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눕지 않으려는 노력

by 이틀

유튜브로 우울증 관련 영상을 몇 개 찾아보니 낮에 눕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낮에 잘 누워있지는 않는 편인데...그럼 경증이라는 이야기겠지?

사실 누우면 잠을 잔다기보나 안 좋은 생각이 많이 나기때문에 눕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졸로푸트를 복용하면서 낮에 종종 눕게 되었다.

일단 다시 잠을 5시간 밖에 못 자니 낮에 피곤하고, 약을 먹고 나면 멍해진다.

게다가 불면이 무서워 커피를 마시지 않으니, 카페인 금단증상까지 시달리는 중이라고나 할까.

독서도 잘 안 되고, 글도 잘 써지지 않는다.

언제는 글이 잘 써졌냐만...


ADHD환자처럼 집중하지 못하고 10분 단위로 이 일 저 일 건드리기만 하고 끝맺지 못하고 있다.

이 끝맺지 못하는 상황은 또 나를 자괴감에 빠뜨린다.

내 안에서 끊임없이 그런 말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 네가 그렇지 뭐.

- 네 집안이 다 그 모양이야.

- 끝까지 뭘 하지를 못해.


끝장을 보는 성격이 되지 못하는 순한 마음.

그건 지탄을 받아야 하는 일일까?


*


졸로푸트를 먹고 난 뒤로 식곤증이 좀 심해진 느낌이다.

졸리니 집중력이 떨어진다.

눕는다고 잠을 자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 누우면 아이들이 하교하기 전까지는 다시 일어서기 힘들기때문에 되도록 눕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밥을 먹고 난 뒤 운동을 가거나 산책을 한다.

커피를 마시고 싶지만, 푸록틴처럼 불면증을 불러올까봐 무섭다.

운동을 다녀와서도 졸리면 그땐 눈을 감고 호흡을 한다.

4초 들이쉬고, 2초 참고, 4초 내쉬고.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다보면 내 몸이 얼마나 긴장되고 있는지 느껴진다.

심장의 고동소리를 들으며 생의 순간을 생각한다.


졸로푸트를 먹고 멍하고 졸린 증상은 2주나 4주 지나면 없어진다고 한다.

몸이 적응하는 기간이라고.

졸리고 멍하지만 우선 극단적으로 우울해지는 경향이나, 감정적으로 기복이 심한 것은 좀 나아지는 것도 같다.

아니면 아침마다 달리기를 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노력할 수 있는 여력이 조금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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