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이토록 사랑받는 연어, 얼마나 “자연”스러운걸까

혜영의 바다 연애 이야기

by 이혜영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연어회를 좋아했다. 초밥이든 롤이든, 그냥 회든 가리지 않았다. 외식 메뉴를 고를 때도 연어는 늘 안전한 선택처럼 느껴졌다. 아이들이 잘 먹고, 나도 익숙했고, ‘몸에 좋다’는 말도 오래 따라다녔으니까. 연어는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사계절 내내 식탁에 올라왔다.


그러다 문득, 연어를 고르며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이 연어는 자연산일까, 아니면 양식일까.

하지만 그 질문은 늘 거기까지였다. 연어를 너무 자주, 너무 자연스럽게 사다 보니, 그 뒤를 굳이 더 알아볼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맛있고, 신선해 보이고, 늘 같은 가격과 질감으로 진열되어 있었으니까.


조금만 들여다보면 답은 의외로 분명하다.

한국에서 마트나 식당에서 접하는 연어회의 대부분은 양식이다. 이건 숨겨진 진실도, 특별한 사실도 아니다. 우리가 연어를 이렇게 안정적으로, 연중 내내 먹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양식이라는 시스템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산 연어가 줄어든 이유를 흔히 과거의 남획으로 설명하곤 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19세기와 20세기 초반, 북미와 북유럽의 강과 연안에서는 연어가 산업적으로 대량 포획됐다. 통조림 산업이 성장하고, 강 하구에서까지 어획이 이어지면서 일부 지역의 연어 개체군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지금도 보호 대상에 가까운 강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알래스카처럼 규제가 강하고 서식지가 비교적 온전한 지역에서는, 자연산 연어가 지금도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존재한다. 즉, 자연산 연어가 완전히 돌이킬 수 없게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결정적인 변화는 수요였다.

연어는 원래 지역적이고 계절적인 음식이었다. 그런데 1980~90년대를 지나며 상황이 달라졌다. 초밥과 사시미의 세계화, ‘연어는 건강식’이라는 이미지, 항공 물류와 냉장 기술의 발달. 연어는 특정 지역의 별미에서, 전 세계 어디서나 먹는 기본 메뉴가 되었다.


이 변화 앞에서 자연산 연어는 물리적으로 버틸 수 없었다. 전 세계 인구가 연어를 주 1회만 먹어도, 자연산만으로는 공급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자연산 연어가 희귀해진 이유는, 바다가 연어를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해서라기보다 인류의 식탁이 연어를 너무 많이 원하게 되었기 때문에 가깝다.


여기에 서식지 붕괴와 기후 변화가 겹쳤다. 연어는 생각보다 까다로운 생물이다. 깨끗한 강, 적정한 수온, 바다와 강을 오가는 이동 경로가 모두 필요하다. 하지만 댐 건설과 도시화, 수온 상승은 이 조건들을 동시에 흔들었다. 자연산 연어가 설 자리는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줄어들었다.


이쯤 되면 질문은 달라진다.

왜 연어는 양식이 이렇게 많아졌을까가 아니라, 왜 연어라는 음식은 이미 양식을 전제로 하게 되었을까다.


한국에서 마트나 횟집에서 먹는 연어회는 거의 전부 양식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대서양 연어는 상업적으로 유통되는 거의 전량이 양식이며, 자연산 대서양 연어는 귀하고 보호 대상에 가깝고 가격도 높다. 일반적인 ‘연어회’ 문화와는 애초에 맞지 않는다.


가끔 자연산 연어를 접할 수는 있다. 알래스카나 러시아 극동, 일본 일부 지역의 자연산 연어다. 하지만 이들 역시 회보다는 구이나 훈제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 지방 함량과 조직이 일정하지 않고, 생식에 필요한 위생 관리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우리가 익숙하게 먹는 ‘연어회’라는 메뉴 자체가, 이미 양식 시스템 위에서만 성립하는 음식인 셈이다.


그래서 연어 앞에서는 ‘자연산이냐 양식이냐’라는 질문이 점점 힘을 잃는다. 중요한 건 어떤 양식인가다. 자연산 어획의 압박을 줄이기 위해 설계된 양식인지, 아니면 또 다른 환경 부담을 만드는 방식인지. 자연이라는 이름이 주는 안도감보다, 그 선택이 남기는 여지를 더 오래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글은 자연산 연어를 포기하자는 이야기도, 양식 연어를 무조건 옹호하자는 말도 아니다. 다만 우리가 너무 쉽게 붙여온 ‘자연=선, 양식=차선’이라는 구도가, 지금의 바다에서는 더 이상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어떤 자연은 이미 너무 많은 요구를 받고 있고, 어떤 양식은 그 요구를 덜어내기 위해 존재한다.


나는 오늘도 바다랑 연애 중이다. 연애를 하다 보니 알게 된다. 좋은 관계란 언제나 가장 이상적으로 보이는 선택이 아니라, 상대를 오래 지치지 않게 하는 선택일지도 모른다는 걸. 연어를 고를 때도, 요즘 나는 그 질문부터 떠올리게 된다. 이 선택이, 다음 선택을 남겨두고 있는지 말이다.


<사진출처>

https://www.ikelite.com/blogs/advanced-techniques/photographing-the-salmon-run-underwater-in-canada


https://scottseafood-orders.co.nz/products/fresh-salmon-sashimi-tray-medium

https://globalsalmoninitiative.org/en/our-progress/blog/norways-vision-for-aquaculture-key-takeaways-from-the-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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