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마노코도를 걷자 14
마루네에서 나온 차를 탄 지 10분 정도 되었을 때 마을에 도착했다. 어둠이 내린 마을길 사이로 하얀 온천 연기와 아담한 민슈쿠들이 보였다. 짐을 풀고 한 바퀴 정도 산책을 하고 싶지만, 오늘은 너무 피곤하다. 관광은 내일로 미루자.
“이랏샤이마세! 이랏샤이마세! 웰컴!”
민슈쿠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일본 만화책에서 많이 본 듯한 단발머리의 유쾌한 아주머니가 우리를 맞았다. 입이 찢어질 듯 활짝 웃는 아주머니의 표정을 보니 정말 귀하고 반가운 손님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코치 코치 (이쪽 이쪽)”
아주머니가 2층 방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땡땡이 무늬의 두툼한 빨간 요 두 채가 가지런히 개어진 창 넓은 방이다. 에 또, 코치 코치. 아주머니가 계속 길을 안내했다. 거실 다다미 문을 여니 야외로 연결된 작은 계단이 나왔다. 아주머니를 따라 조심 조심 아래로 내려가니 목욕실로 이어지는 작은 문이 등장했다. 아주머니가 단발머리를 살랑거리며 몸짓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여기서 먼저 샤워를 하고, 물이 뜨거우니 이 작대기(탕 옆에 노처럼 엄청 길고 큰 나무 작대기가 있었다)로 이렇게 휘휘 저은 후, 들어가서, 즐기면 돼요!
젖은 짐을 방 안에 풀었다. 침낭은 야외 계단가에 널었다. 내일 아침까지 마르려나…. 유카타로 갈아입고 나막식을 또각거리며, 비가 살짝 내리는 야외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뜨거운 온천수가 김을 펄펄 내고 있는 탕 옆으로 수도꼭지와 샤워를 할 수 있는 나무바가지가 놓여 있다. 아주머니가 알려준 대로, 기다란 나무 노로 온센 물을 휘휘 저었다. 하얀 김들이 휘휘, 공기 속을 떠돌았다. 손을 살짝 담그고, 발을 살짝 담갔다. 뜨겁다. 아주 조금씩, 다리 하나를 집어넣었다. 두 발. 엉덩이. 허리. 가슴. 목. 아. 아아. 아아아아. 머리는 차갑고, 몸은 뜨겁다. 어제 밤새도록 비를 맞고, 새벽 내내 떨다가, 하루 종일을 걷고 고생한 피로가 온천물 속으로 녹아들어 하얀 김으로 모락모락 피어났다. 돈은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좀 늦게 왔지?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푹 쉬다 오느라. 후후….”
“난….”
빨갛게 익은 두 볼을 들썩이여 더스틴이 말을 이었다. 온천물에 온 몸과 정신을 풀어놓고 있는데…. 사람 하나가 들어왔어. 그래서? 그래서는. 너무 어색해서…. 얼른 나와버렸지. 으이그 바보.
혼구 마을에서 사 온 벤또를 열었다. 돈가스와 소시지와 양파 튀김과 밥. 메하리 주시라는 것도 두 개 샀는데, 절인 겨자잎에 밥을 싼 쿠마노 코도 특산 먹거리란다. 쿠마노코도 순례길에 들고 가 먹기 좋다는데 우리는 여기서 한입. 맛있다! 목욕을 하러 간 사이 할머니가 두고 가신 쿠키와 녹차로 입가심을 했다. 차가운 맥주로 몸을 식히고, 훈훈한 온풍기 바람이 나오는 방에 지친 몸을 뉘었다. 십만 원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하다, 아기처럼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