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새해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 100-16

by 두지


새해 소망이나 포부는 일주일을 못 간다는 점에서 쓸데없기도 하고. 아나는 왜 이리 의지가 약한 인간인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는 점에서 (나에게는) 자기혐오의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그러니까, 새해가 되면 새로 산 다이어리에 (1월에만 몇 자 끄적이고 말아버리지만 매년 사는) 몇 가지 적어보는 것이다.

2016년 말을 통과하면서, 그리고 2017년을 맞고 이틀을 보내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건강’이었다. 작년 새해까지는 연초만 되면 헬스장이 미어터진다더라는 기사나, 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하는 동료의 말에 콧방귀를 뀌던 오만한 나였다. 그런 내가 바뀐 이유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먼저 나이 한 살이 더 든 거. 이건 뭐 매년 먹는 나이니까 그렇다 치고. 두 번째는 12월 30일 날 받은 건강검진. 늘 계약직으로 일했던 나라 (지금도 계약직이지만)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건강검진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생에 처음 내시경을 했는데, 의사가 글쎄 나더러 위염이 있다는 게 아닌가? 운동은 못해도 체력은 좋고 건강하다고 자신하던 난데, 특히 엄마를 닮아서 속 하나는 좋다고 생각한 난데 위염이라니. 의사는 아주 미약한 거라 거의 정상이라고 말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거기에 근육이 너무 없어 근력 운동을 하라는 둥, 반나절 내내 잔소리를 듣고 왔더니 사람이 되게 작아지고 조심스러워지는 것이다. 술 마시는 양을 반으로 줄여야겠다든지, 점심시간에 요가 학원을 다녀보면 어떨까 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 놓고 어제도 술을 마시고 요가 학원은 몇 번 대충 검색만 해봤다.) 그래도 오늘 점심에 밥을 먹고 스쿼트 100개를 했다!


세 번째는 주변 사람이다. 저번 주에 페이스북으로 예전 회사에서 잠깐같이 일하던 사람의 소식을 들었는데, 마흔 정도 되는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떴단다. 소식을 듣고 나서 생각해보니, 예전 같은 회사에서 일하던 사람 중암에 걸린 사람이 꽤 된다. 딱히 건강관리를 못했다거나 안 좋은 식습관을 가진 것 같지도 않았는데. 그러고 보면 건강은 관리도 해야겠지만, 관리만 한다고 되는 것 같지도 않다.


결론은, 되도록 건강하게 먹고 많이 움직이자는 거다. 그래도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 있으니, 주어진 시간을 만끽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내 삶을 이끌어보자는, 뭐 그런 거시론적이고 거창한 결론이 되겠다. (늘 이렇게 거창한 탓에 잘 안 지켜지는 것이 나의 새해 포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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