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100-24
백지를 보면 설렌다. 무엇이든 채워 넣을 수 있으니까. 무섭기도 하다. 다 망쳐버릴 것 같아서. 에잇! 하고 한 줄 쓱 써보면 후회와 자부심이 동시에 몰려온다. 그래도 한 줄을 써보면 두 번째 문장이 써진다. 그리고 세 번째. 어떻게 어떻게 한 장이 채워진다. 그렇게 빼곡히 채워진 한 장을 다시 읽어보면 마음에 드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 몇 군데 있기는 하다. 그걸 중심으로 다시 쓴다. 지우고, 고치고, 새로 쓴다. 그러다 보면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어울리지 않게 되기도 한다. 전혀 새로운 글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수십 번 수정된 문서에는 애착과 증오와 후회와 자부심과 자괴감이 촘촘히 들어서있다. 그래도 놓아줘야 한다. 어느 순간에는. 그리고 다시 백지를 마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