛집도 있지만, 짬짜면 맛집은 없어요. 제발 합쳐달라는 말 하지 마세요.”


기획자는 꾼의 함정에 빠지면 안돼요. 전문가의 함정에 빠져서 모든 서비스를 평가하는 사람이 있어요. 요리사와 식당을 가면 음식을 평가하고, 건축가와 식당을 가면 인테리어를 평가하고 있어요. 저는 그러면 말해요. “제발 그냥 즐겨. 판단하지 말고.” 




16일 - 키티버니포니 : 아버지와 딸이 함께 만드는 패브릭 브랜드의 꿈


프렌즈 C

키티버니포니 이야기를 들었더니 괜히 마음이 포근해지는 거 있죠? 정말 해가 들어오는 따뜻한 거실에 앉아서 ‘버니’ 쿠션을 안고 있는 기분이에요. 한국 대표 패브릭 브랜드가 있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게다가, 한국과 꼭 어울리는 따뜻한 제품을 만든다는 게요!


단순한 동물 모양의 쿠션이 세 가지, 동물 문양의 자수를 놓은 쿠션이 세 가지, 기하학적인 패턴의 쿠션이 네 가지. 첫 제품의 구성이에요. 지금도 키티버니포니의 제품들의 디자인이 크게 이런 틀에서 나오고 있어요. 


첫 아이템들은 빨강, 파랑, 검정, 초록, 이렇게 네 가지만 썼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기본 색이었어요. 실로 자수를 놓으면 총 12~14가지 색을 사용할 수 있어요. 이 색을 다 쓰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정해진 색만 사용해야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생긴다고 느꼈죠.


한국 집에 어울리는 패브릭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벽지는 페인트보다 따뜻한 느낌이 들고, 나무 마루도 그렇죠. 그랬을 때 패브릭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또 소파에 놓았을 때 혼자 튀지 않고 어울려보여야 했죠.


패턴을 디자인할 땐 ‘적당함’을 많이 고민합니다. 동물 패턴은 너무 귀여우면 안 돼요. 적당히 율동감이 있고, 적당히 세련돼야 해요. 그래서 시그니쳐 패턴인 ‘버니’의 경우 살짝 뛰어가는 형태의 그림자 실루엣을 가지고 있죠. 기하학 패턴을 만들 때는 과감하지만 섬세해야 해요. 적당히 볼드하고 중성적이어야 합니다.


목표는 하나입니다. 가능한 오래 가는 거예요. 처음에 진지하지 않은 마음으로 시작한 저잖아요. 이상하게 해를 거듭할수록 의욕이 강해져요. 1등을 할 거야, 더 성장할 거야가 아니예요. 천천히 내려가기 위해 노력합니다. 언젠가 잊혀질테니, 지금은 최선을 다할 거야, 라는 마음입니다.



17일 - 라이마스 : 샹들리에로 흥했던 아버지의 회사, 모던 펜던트로 되살리다


프렌즈 K

곽계녕 대표에게서 집요한 의지를 읽었습니다. 조명업계의 낡은 관례를 과감히 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하나씩 쌓아올렸죠. 곽 대표가 쉼없이 질문하고 고민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선배님의 꿈은 뭐예요?” 곽 대표는 미국에 나간 건축 선배들에게 물었습니다. 하버드, 펜실베이니아, 컬럼비아 대학 캠퍼스를 차례로 돌아다니면서요. 돌아온 대답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여러 사람 만나 물어봐도 멋진 대답을 듣지 못했어요. ‘좋은 건축가’ 같은 평범한 대답이 많았죠. 절차상의 꿈이라고나 할까요.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봐도 답하기 어려웠습니다. 왜 건축을 하고 싶은지 모른다면,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2013년, 곽 대표는 삼일조명의 영문 철자 SAMIL을 뒤집어 ‘라이마스LIMAS’로 리브랜딩합니다. 소비자가 조명을 사기 망설이는 ‘세 가지 문제’를 직접 해결하겠다면서요.


“첫째, 우리나라는 전·월세 공공주택이 많다. 조명이 이미 설치돼 있고, 남의 집이라 설치하기 망설여진다. 둘째, 천장에 직접 조명 달아 본 경험이 없다. 자칫하면 떨어질 거라 생각하는 거죠. 셋째, 전기에 감전될까 봐. 당시엔 변변한 설명서도 없는 제품이 많았어요. 사람들은 사고가 날까 봐 두려워했습니다.”

“조명에 대해 한 개도 몰랐습니다. 그럴 땐 물어보는 게 최선이에요. 삼일조명의 외주업체 공장에 매일같이 출근했습니다. 사장님들에게 끈질기게 물었어요. 이건 어떻게 만드는 거예요? 이건 어떤 특징이 있나요? 이건 사출하면 비용이 얼마나 드나요? 제품 개발하는 시간 대부분을 질문하는 데에 썼습니다.”


“당시만 해도 조명 제품은 따로 박스 디자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조명 대리점들은 업체와 생산처를 혼자서만 알려고 했어요. 그래야 유리한 가격에 팔 수 있었거든요. 그러니 조명을 테이프로 칭칭 감싸 평범한 택배 상자에 담곤 했죠. 

제품을 처음 마주하는 순간이 박스잖아요. 소비자에게 ‘내가 제대로 된 제품을 샀다’는 신뢰감을 주고 싶었습니다. 포장 디자인에 신경 쓴 건, 기본을 지키려는 노력이었어요.”




18일 - 한아조 : 색이 없던 삶, 자투리 비누에서 나만의 색을 찾다

프렌즈 C

그런 거 있잖아요. 지난 여름 다녀온 여행의 기억으로 일상을 살 수 있다든가, 감명 깊게 본 영화가 인생을 바꾼다든가. 한아조가 딱 그런 느낌이에요. 그런데, 일할 때의 퍼즈가 가장 중요한! 오늘은 자기 전에 한아조 비누로 샤워해야지!


“인정투쟁. 그게 한아조의 시작이었어요. 그 친구한테 보여주고 싶었어요. ‘과자를 잘 구웠던 친구’에게 우리가 만든 ‘스토리와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했던 건지. 그걸 몸소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몇 달 동안 아이템을 찾았습니다.”



“오랜 시간 인풋을 쌓다 보면 6번째 감각이 생겨요. 호감 레이더radar예요. 딱 보면 전율이 와요. 그래서 샘플이 완성되면 딴 데 봤다가 다시 봐요. 호감이 느껴지는지 안 느껴지는지 확인하려고요.”


C는 한아조의 가장 큰 자아입니다. 한아조 사무실 벽에는 큼지막하게 ‘우리는 정말이지 위대한 작업자들입니다’라고 쓰인 종이가 붙어 있어요. 사무실과 이어진 공장에 들어가면 직원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비누를 만들고 있습니다.

“크래프트맨에게 가장 중요한 건 실패입니다. 크래프트맨은 공예품 만드는 사람이죠. ‘잘 만든 바구니’, ‘잘 만든 도자기’ 같은 거요. 이런 물건을 만들 때 중요한 건 공부보다 시행착오예요. 자기만의 비법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 비법을 찾기 위한 방법은 따로 없어요. 엄청 많이 해보는 수밖에요.”

한아조는 ‘이 일을 왜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했습니다. 김 대표에게 그 고민은 인생 자체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같은 책을 읽으며 찾은 답은 이랬어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지나치고 싶지 않은 장면이 나올 때 퍼즈pause 버튼을 누르잖아요. 잉여시간, 퍼즈가 진짜 중요하겠다. 이게 우리의 본질인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니 우리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명확히 보였어요.”


롱블랙의 위크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앞으로의 롱블랙의 발행될 노트가 궁금하시다면, 지금 롱블랙 노션과 홈페이지를 방문해보세요. 





롱블랙의 지난 위크 모음이 보고싶다면?

https://www.notion.so/longblack/3d56146f35e44497b0ee422939e48e1f


언급된 노트의 내용이 궁금하다면?

https://www.longblac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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