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를 뛰어 넘는 진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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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에서 보는 바와 같은 진보성 부정 요소와 진보성 긍정 요소가 실제 사례에서 어떻게 결합의 용이성 판단 요소로서 작용하는지 물걸레 청소기 사례[특허법원 2016. 7. 7. 선고 2015허5968 판결(심리불속행기각 확정]를 통하여 살펴보도록 하겠다.
가. 사건의 내용
물걸레 청소기 사건은 처리해 왔던 수많은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었다. 사건이 복잡하고 어려워서 심리기간이 길어졌을 뿐만 아니라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담당하였던 기술심리관도 여러 차례 변경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안타까웠던 것은 정말로 좋은 특허발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로봇청소기의 등장으로 시장에서는 급속히 사라져 갔다는 점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기술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 사건이었다.
발명자 A는 뚜껑을 터치하여 쉽게 물걸레를 착탈 시키는 물걸레 청소기를 개발하여 이를 특허등록하였고, 그 이후 경쟁업자 B도 원터치 물걸레 청소기를 개발하여 이를 특허등록하였다. 양 발명 모두 뚜껑(발판)을 터치하면 기어(링크)가 겹쳐지면서 내·외부 물림 부재(내·외측 그립 부재)가 조여져 물걸레를 포집하고, 뚜껑(발판)을 다시 터치하면 스프링의 탄성력에 의하여 내·외부 물림 부재(내·외측 그립 부재)가 다시 펼쳐지면서 물걸레를 해체하도록 작동하는 것이다. 보통 물걸레 청소를 교체하기 위하서는 손으로 물걸레를 끼워 넣거나 떼어내어야 하는데, 위 발명들은 모두 물걸레 청소기 몸통을 발끝으로 터치하기만 하면 손쉽게 물걸레를 포집하거나 해체시킬 수 있어 사용자 편의성이 뛰어났다.
발명가 A는 경쟁업자 B의 물걸레 청소기가 자신의 등록특허에 의하여 그 진보성이 부정되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고, 경쟁업자 B도 발명가 A의 등록특허는 종래 선행발명들에 의하여 그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주장하면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A 발명의 진보성 여부
경쟁업자 B는 A 발명의 진보성을 부정하는 증거로서 주선행발명으로 선행발명 1, 부선행발명으로 선행발명 2, 3을 제출하였다.
A 발명과 선행발명 1(주선행발명)의 차이점은, A 발명에는 ‘랙(제1 수평기어)-피니언(중간 기어)-랙(제2 수평기어)’의 구성이 나타나 있는 반면, 선행발명 1에는 이러한 구성이 나타나 있지 않은 점(차이점 1), A 발명에는 제2 수평기어의 단부에 스프링이 수평으로 장착되어 있는 반면, 선행발명 1에는 개폐스프링이 수직으로 장착되어 있는 점(차이점 2)에서 차이가 있었다.
이에 경쟁업자 B는 선행발명 2에는 ‘랙-피니언-랙’의 구성이, 선행발명 3에는 ‘수평방향으로 설치된 스프링의 탄성력에 의하여 발판을 개폐하는 구성’이 각 나타나 있으므로, A 발명은 선행발명 1에 선행발명 2, 3의 위 각 구성을 결합하여 쉽게 발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A 발명을 살펴보면, ‘랙(제1 수평기어)-피니언(중간 기어)-랙(제2 수평기어)’의 구조에서 제1 수평기어에는 결합작동부를, 제2 수평기어의 단부에는 스프링을 수평으로 장착하는 배치구조를 선택함으로써 수평으로 삽입 고정된 스프링의 탄성력을 뚜껑이 열리는 힘으로 전환하고, 면포걸레 청소기의 내부구조를 간단하게 함으로써 청소기의 두께를 줄일 수 있는 면포걸레 청소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기술적 특징이 있다.
위와 같은 A 발명의 기술적 특징을 고려할 때,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발명 1에 단순히 ‘랙-피니언-랙’ 및 ‘수평방향의 스프링’ 구조를 개시하고 있는 선행발명 2, 3을 채택하여 이를 결합한다고 하더라도, A 발명의 위와 같은 유기적 결합관계를 쉽게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선행발명 1에 선행발명 2, 3을 결합하여 A 발명에 이르기 위해서는, ➀ 선행발명 1의 4개의 작동부 중 2개의 작동부 및 수직으로 장착된 개폐스프링을 제거하고, ➁ 선행발명 2에 나타난 ‘랙-피니언-랙’ 구조를 도입한 후, ➂ 남은 2개의 작동부의 각 단부에 스프링을 수평으로 형성하는 등 여러 단계의 복잡한 구조 변경을 거쳐야만 하는데, 이와 같은 구조 변경이 통상의 기술자에게 단순한 설계변경 사항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법원은 위 사안에서 A 발명이 유기적 결합에 특징이 있어 그러한 결합관계가 쉽게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A 발명에 이르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복잡한 구조 변경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이유로 선행발명들의 결합에 의해서는 그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다. B 발명의 진보성 여부
발명가 A는 B 발명의 진보성 부정 근거로 자신의 A 발명을 제시하였다. 양 발명은, B 발명이 ‘슬라이더-링크 기구’로 구성되는 반면, A 발명이 ‘랙-피니언 기구’로 구성되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경쟁업자 B는 B 발명의 ‘슬라이더-링크 기구’의 구성과 A 발명의 ‘랙-피니언 기구’는 전혀 상이한 구성이므로 A 발명으로부터 B 발명을 용이하게 도출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발명가 A는 ‘슬라이더-링크 기구’와 ‘랙-피니언 기구’는 모두 회전 운동을 왕복 직선운동으로 변환하는 동력전환기구로서 주지관용기술에 해당하고, 그 효과도 동일하므로, 쉽게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관련 자료를 제출하였다.
이에 법원은 ‘슬라이더-링크 기구’와 ‘랙-피니언 기구’는 모두 주지관용기술에 해당하고, 실질적으로 동일한 효과를 가지므로, B 발명은 A 발명에 의하여 그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실제 사례를 통해서 특허발명의 진보성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팬필터 유니트 통신중계기 사건{특허법원 2014. 1. 17. 선고 2013허7076 판결(확정)}은 내용물을 보호하기 위한 뚜껑을 형성하는 것이 통상의 기술자에게 쉬운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일반인을 기준으로 생각하더라도 팬필터 유니트 통신중계기{천정에 설치되는 팬필터 유니트(FFU, Fan Filter Unit)에 장착된 통신중계기}에 보호용 뚜껑을 설치하는 것에는 특별한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동안 팬필터 유니트 통신중계기에 뚜껑이 설치된 바가 없다는 것은 상당히 이상했다. 이를 두고 특허권자는 뚜껑 설치가 쉽지 않았음을 역설하였고, 상대편은 보호용 뚜껑을 설치하는 것은 기술상식이고 주지관용기술에 불과하므로 그 설치가 쉽다는 점을 주장하였다.
특허법원 담당 재판부에서는 '보호용 뚜껑을 설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보이는데 왜 그동안 팬필터 유니트 통신중계기에서는 이러한 뚜껑이 설치된 바가 없었는지'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였고, 이에 쌍방 당사자들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하여 증거를 제출하였다.
증거조사결과 기존의 팬필터 유니트 통신중계기에 보호용 뚜껑이 설치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하여 밝혀졌다. 팬필터 유니트 통신중계기는 보통 천장에 설치되어 있고, 이곳은 안전 교육을 받은 사람만이 접근할 수 있어 전선 등의 이탈 사고가 거의 없었기에 그동안 전원선 및 통신선을 보호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우연히 전선 등 이탈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자 얼마 되지 않아(수개월내) 보호용 뚜껑이 장착된 이 사건 특허발명 제품이 출시된 것이다.
결국 그동안 보호용 뚜껑을 설치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문제가 발생하자 바로 보호용 뚜껑을 설치한 것이므로 통상의 기술자가 너무나 쉽게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사안이었다. 이에 특허법원은 보호용 뚜껑을 형성하는데 기술적 곤란성이 없다는 이유로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판단하였다.
강선삽입장치 사건{특허법원 2014. 8. 22. 선고 2014허2160 판결(확정)}은 텔레스코픽 이송관을 통해 강선을 먼 거리까지 자동으로 이송시킬 수 있는 강선삽입장치에 관한 것이다.
'텔레스코픽'이란 망원경을 의미하는 '텔레스코프(telescope)'에서 유해한 것으로 어떤 물건의 일부분이 접힘으로써 길이가 줄어들었다 늘어났다 하는 방식으로 실린더 및 지지대, 낚싯대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잘 알려진 텔레스코픽 방식을 이용하여 강선을 다리 위로 이송시켜 교각에 삽입하는 것이 통상의 기술자에게 쉬운 일인지 여부가 사건의 쟁점이 되었다.
특허권자는 종래에 강선을 다리 위로 이송하기 위하여 텔레스코픽 이송관을 사용한 바가 없었으므로 진보성이 인정된다고 다투었고, 상대방은 텔레스코픽 이송관은 누구에게나 잘 알려진 기술이므로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주장하였다.
특허법원은 텔레스코픽 이송관을 이용하여 강선을 이용하는 것이 통상의 기술자에게 쉬운 것인지 살펴보기 위하여 종래에는 강선을 어떠한 방식으로 다리 위로 이송하였는지에 대하여 쌍방 당사자에게 질문을 하고, 이에 관한 증거를 제출할 것을 요청하였다.
당사자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면, 교각 설치에 이용된 IPC 공법은, 거더에 삽입할 필요한 강선의 일부를 지상에서 거더에 1차 삽입하고 거더를 교각 위에 설치한 다음, 나머지 강선을 복수개의 거더가 일체화되도록 강선을 거더에 관통시켜 2차 삽입하는 공법이었다. 이러한 IPC 공법이 이용됨에 따라 교각 설치 이후에 2차 강선 삽입이 이루어지게 되어 교각 위의 거더에 강선을 이송할 필요가 있게 되었던 것이다.
종래에는 IPC 거더 교각 설치 이후에 2차 강선을 삽입하기 위하여, 강선삽입장치를 교각 위에 이송한 후 2차 강선을 삽입하는 방법, 크레인을 사용하여 강선코일을 들어 올려 2차 강선을 삽입하는 방법, 또는 강선삽입장치의 끝단에 파이프관이나 튜브를 연결하여 강선을 이송하여 삽입하는 방법 등이 이용되어 왔었다. 그런데 위와 같은 방법들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며 기기 파손이나 작업자의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고, 이 사건 발명이 출원되기 이전까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별다른 해결수단이 제시된 바가 없었음이 밝혀졌다.
특허법원은 위와 같은 증거조사결과에 근거하여 통상의 기술자가 교각 위로 강선을 이송하는 강선삽입장치를 제공하기 위하여 강선삽입장치에 텔레스코픽 이송관과 텔레스코픽 붐의 구성을 결합하는 것을 쉽게 착상해 낼 수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보아 특허발명의 진보성을 인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