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by 이틀

약을 먹고 우울증이 호전되면서, 종종 아침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있다.


"사랑한다."


보통 4시 30분~5시 정도에 기상한다. 아침형 인간이라 저녁에 일찍 잠들고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해가 뜨지 않는 어스름한 새벽,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 어둠 속에서 정신이 돌아오며 처음 생각나는 말이 "사랑한다"라니. 어쩐지 조금 오글거리지만,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새벽 아닌가. 괜찮다고 생각한다.


사랑한다라는 말이 제일 먼저 떠오르면 이불 속에서 작게 되뇌인다. 아직 잠들어 있을 아이들을 떠올린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그리고 남편도 떠올린다. 많이 미워했고, 많이 사랑한 사람. 그럼에도 결론은 사랑이라고. 20대와는 다른 사랑의 감정이지만, 그를 떠올리며 조용히 되뇌인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오늘 아침에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내 자신은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내 자신에게 조용히 되뇌었다.

"OO아 사랑해. 많이 사랑해. 정말 정말 사랑해."


자기연민, 자기혐오, 자괴감에 찌들었던 나를 버텨준 나. 가장 많이 사랑을 갈구했음에도 채워지지 못했던 결핍. 어쩌면 내가 가장 많이 듣고 싶었던 말 아니었을까.

사랑한다.


부모에게서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라고 생각했다. 남편이나 아이들에게서 듣는 말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에서야 깨닫는다. 나 자신에게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었음을.


사랑한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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