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거리기 3
3년을 같은 곳에서 근무하는 동안 수많은 퇴사자를 스쳐 보냈다.
한 번 세어보자.
….
36명이다.
회사 정원 자체가 50명이 채 안되는데 36명을 떠나보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해 셈마저 당하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임원급이 나간 거까지 합치면 50명이 넘을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은 왜 퇴사했나?
회사가 거지 같아서
정규직 가지고 장난쳐서
공부를 하기 위해
더 좋은 데가 돼서
상사가 이상해서
돈이 적어서
계약이 끝나서 (이건 반 강제다)
임신해서 (이건 반 강제다)
한국을 떠나게 돼서
배울 게 없어서
꼴 같지 않아서
게 중에는 나랑 친했던 사람도 있고,
말도 몇 번 섞어보지 않았던 사람도 있다.
퇴사한다고 해서 (진심으로) 축하는 해줬지만, 이제 자주 (혹은 영원히) 못 만나니 아쉬운 사람도 있었고,
가든가 말든가 별로 신경이 안 쓰였던 사람도 있다.
그들은 나에게 무슨 의미였나.
36명의 퇴사자 중 아직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7명 정도? 그 정도면 꽤 많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물론, 나에게 좋은 의미다.
같이 회사에 있을 때는 자주, 쓸데없는 농담을 하며 웃고 떠들었다.
이들이 나를 좋아하네?라는 좋은 느낌도 가끔 받았다.
여하튼간에 그런 기억과 기분이란,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겠지. 나 그래도 꽤 괜찮은 사람인가 봐, 그런 자존감 같은 거….
그럼 나머지 서른 여명의 사람들은 나에게 무슨 의미였나.
아무 의미가 없었다고 하진 않겠다.
회사에서 나는
그들의 행동을 봤고
그들의 말을 들었고
타인과 교류하는 방식을 봤고
인사를 했고
같은 공간을 공유했고
변기통을 같이 썼고
옆에 서서 같이 이를 닦았고
사실 별로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점심에는 뭘 먹었느냐고 물어봤고
짜증이 나서 수화기를 확 내려놓는 소리를 들었고
상사와 싸우는 소리를 들었고
소문을 들었고
이따금 가벼운 말들을 주고받았고
메일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그들도 나의 그것들을 보고 겪었다.
그건 무슨 의미일까.
내가 밟고 지나간 모래사장의 모래와 같은 거겠지.
분명 변화는 있지만 보이지는 않는.
똑같아 보이지만 분명 뭔가는 다른.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 사람의 말투, 행동 같은 것들이 불쑥, 생각날지도 모르지.
회사에 대해 불평할 때마다 친구 하나는 이런 말을 한다.
“그냥 다녀. 온갖 인간군상을 관찰한다 생각하고.”
그래 그런 의미도 있네.
별 사람이 다 모이는 곳이 회(會)사니까.
사람이 이렇구나.
사람이 저럴 수도 있구나.
저렇게 느낄 수도 있는 거구나.
같은 건데 반응이 얘는 이렇고 쟤는 저렇구나.
그런, 사람 공부.
그렇게 생각하면 뭘 그렇게 미워하고 욕하나 싶다.
꼴 보기 싫은 상사도
사람은 사람인데.
다 부질없고 지질하고 나약한 인간일 뿐인데. 나처럼.
늘 내가 퇴사 첫 번째였는데.
꼴같지 않은 순간들을 넘기고 또 넘겨,
내가 이런 글을 다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