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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틀 Feb 03. 2022

INTJ형 글쓰기

true를 의도하고, success를 바란다

나는 INTJ다.


 이야기는 내가 글을   문과적 감성보다는 이과적 감성으로 판단과 논리로 쓴다는 말이다. 기승전결이  짜여져 있다는 이야기, 문맥의 흐름이  흘러간다는 이야기는  글의 장점으로 들은 것들이다. 그러나 단점은 이런 것이다. 논리적인데 뭔가 부족한  같다, 가슴을 울리는 감동이 없다, 오감이 빠져있다 등이다.  자식한테 장점보다 단점이  거슬리고 많이 보이듯, 나는 단점이  많이 보이고,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동안 문과적 감성을 쫓으려고 무척이나 애를 썼던 것 같다.


한때 누군가가 무척이나 부러웠던 때가 있었다. 글쓰기 선생님은 그녀의 글은 논리적으로 흐름은 조금 부족해도 가슴을 쿵쾅쿵쾅 때리는 울림이 있다고 했다. 그녀의 재능이 부러워서, 닮고 싶어서, 가져오고 싶어서 안달이 났었다.


이젠 방법을 좀 달리하기로 했다. 문과적 감성을 키울 시간이 내겐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나이도 나이지만, 이제 뭔가 배워서 써먹기엔 체력과 나이가 예전같지 않아서 좀 더 효율이라는 걸 생각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했다. 문과적 감성을 키우는 건 좀 더 어릴때 했었어야 했고, 기왕지사 이렇게 된거 이과적 감성으로 글을 써야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내게 문과적 재능이 없음을 알아차리는 것도 재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이과적 감성의 태생이 모태인지 후천적인지는 잘 모른다. 다만, 프로그래머로 20년간 일하면서 논리적 구조를 짜는 데는 꽤나 머리를 썼다는 것이다. 0 아니면 1로 떨어지는 세계에서 나는 “success” 혹은 “true”라는 결과를 얻어내려 무척 애썼다는 사실이다.


나는 종종 지금도 글을 쓸 때, ‘이게 논리적으로 맞는가?’라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며, 흠칫 놀랄때가 있다. 내 글을 줄기차게 써가면서도 이게 “success”와 “true”로 맞아 떨어질 것인지 나도 모르게 손가락이 검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논리적 글의 함정은 만약 true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다시 처음으로 올라가 입력 변수를 달리하면서 글을 다시 써야 할 확률이 크다는 것이다. 논리적 글의 단점이자 장점인데, 이런 검토를 하다가 초고와 완전 다른 퇴고를 하게 되기도 한다. 애초에 심장을 울리는 감정따위는 없었으니 누가 고치라고 이야기를 하면 ‘그런가?’하고 냅다 수정하기도 한다. 사실 그래서 평가에 대해 별로 상처도 잘 받지 않는 편이다. 버그 없는 신규 프로그램은 없으니까, 하는 편한 마음이라고나 할까.


나는 논리적인 글쓰기를 사랑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내가 엄청 잘나가는 프로그래머였다거나, 남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버그도 척척 잘 잡아내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글을 무척 논리적으로 쓰냐 묻는다면 사실 그것도 자신이 없다. 자신있게 글을 써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지만 프로그램도 무척 노력해서 70점 이었다.


이 글이 “success”로 맺게 될지, “true”로 맺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쓰는 사람이 만약 “true”를 의도하고, 읽는 사람의 심장에 잘 꽂히면 “success”가 될 것이다. 그러니까 결과는 읽는 사람의 몫.


사실, 이 글도 몇 번이나 논리적으로 맞는지 위에서 부터 아래까지 여러번 읽은 건 안비밀.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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