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쓰기 특강 「쓰Go, 퇴Go, 공모전Go」 참가 후기 -
시립도서관에서 주관하는 글쓰기 특강에 참가했다. 주 1회, 금요일 오전에 진행된 총 4회의 온라인 강좌였다. 강사를 포함해 스무 명 정도 참여했다. 연령대만큼이나 다양한 소재와 사연의 글을 만났다. 공통된 것은 한 결 같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 에세이가 지니는 특징이기도 하겠지만 모든 이야기는 결국 삶의 이야기일 테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
글쓰기는 자초(自礁)한 고통이다. 끙끙대며 쓰고 나서도 오락가락한다. ‘정말 잘 쓰는 군!’ 했다가, ‘이것도 글이라고 쓰나!’ 하는 식이다. 고치기 시작하면 더 가관이다. 조금씩(종종 뭉텅) 빼고 더하다 보면 잘 정리되어 수려한 글이 남는 게 아니라, 누더기 같은 글이 되기 일쑤다. 물론 의도대로 정리되었을 때는 여간 뿌듯하지 않다. ‘이 맛에 글 쓰지!’ 싶은 거다. 하지만 그런 일은 아주 가끔 일어난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막막했다. 거칠고 중언부언하거나 맥락이 없다 느껴지는 글의 결과를 마주할 때마다 어찌해야 할지 난감했다. 도움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에 강좌개설 소식을 알게 된 것이다. 참가 신청 후, 강의가 시작되기를 손으로 꼽으며 기다렸다. 글쓰기 관련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채울 수 없었던 갈급증을 해소하고 싶었고, 뿌옇게만 보이는 글의 틈을 찾을 수 있게 되길 바랐다.
수업은 참가자가 메일로 제출한 글을 강사가 첨삭한 뒤, 온라인 협업 툴을 이용해 화상(畵像)으로 내용을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각자 의견을 말한다든지 질문을 하는 즉각적인 의사소통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선생님은 수정의 이유와 근거를 조목조목 알려주었다. 글을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시선이 다를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전달하려는 의도와 다르게 글이 읽힐 수도 있다는 사실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글쓰기 선생님이 내 글에 처음 보낸 피드백은, “한 문장이 너무 길어요!”였다. 쓰다보면 나도 모르게 문장 하나가 몇 줄씩 이어질 때가 많았다. 내 딴에는 한 호흡이라 여겨져 써내려간 거였지만, 읽는 이에겐 숨 찬 글이 되 버리는 거다. 주어를 잊어버릴 정도로 긴 글도 생긴다. 머릿속에 떠오른 내용을 손이 정신없이 쏟아낸 결과다. 그 문장이 머릿속에 그대로 남아있어서 수정하면서도 알아채질 못했다.
두 번째 피드백은 “글의 맥락과 상관없는 내용은 걷어 내세요!”였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다 보니 글의 내용이 연관되어 보이면 방향이 바뀌었다. 글의 주제가 흐트러지는 줄도 모르고… 선생님은 이걸 짚어냈다. 처음엔 당혹스러웠다. ‘내가 그른 말을 한 것도 아닌데!’하는 반항심이 들기도 했으나, 그가 맞았다.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니라, ‘글에서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의 문제였다.
사회현상에 대한 비평을 쓰려면, 깊어져야 한다. 생각과 주장이 분명하고 논리적이어야 한다. 뒤죽박죽해선 안 된다. 맥락을 끊으며 끼어든 단락은 전달하려는 내용을 혼란시킬 뿐이다. 덕분에 마음이 정리됐다. 글의 목적을 분명하게 하자. 관련 서적을 찾아 충분히 읽는 일이나, 꼼꼼한 자료조사는 기초공사와 같다. 어쭙잖게 쓴 글은 부실공사다. 읽는 이가 들어 설 자리, 공감을 얻지 못함을 명심하자.
마지막 수업에서 받은 피드백은, “탈고하기 전에 출력해서 큰 소리로 읽어 보세요! 오·탈자와 비문(非文)이 보일 거예요!”였다. 실토해야겠다. “게을렀습니다! 책상 한 편에 얌전히 올라앉은 프린터를 모른 척 했습니다!” 대부분의 정보가 눈을 통하지만, 눈(目)처럼 못 믿을 게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선생님 덕분에, 꼭 필요했지만 모른 척했던 글쓰기 필수 팁을 다시 확인했다. 내 글은 내가 먼저 읽자. 손에 쥐고, 입으로.
특강에서 배운 글쓰기 ‘과정’을 기억하고 다듬으면 가랑비에 옷 젖듯 나아질 거다. 근원적인 물음이 언제나 마음에서 울리도록 해야 한다. ‘왜 글을 쓰려고 하는가?, 어떤 글을 쓰고자 하는가?’ 글쓰기가 나를 어떻게 바꾸는지 들여다보자. 물구나무를 서야만 세상이 달리 보이는 건 아니다. 부단한 독서를 통해 풍요로운 사람이 되자. 세상에 대한 따뜻한 옹호의 시선을 지닌 정교한 글을 쓰는 이가 되자.
수업 받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계속 쓸 수 있을까?’ 하는 의심과 불안에 흔들렸다. 누가 읽거나 말거나 쓰는 글과 “봐 주세요!”하며 들이미는 글은 다르다. 나를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내가, 내 글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수업을 통해 좀 뻔뻔해졌다. ‘까짓 거, 쓰지 뭐!’ 하는 배짱과, ‘쓰다 보면 조금씩이라도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생겼다. 선생님과 글벗들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