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자신문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100-30

by 두지

상수역이다. 목적지까지 세 정거장이 남았다. 두어 명의 사람이 전동차에 올랐다. 잠시 집중이 흐트러졌던 나는 고개를 숙이고, 읽던 책을 계속 읽었다. 무언가가 다시 내신경을 건드렸다. 내 뒤에 선 할아버지가 무언가를 조용히 중얼대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마치 무엇을 팔러 나온 사람처럼, 사람이 지나다니는 전동차 복도 중앙에 측면을 보고 서 있었다.


“The future of the relationship between Korea and the US….” “The trump government….”


할아버지는 영자신문을 읽고 있었다. 나는 호기심이 일어, 전동차 창문에 비춘 할아버지를 유심히 들여다봤다. 할아버지는 왼손으로는 신문을, 오른손으로는 돋보기를 들고 고개를 쑥 뺀 채 신문 안에 박힌 작은 글씨를 힘겹게 끄집어내고 있었다. 전동차가 멈췄다. 문이 열리고, 두어 명의 사람이 내리고, 문이 닫혔다. 전동차가 다시 움직였다. 할아버지는 아직, 창가에 어른거리며 영자신문을 중얼대고 있었다.


목적지에 닿았고, 나는 잠시 망설이다 전동차에서 내렸다. 왠지 모를 감정들이 속에서 들썩이더니 울컥, 쏟아졌다. 전동차는 약속한 것처럼, 할아버지를 싣고 역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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