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로푸트를 복용한지 6일이 넘어가고 있다. 푸록틴보다 부작용은 덜한 것도 같다. 극단적인 생각이나 자해를 하고 싶은 충동이 줄어들었고, 스스로 감정의 기복이 좀 얕아졌다는게 느껴진다. 그렇다고해서 아주 없어진 것은 아니다. 우울증을 겪다보니 사소한 감정의 변화에 아주 예민해졌다.
좀 괜찮아진 것 같아서, 어제는 조심스럽게 녹차와 커피를 한잔 마셨다. 물론 오전에.
결과는...
다른 항우울제와 마찬가지로 커피를 같이 마시면 잠이 오시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당분간 커피는 마시면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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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AI가 잘 되어 있다. AI의 페르소나를 약사나 의사로 설정하고 질문을 하면 제법 잘 대답해준다. 약을 타오면 해당 약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물어보았다. (물론 거짓된 정보도 있으니 조심해야 하지만)
항우울제의 성분은 세로토닌 재흡수를 막아 뇌에 세로토닌 비율을 늘려준다고 한다. 세로토닌은 행복물질이라고 불린다. 물론 너무 많이 분비되면 불안, 떨림등의 증상이 더 심해진다고도 하고. 세로토닌 증후군이라고 한다. (그래서 약의 용량은 중요하다.)
유튜브도 찾아보았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은 이 세로토닌 분비가 현저히 적다고 한다. 세로토닌은 뇌 신경세포에서 분비되고, 다시 재흡수된다. 이 세로토닌은 도파민(흥분)과 노드아드레날린(분노)과 결합해 감정기복을 덜하게 해주는 것인데, 이게 적으니 감정적인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보았다.
유전적으로 세로토닌 분비가 덜 되는 것은 아닐까 하고.
나는 내당능이다. 부모님 모두 당뇨를 앓고 있으며, 친척 중 당뇨합병증으로 돌아가신 분도 있다. 임신성 당뇨가 있었고, 출산 후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췌장기능이 약하다는 말을 들었다. 임신성 당뇨였기 때문에 남들보다 당뇨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이건 유전적인 요인과 관련이 깊다고.
신체적으로 췌장의 기능이 약해 인슐린 분비가 약하다면, 뇌의 신경세포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도 마찬가지 아닐까? 애초부터 분비 자체가 약하게 태어난 것.
부모님을 생각했다. 그들의 감정기복과 나에게 폭력을 행사했던 순간들을.
가난이, 화목하지 못한 부부관계가, 세상에 대한 원망이 그들을 힘들게 만들었다.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버티지 못하게 하는 외부적 환경과 내부적으로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약했던 그들.
'욱'하는 성격이라는 말이 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런 성격이었다. 나도 '욱'하는 성격으로 여러 번 곤란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물론 누구나 이런 상황을 맞닥드린다. 세상은 순한 맛으로만 살 수 있지는 않으니까. 다만,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어떤 상태가 자주 오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어느 날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라는 김현아 교수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에서는 양극성장애를 가진 딸의 이야기가 엄마이자 의사의 입장에서 쓰여져 있는데, 그 책을 읽으며 우울증이 심리적인 것보다 뇌에서 일어나는 장애나 질환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덕분에 약을 먹는 것에 관해 관대해질 수 있었다. (이전에는 내가 약 먹는 것을 밝히고 싶지 않았다. 나약해보일까봐.)
다만 약은 효과도 있지만 부작용도 있다. 모든 것에는 좋음과 나쁨이 있다.
인슐린 복용 시 저혈당이 올 수 있듯이, 세로토닌 재흡수를 막다보면 뇌에서 세로토닌 농도가 증가하게 되면 불안, 떨림, 불면 등의 부작용이 생길수도 있다.
졸로푸트 부작용은 찾아보니 입마름이 심해질 수 있다고 한다. 타액분비가 잘 안 되서라고. 나에게 이 정도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 것 같다. 커피만 마시지 않는다면, 잠도 어느 정도 잘 수 있는 것 같고.
보통 부작용은 적응기간에서 발생하고, 적응기간은 2주에서 4주라고 했다.
부디, 이번 약은 잘 맞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