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낳을지 고민하는 워킹맘 후배에게 쓴 글, 그 후의 이야기
오마이뉴스에 ‘둘째를 고민하는 워킹맘 후배에게’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예상외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지만, 그 글을 쓸 때는 자신이 없었다. 둘째를 낳으면 좋지만, 네 상황에 따라서 네가 결정해라는 식이었다. 결론이 두루뭉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이유는 누구나 하는 고민인데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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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삶이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에 먹고 살기 힘들었는데 많이 낳았다는 이야기는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 시절에는 힘들게 일하고, 모으면 집 한 채 마련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가난해도 열심히 공부해서 계층 간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는 희망의 줄이 많이 줄었다. 지금도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줄어든 만큼 내 몸집을 가벼이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똑똑한 젊은이들이 이것을 놓칠 리가 없다.
여자들이 많이 배우고 사회생활이 늘어나고, 성장하는 동안 사회문화의 성장속도는 느렸다. 아빠는 놀아주기만 하면 되지만, 여전히 육아는 여자가 감당해야할 부분이 많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보니, 엄마의 역할은 더 많았다. 학교 반 카톡방에 엄마들은 있어도 아빠들은 없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학교나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문제 생기면 가장 먼저 연락을 받는 사람은 엄마다. 회사에서 회의를 하다가도 남자 직원들이 어린이집에서 전화를 받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둘째를 낳는 고민은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은 것이다. 주변에서 지켜본 바로는 둘째를 고민할 때 남자는 주로 경제적인 고민을 한다. 반면 여자의 고민은 복합적이다. 경제적인 고민은 기본이고, 두 아이를 감당해낼 자신의 능력과 자신의 일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한다.
내가 둘을 낳고 키우지만, 아이를 낳지 않은 신혼부부나 하나만 낳아서 기르는 사람들에게 둘째를 낳으라고 권유하지 않는다. 때론 그들의 판단이 현명하다는 생각도 든다. 조부모님께 황혼육아를 맡기는 것은 죄송하지만 현실적으로 풀타임으로 일하는 맞벌이 부부가 온전히 아이 둘을 키우기란 쉽지 않다.
아무의 도움 없이 맞벌이 부부에 미취학 아이 두 명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아마도 여자는 직장을 다니면서도 수시로 전화벨이 울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한 아이가 수족구 같은 전염성 병을 앓기라도 하면 둘 다 기관에 등원하지 못한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 아이가 아파서 일주일간 회사에 출근하지 못한다고 하면 회사의 반응은 어떨까? 아이가 아프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일이 많은 날에는 발을 동동거리기 일수일거고, 야근을 하게 될까봐 조마조마 하게 될 것이다. 스트레스 받는 여자는 남편에게 조금 더 도와주지 않느냐고 퍼부을 것이고, 부부싸움을 할 것이다. 남편은 항변할 것이다. 나도 노력하고 있는데 도대체 왜 그러냐고!
이번엔 반대로 생각해보자. 둘째가 있어서 좋은 점은 무엇일까? 누군가는 첫째에게 같은 편을 만들어주고 싶어서라고 하는데, 그건 부모의 생각이다. 둘째를 낳아보니 같은 편이라기보다 경쟁자 일뿐이다. 부모 사랑을 빼앗는 경쟁자. 둘째는 일단 부모에게 좋다. 일단 밑도 끝도 없이 귀엽고 예쁘다. 첫째 아이 키울 때는 실수하지 않으려고 애쓰느라 아이에게 집중하지 못했다. 둘째가 여유로운 건 부모의 조그만 실수에도 아이는 관대하고 건강하게 큰다는 것을 알기 때문 아닐까. 예쁜 게 뭐가 좋냐고? 아, 이건 말이나 글로 설명할 수 없다. 진정 숨만 쉬어도 예쁘다. 그 예쁜 아이를 내가 낳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때가 종종 있으니 진정 불치병이다.
또 하나 좋은 점은 어느 정도 크고 나니 둘이서 잘 논다는 것이다. 엄마가 놀아주지 않아도 된다. 물론 가끔 놀이의 한 멤버가 되어 놀아주는 것도 좋지만, 그들만의 언어로 그들의 눈높이로 놀아주는 것은 형제만큼 좋은 것이 없다. 조금 크니 그들이 엄마를 찾을 때는 배고플 때, 잠 잘 때다. 둘이 노는 것을 보고 있으면 그림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둘 이상 키운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둘이서 많이 싸우기도 하지만, 둘이서 노니 편하기도 하다는 것이다.
가끔 후배들이 와서 둘째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면 저는 두 가지 질문을 한다.
“양가 부모님 중 도와주실 분이 계셔?”
“일 계속 할 거야?”
모든 워킹맘의 고민은 이 두 가지로 압축 된다. 양가 부모님이 도와주시지 않는다면 둘째는 일을 계속 할지 말지의 기로에 서게 만든다. 일을 중단할 확률이 더 커진다는 이야기다.
저출산으로 정부에서도 대책을 세우지만 양육비 월 10만원으로 둘째를 낳겠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정량적 기준으로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사람을 낳고 기른다는 것은 그만큼 엄중한 책임감이 뒤따른다. 사실 나이들 고 보니 꼭 직장을 유지하지 않더라도 된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경력을 이동한다는 것은 아이를 낳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인생의 결정이다.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미안스러운 이야기지만 일을 계속 할 예정인데 양가 부모님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둘째는 조금 신중히 생각하라고 이야기해주는 편이다. 실제로 둘째를 낳고 퇴직을 한 워킹맘 동료들이 많았다. 첫째를 낳고 나서 직장에서 승진이나 평가에서 한 번 밀리는데, 둘째를 낳으면 두 번 밀리는 것이 아니라 세 번 밀리게 된다. 주로 승진을 위한 평가가 3년을 따지기 때문이다. 지나고 보면 승진보다 중요한 것은 연봉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래 버티는 것이지만, 때때로 치고 올라오는 후배와 잘나가는 동기들을 보면 직장생활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육아도 힘들어 지지부진한데,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지 못하면 사람은 흔들리게 되어 있다. 제 아무리 좋아서 하는 일이어도 인정받지 못하고 자존감이 떨어진다면 조그만 흔들림에도 멈추고 싶은 게 사람이기 때문이다.
반면 양가 부모님이 도와주진 않는데, 아이가 너무 좋아서 둘째를 낳고 싶어 하는 동료도 있었다. 현재 일이 적성에 맞지 않고, 언젠가 일을 그만둘 생각이라고 했다. 이 경우는 좀 다른 이야기였다. 나와 이야기할 때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한 때였다. 그 동료는 지금 둘째를 낳고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 신중히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었고, 아이들을 너무 좋아했다. 남편의 수입이 크진 않았지만, 아껴 쓰면 된다고 했다. 그 동료를 보면서 아이처럼 엄마도 사람마다 기질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천편일률적인 조언이 있을 리 만무한 것이다. 조언은 참고만 할 뿐, 결정은 각자 해야만 하는 이유다.