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이를 데리고 출근하다

"내 친구는 어린이집에 있고, 엄마 친구는 회사에 있어~"

by 이틀


처음부터 아이를 데리고 출근할 생각은 아니었다. 한동안 주말 근무를 하지 않을만큼 여유있었는데, 다시 일이 바빠졌다. 딱 반나절만 더 일했으면 좋겠는데 남편도 일이 있어 나가야 한다고 하고, 나도 나가야 하고, 결국 맞벌이의 주말근무는 또다른 위기다.


매일 새벽별 보기 운동을 하며 아침일찍 나갔다가 저녁 늦게서야 돌아오는 며느리를 대신해서 아이를 돌봐주시는 시부모님도 주말이면 좀 쉬셔야 했다. 주말이라 어린이집도 문을 열지 않는다. 결국 기관에 가지 않는 두 아이를 시부모님께 주말마저 맡기는 것은 눈치도 많이 보일뿐더러 내가 생각해도 무리였다.


아이들은 "엄마 오늘도 회사가? 우리는 어린이집 안가?"라며 묻고...


그러다가 큰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도 엄마 회사 따라가면 안돼?"

"응?"

"엄마 회사 따라가면 안돼?"


'그래... 한번 부딪쳐보자.' 아이가 얼마나 버텨줄 지 알 수 없었지만, 주말이니까 절반만 출근할거고, 아이가 있어도 크게 방해는 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아이 모두 데리고가는 것은 무리였고, 작은 아이는 어머님께 맡기고 큰 아이만 데리고 갔다.


아이에게 서둘러 옷을 입히고, 말해줬다.


"OO아~ 오늘만 엄마회사 따라가는거야. 다른 날은 안돼 알았지? 다른 날은 OO이는 어린이집을 가야하고, 엄마는 회사를 가야하는데, 오늘은 토요일이라서 데리고 갈 수 있는거야. 다음에도 떼쓰면 안돼 알았지?"


혹시라도 한 번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다음에도 가자고 조르면 어쩌나 싶어서 노파심에 아이에게 단단히 일러뒀다. 아이는 순순히 고개를 그떡거렸고, 그 뒤로도 떼를 쓰는 법은 없었다.


출근하면서 아이와 함께 먹을 도시락도 사고, 커피도 사고, 아이는 핫초코 한잔을 사줬다. 사무실에 오자마자 회의실에 작업공간을 마련했다.


프로그래머들이 주말에 출근하는 이유는 조용한 작업공간에서 일을 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기때문이다. 혹시라도 아이가 떼쓰거나 떠드는 소리가 방해될까 염려스러웠다. 다행히 오가는 사람들이 이쁘다, 귀엽다 해주며 이것저것 먹을 것을 사다주었다. 간식 챙겨오지 않아도 될뻔했다. 사탕에 과자에 껌에 핫초코 한잔 더...거기에 샌드위치, 그리고 용돈도 탔다. 아는 차장님이 주말근무수당이라면서 주셨다.


개발자들하고 회의 진행에도 같이 들어갔다. 아이에게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나쁠것이 없을것 같았다.


과장님 한 분이 귀엽다며 데리고 나가서 한 30분 놀아주고, 엄마가 일하는 동안 사무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관찰하기...생각보다 내가 일하는 동안 혼자서 잘 놀았다. 큰 아이가 생각보다 부산하지 않아서인지 아이는 2시간 정도를 그렇게 놀았다. 조금 지겨워 하는 것 같아서 아이패드에 담아온 뽀로로 슈퍼썰매 대모험을 틀어주었다. 그러면서 또 30분~1시간 훌쩍. 다시 나가서 논다. 다행이다. 그리고 고맙다.


한 5시간쯤 일하자...몸을 배배꼰다.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이쯤에서 오늘 할 일은 월요일로 미루고 짐을 싸서 퇴근을 했다.


집으로와서 어머님이 아이에게 물었다.


"엄마 회사 따라가니 좋든?"

"네. 엄마 친구들 많이 만났어요."


아이는 내 회사동료들을 보고 엄마 친구들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아이를 회사에 데리고 간 효과는 그 뒤로 나타났다. 아이는 엄마가 회사에가서 무엇을 하는지 알게된 이후 떼를 쓰는 것이 많이 줄었고 작은 아이에게도 말을 해준다.


"우리 친구는 어린이집에 있고 엄마 친구는 회사에 있어."

"엄마는 회사가서 돈을 벌어야해"


이제 돈을 아는 나이가 된걸까? 여튼, 우여곡절이 있는 아이와의 출근이었지만,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나쁜 것 같지는 않았다.


생각해보면 예전 농경사회때는 밭에다 아이 플어놓고 밭일을 했으니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컸다. 현대사회는 그렇게 못하니까 아이들과 엄마의 분리불안이 커지는 것이라고. 어느 육아서에선가 읽은 것 같다. 가끔은 아이를 데리고 출근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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